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삼주만에 담양에 다녀왔다.
남편을 떠나 한국에 나왔을 때도 남편이 미친듯이 보고싶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가끔 사야는 정말 울 새깽이들이 미친듯이 보고싶다.
한번은 술에 만땅취해서는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새끼들을 보러 가겠다고 남친에게 전화해 술주정을 아니 제대로 꼬장을 부린 적도 있다..-_-;;
이제는 사야가 함께 살 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울 새끼들. 이지님이 산타엄마란 표현을 쓰셨는데 그렇다, 사야가 바리바리 싸간 간식을 맛있게 먹는 중이다.
이상하게 간식만 주면 꼭 저리 구석 이불위에 올라가 옹기종기 모여먹는 녀석들. 울 씽구리? 가장 큰 간식을 줘도 가장 먼저 먹어치우는 놈이라..ㅎㅎ
바닥에서 자다 하도 괴롭히길래 더 자러 올라왔더니 또 따라온 녀석들. 두 놈들은 벌써 이불안에 계시고 답답한 걸 싫어해서 생전가야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일이 없는 울 씽이마저 저리 팔안으로 파고들어와 사랑을 갈구중이다..^^;;
얌전한 울 바리마저도 쇼파위로 올라와 옆에서 진치고 있는 중.
이불속으로 들어와도 꼭 발치쪽으로 가는 울 호박이 들춰보니 이러고 있더라나..ㅎㅎ
결국은 이불도 다 떨어지고 지근지근 밟아대다 못해 찍어 누르고 난리들이 아니다. 저 세 놈들 몸무게를 합하면 사야보다 더 나가는데 저 놈들은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아프다고 그만하라고 소리소리 지르기도 한다만 저런 덩치들이 저리 애교를 부리면 소형견과는 또 다르게 진짜 귀엽다..ㅎㅎ
앉기만 하면 달려드는 녀석들 우 씽씽 좌 아끼하고 있으려니 무릎이 비었다는 걸 아는, 틈새시장 공략에 능한 울 호박양도 합세하셨다. 저기선 작아보이지만 울 호박양도 십킬로가 넘어가는 관계로 저렇게 다리에 힘주고 있으면 무지 아프다.
다른 놈들이 난리칠 때는 가만히 있지만 역시나 조금만 틈이 보여도 다가와 사랑을 갈구하는 울 바리. 씽씽이는 윗 사진처럼 찰싹 붙어서 팔로 안아주기만 하면 되는데 울 바리는 끊임없이 쓰다듬어 줘야하기때문에 사실 더 힘들다.
사람처럼 개들도 다 성정이 있고 울 새깽이들은 특히나 성격들이 다 유별나서 맞춰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쨌든 쓰다듬다 지쳐 ' 이제 그만' 하고 손을 거두면 눈치껏 그냥 옆에 누워버리는 울 바리. 사야가 요즘 저 놈때문에 미치고 팔짝 뛰겠다.
보시다시피 사진속의 존재가 개인 지 돼지인 지..ㅜㅜ 바리처음올 때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지 모르겠지만 저런 놈이 아니었었는데 먹는 거 좋아하고 움직이기 싫어하고 정말 저 놈을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산책시킬 형편도 못 된다만 산책하다가도 지 힘들면 주인도 버리고 집에 가버리는 놈이고 줄에 묶어 데리고 나가도 지 움직이기 싫으면 주저앉아 꼼짝도 안하는 놈이라 저 놈에게 뭘 해줄 수 있는 지 사야속이 속이 아니다..ㅜㅜ
식사시간.
