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드디어 깁스를 풀었다
아 병원에 가서 푼 건 아니고 그냥 사야 혼자 맘대로 풀었다..ㅎㅎ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날.
시골에 살면 부지런하고 아니고를 떠나 꼭 그 때 해야하는 일이 있는데 잡초를 뽑거나 꽃씨를 뿌리거나 뭐 그런 일이다.
올해는 잔디도 살려야하는 절대절명(?)의 사명도 있는 봄인데 아무리 팔을 다쳤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왼손으로 젓가락질도 하는 마당에 호미질을 못할소냐
오른팔은 깁스를 했다만 살아있는 왼손으로 잡초를 뽑기 시작한 두 시간
햇살은 따뜻하고 노동으로 땀도 날 지경인데 도저히 안되겠더라
그래 들어와서 가위로 쓱쓱 잘라 깁스를 풀었다.
해도 좋은 데 상처도 바람맞고 햇살받고 그래야 빨리 아물거 아니냐고..ㅎㅎ
어쨌든 저게 저래보여도 수백개의 잡초다..^^
놀랍게도 상처가 아무는 수준이 정말 빛의 속도다
처음엔 손가락만 움직여도 저 은하계만큼 먼 팔꿈치가 미친듯이 아팠는데
깁스를 풀고 주먹을 힘있게 쥐어보니 이젠 상처에 닿는 아픔이 전혀 없더라지
병원에 같이 갔던 사람은 또 그렇게 술 마셔보라고, 상처 덧나 난리도 아닐거라 협박했다만
다친 날 부터 매일 포도주를 한병씩 비워도 상황은 좋아지기만 한다네..ㅎㅎ
아 물론 다 나았다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두 팔로 자판을 두드려도 아프지 않는 건 천만다행이다.
병원에서도 상처는 남겠지만 사는 데 불편을 없을 거라 했다던데 그럼 되었지 뭐가 문제냐구
살다보면 다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니 사얀 너무 자주 다쳐 문제인가..ㅎㅎ
오늘도 왼손으로 호미들고 잡초를 뽑으며 든 생각
아 워낙 발달하기도 했지만 이리 왼손을 자꾸 쓰니 사얀 우뇌가 더 발달하겠구나...하하하
아시다시피 사야의 좌우명이 '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 인데 세 시간 넘게 잡초를 뽑으면서도 내 그런 생각에 혼자 웃었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잡초야 더 미친듯이 올라오겠지만 우선은 오늘 왼손으로 마당의 반은 뽑았네.
담양갔다 새깽이들 간식사러 광주에 나간 길에 아쉬운대로 저리 꽃씨들도 좀 샀다. 여섯 종류가 지금 뿌려야하고 나머지는 다음달 중순까지 기다려야한다더만 씨뿌리는 일은 늘 설렌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도착한 저 세탁기.
삼성이나 엘지것도 아니고 싸단 이유로 대우걸로 샀는데도 평생 세탁기란 건 써본 적이 없는 여자처럼 감동에 감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모래실에 세탁기가 없어진 지 근 오개월만이니 그 감동이 무리는 아니다만 건조도 되는 최첨단 세탁기를 십년 전에도 썼던 사야가 이러는 건 좀 오버긴 하다..ㅎㅎ
모래실에선 근 칠개월 가까이 난로를 땐다.
남친은 여기와 겨우 한시간 넘게 머물면서 장작은 누구보다 많이 패고, 사야가 산에서 줏어다 놓은 나무들도 절단기로 저리 다 잘라놓고 갔다.
팔을 다치지 않았다면 절단기 사용이야 사야도 가능하다만 그래도 감사..^^
왼손으로 식사도 가능하고 호미질도 가능한 시간이 또 가고 있다
어쨌든 그리 오지게 다쳐놓고 일주일만에 이리 두 팔로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고
이 일로 사야가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 게 가장 다행한 일이다,,
2013.03.27.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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