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혼자 산다는 것

史野 2013. 4. 22. 23:44

도저히 혼자는 못살 것 같은 사야가 요즘 혼자 너무나 잘 살고 있다

아니 그냥 잘사는 게 아니라 혼자임을 아주 만끽하고 있다..ㅎㅎ

 

혼자산다는 건 참 자유로운 거구나, 를 온몸으로 체험중이다.

집을 개판으로 해놔도 뭐란 사람도 없고 씻고 싶을 때 씻어도 되고 (이게 요즘 사야가 손님을 거부하는 이유다..^^;;) 이 일하다 하기 싫으면 저 일하고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안하고 말이다

남이 어지른 건 용서가 안되는 데 왜 내가 어지른 건 마구 용서가 되냐 이 말이지..하하

 

예전에 남편이 가장 이상적인 평수가 70평이라고 해서 사야가 기절한 적이 있는데 지금 사야가 혼자사는 이 집이 구조가 좀 특이해서 작아보이긴 한다만 그래도 복층까지 삼십평이 넘는데 사야는 그 공간들을 오지게 잘 쓰고 있다.

예전 삼십평에 혼자 살던 지인이 침실과 부엌만 쓴다던데 사얀 방 두개, 화장실 두개 책상 세 개 보일러실겸 세탁실, 거실은 당근이고 그리고 복층에 현관까지 아주 알뜰하게(?) 쓰고 있다니까..

그것만이냐 데크의자에 마당 그네의자도 모잘라 울 새깽이들이 쓰던 쇼파까지 사용한다는 믿지못 할 이야기..^^

 

그래 사야의 저 어마어마한 공간을 청소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문제는 사야가 청소를 전혀 안한다는 거고..ㅎㅎ 진짜 봄날 같았던 오늘 드디어 서가청리부터 시작했다.

포장이사하는 분들이 대충 꽂아주고 간 걸 나름 정리를 하긴 했었는데 체계적이지도 못했고, 요즘은 책도 거의 안 읽으니 먼지투성이인 곳을 말이다.

책정리하는 것만큼 힘들면서도 기분좋은 일이 또 있을까

전에 썻듯이 도쿄시절, 배송비쌀 때 사놓으면 어차피 독일로 돌아가는 짐값이야 회사가 지불하니 읽고 싶은 책들을 마구(?) 주문했었다

덕분에 책장엔 고맙게도 읽지않은 책들이 어마어마하더라.

한 면은 미술, 인문학, 문화쪽으로

또 한 면은 한국사와 조선관련책등 한국관련으로

나머지 한 면은 일본중국관련, 독일어책, 문학이나 그외 잡다식으로 정리를 했더니 아주 기분이 좋다

정리를 하다보니 사야의 구멍을 메꿔줄 그 책들을 빨리 읽고 나름은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간절한 욕망이 오랫만에 올라오더라.

남친이 쓰던 미니서재엔 DVD나 VCD같은 걸 옮겨다 놓았다

 

 

여기까지 쓰다 모님과 아주 오래 통화를 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 코드가 같은 사람들을 바라며 글을 쓴다만

가끔은 코드가 전혀 다르고 가치관이나, 사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역사관'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코드가 다르거나 가치관이 다른 건 사야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만 역사관이 다른 건 조금 문제이긴 하다.

 

나란 인간,

그러니까 사야말고도 한 인간을 지금 그게 몇 살이건을 떠나 규정짓는 많은 요소가 있는데 사야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역사관이다.

나란 인간이 어떤 역사속 산물이며 그 역사가 내게 미친 영향이 이떤 것인 지를 고민하는 삶이냐 아니냐의 차이랄까.

어쨌든 사야는 요즘 사야랑 코드는 전혀 다르지만 무지 귀엽고 자기 생각이 강한 어떤 사람때문에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사야에게 대놓고 ' 당신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요, 아 당신은 최악이군요' 하는 데 성장 안하면 그게 바보지..ㅎㅎ

 

사진도 올리고 어쩌고 할렸는 데 그건 지금으론 불가능하다.

사야가 지금 혼자도 이리 행복한 건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그래 사랑은 늘 뭔가를 다 덮을만큼 위대하다.

 

짱가놈은 또 뒷통수를 치고 

 (너 정말 내게 다시 연락하면 나 니 부산 본가까지 찾아간다. 네가 아무리 어쩌고해도 네 마누라는 네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네 아들의 엄마다. 친구로서 경고한다.  이혼할 거 아니면 마누라한테 잘해라. 네 아들이 커가는 데 너 어쩔려고 그러는데?)

그래 사야도 이렇게 블로그를 핑계삼아 짱가놈 뒤통수치고..ㅎㅎ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라구, 블로그에도 들어오지마라!!!)

 

행복한 일들을 올리려고 연 창인데 이렇게 되어버렸다만

결론은 버킹검이듯이 술취한 사야도 지금 횡설수설

그럼에도 불구하고..ㅎㅎ

 

이런 저런 생각에 복잡하다만

올해는 잡초뽑고 꽃가꾸고

책읽고 고민하고 사야가 공부하며 정리하려 한 것들도 하고

아니 가능하다면 조금 더 나은 연구도 하고

 

혼자라 가능한 이 모든 일들..

한달에 한번 쯤은 나를 원하는 남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남자랑 섹스도 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

 

 

 

 

 

2013..04. 22.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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