4. 아늑한 모래실

그래도, 한 뼘 솟아나는 봄

史野 2013. 4. 10. 16:28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영하 십도이하에도 잘 버텼는데 이 추위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

 

누군가는 이 추위에 보일러 돌일 돈이 없어 전기장판만 켜다 남매가 불타 죽었다는데

서럽게도 사야도 그렇네.

한겨울에도 안쓰고 살던 전기장판을 요즘 아주 애용하고 있다지.

이 큰 집, 그래봤자 삼십평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참 영하 십도도 아니고 차마 이 추위엔 보일러를 돌릴 수가 없다네.

실내외온도 차이가 일이도 밖에 안나는데 보일러를 돌리기엔 아 정말 너무 억울하다니까..^^;;

 

아 진짜 혹독한 겨울만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 봄이 더 벅차다.

 

 

햇살이 좋아 군자란을 내놓았더만 저렇게 잎이 얼어버렸다..ㅜㅜ

 

그래도 봄은 봄이다.

 

 

찔레꽃잎들이 저리도 많이 나왔고 그 뒤론 애기똥풀도 저리 크게 자랐다.

 

 

 

진작에 잎이 나와 얼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던 접시꽃도 저리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제대로 된 접시꽃을 볼 수 있을까. 역시나 작년엔 꽃을 피우지 못했던 원추리싹 하나도 나왔네

 

 

 

반대쪽 원추리도 저리 많이 나와 쑥쑥 크고 있다. 작년 가뭄에 꽃이 시원찮아 속상했는데 생명력은 늘 경이롭다.

 

 

 

혹 얼어죽었나 날마다 애를 태우던 으아리도 드디어 싹이 나기 시작한다. 아니 꽃봉우린가? ^^

 

 

 

장성시절부터 끌고 다니는 저 참나리도 저리 탐스럽게 올라온다.

 

 

 

쑥부쟁이도 저리 존재감을 과시하고 올해는 참나리를 키우고 처음으로 저리 싹이 여기 저기서 난리가 아니다. 신기해서 세어봤더니 백개가 넘는 듯하다.

 

 

 

우리집 마당에 있는 나무인데도 뭔지를 모르겠는데 저 가지에서도 저리 싹이 나온다..

 

 

 

금낭화도 쑥쑥 잘 자라고 있다. 작년에 한포기는 울 씽구리에게 처참하게 당했는데 하나는 이리 멀쩡해 더 감사하다.

 

 

 

마당에 심은 미스김라일락은 저리 싹이 나오는데 화분에 남겨져있던 하나는 아마 동사한 듯하다. 그 앞 저 푸른 싹은 뭘까?

 

 

 

슬프게도 개들이 쓰던 쇼파아래로 저리 구근종류가 나오는데 혼자 쇼파를 옮길 수 없어 저 꼴..ㅜㅜ

 

 

 

보시다시피 잔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저리 몽글 몽글 솟아난 것들이 그동안 눌려있던 잔디뿌리가 몸무림을 치고 있는 흔적들이다

작년 가을에 모래 퍼다 나르고 매일 물주고 한 것들이 효과를 보는 듯해 뿌듯. 과연 올해 안에 다 덮어질까? 욕심일까? ^^

 

그래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또 순식간에 저 메말라 보이는 마당에 꽃이 가득해지겠지.

조금 있으면 봉숭아 백일홍 금잔화 코스모스 싹들도 마구 올라옱테니 말이다. 작년 가득했던 분꽃싹도 저절로 올라올까?

차라도 있으면 꽃화분이라도 좀 사다 심을텐데 벌써 사월 중순을 향해 가는데 마당이 아직은 넘 황량하다.

 

 

 

이 아늑한 곳에도 삼일내내 바람이 심해 밖에 나가질 못하고 있다. 간혹 이리 천창을 통해 집안으로 비추는 햇살덕에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기도 하다.

 

궁하면 통한다고 어젠 재밌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갑자기 카레가 먹고싶어서 재료를 찾아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 그 흔한 양파마저도..

그래 냉장고에 조금 남아있던 양배추랑 무랑 사과랑 청양고추랑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볶다 보니 아뿔사 이번엔 당연히 있는 줄 알았던 카레가루가 없네..ㅎㅎ

재료는 끓고 있는데 어쩌겠냐 꿩대신 닭이라고 짜장가루를 대신 넣어 짜장밥을 만들어 먹었다. 결론은 너무 맛있었지만 자꾸 웃음이 나오더란 이야기..^^

아무래도 장이라도 함 봐야지. 쟁여놓은 음식재료가 아직 많긴 하다만 그 흔한 양파나 감자 홍당무같은 것도 없이 사는 건 좀 아니지 싶다. 

 

어쨌든 오늘은 도저히 못 참겠으니 보일러를 돌려야겠다. 뽀개놓은 나무도 오늘 때면 그만일 것 같은데 날씨는 정말 언제나 풀리려는 지.

따스한 햇살아래 마당에서 책읽는 게 취미인 사야에겐 참 잔인한 봄이 가고 있다. ㅜㅜ

 

 

 

 

 

2013. 04.10. 여주에서...사야

'4. 아늑한 모래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닯은 사야의 삶  (0) 2013.04.17
행복했던 하루..ㅎㅎ  (0) 2013.04.14
서러운 나날들  (0) 2013.04.07
너무나 긍정적인 사야..ㅎㅎ  (0) 2013.03.28
사야는 회복중..^^;;  (0) 201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