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꽃을 사오자마자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총 열 시간을 투자해 대충 사온 꽃들을 정리했다.
오늘은 우리집 여자들의 모임이 있던 날이었는데 12시까지 종로까지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꽃도 심어야해서 그냥 패스.
재밌게도 우리집 여자들은 왜 다 운전을 안하는 지, 하나만 운전을 해도 여주다녀가는 게 쉬울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ㅎㅎ
조카졸업식에 다녀온 후 서울에 가본 적이 없으니 벌써 두 달. 어떻게사는 게 정답인 지는 모르겠다만 이리 시골구석에 혼자사는 것도 아직까진 그리 나쁘지 않다.
어쨌든 아침에 통화를 했는데 조카 여섯중에 가장 막내고 사야가 결혼하던 해에 태어났던 작은 언니 아들이 다음주 월요일에 군대를 간단다.
세월이란 참 신기한 건 맞는 거 같다. 시부모님 오셔서 작은 언니집에 묵으실 때 그 놈은 갓 사개월이 넘은 갓난쟁이였는데..ㅎㅎ
만 이십년의 세월동안 그 놈만 성장한 건 아니다. 사야도 그 시간을 지나며 많이 아주 많이 성장했으니까..^^
우짜든둥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야의 야심작인 에코비료가 저리 멋지게(?) 완성되었다. 시어머니 비료는 까만색이었는데 재를 섞어서인 지 사야의 비료는 저런 색이다만 달걀껍질을 빼놓고는 거의 다 썪어서 신기하다.
오늘 옆옆집 분들이 비료를 나눠주시겠다고 해서 ' 저는 비료 만들었는데요?' 하는데 어찌나 스스로 대견하고 또 뿌듯하던 지..ㅎㅎ
예전엔 주로 큰화분들을 샀었지만 비용절감차워에서 이번엔 거의 미니화분을 구입했다. 그래 구입한 것중 화분에 심을 것들을 저리 다 분갈이를 했다. 하도 꽃을 사날라서 저 하얀 플라시틱 화분은 집에 넘치더라..^^;;
반대쪽에서 바라본 모습. 저 가운데 붉은 철쭉도 작은 화분사서 분갈이 한건데 나름 근사하다.
윗사진에서도 보이지만 수곽에도 이리 부레옥잠화를 넣었다. 작년까진 다섯 개씩 넣었는데 퍼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라 역시 비용절감겸 세 개씩만 넣었다..ㅎㅎ
그 옆으론 왕성해진 접시꽃, 그리고 부레옥잠화필 때 색상조화 이루라고 하나 가져다 심은 원추리, 또 이번에 새로 산 역시 미니 남천이다.
나머지들은 저리 화단경계처럼 줄줄히 심었다.
사진으로 보니 새삼 실감이 난다. 사야가 얼마나 열심히 마당정리를 했는 지를.
사야는 결코 부지런 한 사람은 아닌데 저 사진을 보니 우렁각시라도 다녀갔나 싶다..ㅎㅎ
구석엔 이런 모습. 오른쪽의 놈들은 꽃집아저씨가 서비스로 주셔서 마지못해 심었다..ㅎㅎ
그리고 그 옆으론 트리안이 이리 귀엽게 자리 잡았고..^^
그리고 그 옆으론 다시 샤피니어가 등에 매달렸고 그 밑으론 새로운 으아리들이 그 앞으론 미니장미들이 자리잡았다.
개 집이 있던 자리엔 꽃잔디로 대충 저리 경계를 잡고 뒤에는 백일홍씨를 잔뜩 뿌렸다. 뒤에 있는 건 개집에 가려 이년이나 빛을 제대로 못봤는데도 여전히 살아있는 고마운 찔레.
황금마삭줄은 작년처럼 저리 심었고 오른쪽엔 노란 덩쿨장미다. 오늘 심었으니 예쁜 꽃을 빨리 보고싶은 마음.
저 넝쿨장미는 빨강과 분홍도 심었다.
다 심고나서 올들어 처음으로 양말을 벗고 심은 꽃들이며 잔디에 듬뿍 물도 주었다. 그리 넓지도 않은 마당인데도 물을 다 줄려면 한시간도 넘는 시간이 걸린다지.
저기 심은 게 분홍장미. 일하다 늦게 찍어 햇살에 문드러졌다만 저 산속에 요즘 진달래와 새순이 나오는 나무들이 한창이다. 집안에 앉아서도 저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겨우내 집안에 두었던 그네의자를 드디어 내놓았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잠시지만 백만 년만에 저기 앉아 책(!)을 읽었다.
이제 이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평정심을 찾아가는 걸까? 아니 사야인생에서 평정심이라는 게 있긴 있었던 걸까.
이 동그란 집에서 사야가 혼자서 누리는 이 평온함의 정체를 사야는 아직 잘 모르겠다만...
우짜든둥, 사야의 마당에 드디어 표정이 생겼다.
오늘도 씨를 뿌렸으니 또 설레고 조바심내며 기다리는 시간이 있겠다.
아무리 날씨가 난리부르스를 추더라도 날마다 올라오는 새싹이,
꽃망울을 터트릴 뭔가가 자라는 이 봄은 설레임 그 자체다.
2013. 04. 1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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