저 놈들을 저리 애닯게 만든 건 다름아닌 순대..ㅎㅎ
남도땅에 갔건만 꽃구경은 커녕 (아 물론 주변이 다 꽃이긴 하다만^^) 새깽이들과 놀아주다 삼박사일의 시간은 또 훌쩍 그렇게 가버리고..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평소처럼 간식주고 잽싸게 나왔는데 사정이 생겨 간식을 빨리 먹은 울 씽구리와 다시 조우..ㅜㅜ
울타리안에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놈이 ' 씽씽아 금방 또 올거야' 하는데 딴청. 고개를 돌리고 울타리에 널린 이불끝만 핧아대는데 어찌나 미안하고 또 속이 상했는 지 모른다.
아 정말 말못하는 놈들과의 교류는 애닯고 또 애닯다. 가끔은 잔인하리만치 냉정한 사야도 저 놈들 앞에서는 속수무책.
사야에게 이젠 주변 왠만한 인간들보다 훨씬 소중한 존재들. 유감스럽게도, 다르게말하면 ' 아니 그럼 내가 저 개들보다 못하단 말이냐?' 할 수도 있겠다.
그래 사야도 키워보기전엔 몰랐다니까.
사야를 아는 아무도 불평하지 마라. 심지어 엄마랑도 몇 달 째 연락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울 엄마는 비교대상 자체가 못 되나..ㅎㅎ
어쨌든 이번 담양에 내려간 길에 드디어 실밥을 풀렀다. 정확히 사주만이다.
아시다시피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가 사야의 좌우명이므로 그 팔을 가지고도 나름 잘 지냈다만 그래도 힘들고 서럽고 지난한 시간이었다.
왼팔에 깁스를 했을 때도 남편이 샤워도 다 시켜주고 그랬었는데 오른 팔에 깁스를 했는데도 혼자 싯고 밥해먹고 그래야 했던 시간.
깁스 맘대로 풀고 항생제를 버리고, 울 올케언니 그런 사야를 ' 막가파'라고 이야기하던데..ㅎㅎ 그런 거에 비하면 생각보다 상처가 잘 아물어 다행이다.
실밥풀러왔다니 담양의 의사샘, 불편했을텐데 여태 왜 안풀었냐시더라.
병원가기 힘든데 산다니 민통선에 사냐고 물으시고, 상처가 남을 거라던데 좀 덜 남는 방법 없겠냐니 미스코리아만 안나가면 상관없을 것 같다, 고 하시더라..하하하
우짜든둥 오늘 드디어 꽃들을 샀다.
한국에 돌아와 여섯 번 째 맞는 봄. 그리고 세 번 째 마당. 그 세 번 째 마당에서의 또 세 번 째 봄.
역시나 유감스럽게도 재작년도 추웠고 작년엔 극심한 가뭄이었고 올해도 추운 참 서러운 봄날들.
그래도 이젠 영하로 내려가는 날들은 없을테니 이제 사야의 희망찬 봄날들이 다시 시작되었다.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고 사야도 혼자 여기서 살아남느라 신경 못 쓰고 있었는데 사야의 재정상태가 안좋다.
남친과 헤어진다고 일년간 서울에 오피스텔 얻고 어쩌고 무리한 이유도 있고 정신없어 방치한 투자손실도 크고..
그런데 또 사야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지 말자' 가 또 다른 좌우명인 관계로..ㅎㅎ
우선은 저리 꽃을 사고 맛있는 것도 주문하고 그러기로 했다.
어찌보면 이렇게 천천히 하나씩 줄여가고 소박해지는 삶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게 될 지도 모르겠다
워낙 가진 게 없이 태어난 인간이기도 했다만 십년 넘게 럭셔리(?)하게 살아봤더니 그게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는 특히 사야는 그걸로 행복할 수 없다는 나름 깨달음을 얻은 게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또 말이 길어졌다.
그래 우짜든둥 봄은 진작에 와 있었다만 사야의 봄이 막 시작되었다.
사야는 이래서 여전히 자주 행복하고 자주 불행하기도 한다만 앞으로는 덜 행복하고 덜 불행한 그런 삶을 좀 살아보고싶다
가능할까는 뭐 두고보면 알겠지? ㅎㅎ
2013.04.17.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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