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사야는 회복중..^^;;

史野 2013. 3. 26. 22:45

지난 글을 쓸 때는 왼손이기도 했지만 (아 지금도 왼손이다만..ㅎㅎ) 오른 팔이 아파서 자세히 쓰지 못했는데 뼈가 부러진건 아니고 팔꿈치 부근 근육이 좀찢어져 꿰맸다

 

상처부위가 완전 헤지고 작은사과만큼 부어올랐고 첫번 째 병원에선 신경손상 가능성도 언급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에서 마무리.

처음엔 오른 손가락에 힘을 줄 수도 없이 아팠었는데 그것도 많이 좋아졌다.

 

역시 대충쓰느라 오해의 소지가 있었는데 사야의 생쇼를 관람하고 이 병원 저 병원 일곱시간 가까이 밤새워 고생을 한 건 짱가놈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짱가놈은 다쳤다니 일하다말고 이것 저것 또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나 장작패주고 어쩌고 감동스러웠단 이야기..ㅎㅎ

다쳤다니 남친도 세상에 그 멀리서 아무것도 못한다며 당장 데리러 오겠다고 어찌나 난리던지

짱가놈이 오기로 했다니 그제야 안심이라는데 정말 고맙더라.

 

둘째 날은 또 그 상해시절 친구놈이 포도주배달겸 나타나선 열시 가까운 시간 장작을 패주겠다고 난리. 결론은 짱가놈이 패놓은 장작을 소비하고만 갔다만..ㅎㅎ 그래도 역시 고마왔다.

 

금요일엔 병원에 가야하니 그 손으로 샤워하고 옷갈아입고 하는데 또 설움 한바가지..ㅎㅎ

분당병원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두시간 반가량. 치료시간은 십분..^^;;

 

참 이번에 파상풍주사를 맞았는데 그것도 동의서 싸인이 필요하더라 가족이 아니면 안된다고 해서 직접하는데 그것도 서러웠다..ㅎㅎ

정말 사야처럼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 사람은 절대 아프면 안되겠단 생각.

 

이 웃기는 의사인지 레지인 지 하는 놈들. 아니 이름 물어보는게 뭐가 문제라고 그리 승질들을 떨어대는 지 사야가 그 와중에도 진상 좀 부렸다. 나를 치료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 것 그게 기본 아닌가?

 

우짜든둥 여주오는 차를 타러간 성남터미널엔 정읍가는 버스가 있더라. 표를 사고 나와 담배 한대 피우는데 미친듯이 새깽이들이 보고 싶더라는 것. 준비를 하고 나온 건 아니었지만 시간대도 얼추 비슷하고 고민하다 결국은 표를 바꿔 정읍으로..ㅎㅎ

 

두 팔도 모자란데 겨우 한 팔을 가지고 삼주만에 내 새끼들을 보러 갔다네.

새끼들은 말할것도 없지만 남친도 그랬고 꼭 친정집에 다녀온 기분. 이번엔 '아 내게도 이럴 때 와서 쉴 곳이 있구나' 뭐 그런 기분이었달까

원래는 잠시만 있다 올 생각이었는데 화요일인 오늘은 병원도 가야하고 여주에서 병원까진 차편도 불편하니 그냥 사박오일 있기로 결정.

 

결론은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으로 오늘 병원은 못가고 남친이 여주까지 사야를 데려다 주고갔다

덕분에 숙원(?)사업이었던 세탁기도 사고 봄이오면 공사하려던 변기도 간단히 뚫었다.

화장실이 두개니 혼자사는 사야로서 큰 불편은 없었다만 그래도 스트레스였던 건 사실.

 

이런 시골집에 살다보면 남녀 힘차이를 절절히 느낀다.

사야야 유별나게 힘이 없는 여자중 하나이기도 하다만 실리콘 총 쏘는데도 실패. 사야가 수십 번 해도 안되던 변기도 남친은 두 번만에 성공.

지구력, 체력이라면 사야도 만만치 않은데 슬프게도 이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좀 알겠다

그리고 사야가 그렇게 구박하던 남친이 은근히 한 일도 많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사야가 했던 일에 남친이 했던 일 까지 불가능한 일 말고도 힘에 부친다

 

일주일간 네 명에게 도움을 받았다.

인간은 아니 거창하게 인간이 아니라 사야는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또 실감했다

혼자라는 건 너무도 서러운 일이다.

 

그래 이젠 이 외진 곳에서 이웃이 없어도 신경 안쓰고 나름 사야도 진화한다만

그리고 이젠 혼자 집에 있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다만

만약 사야가 혼자있다 그렇게 다쳤다면, 그 피를 흘리며 혼자 병원에 가야했다면 생각만으로도 넘 끔찍하다

 

사실 이 독한 사야는 지금 컨디션이 엉망인데 이리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이 것 또한 사야가 삶을 버텨내는 한 방식일거다

댓글은 못 남겼지만 걱정해준 그대들 다 고맙다.

 

아 사야, 이 글을 백만년 동안 쓰다보니 중간에 전화도 받고 또 난리도 아니다만'

사얀 또 이렇게 삶을 버티고 또 하루가 저물어가고..

손가락부터 겨드랑이까지 깁스한 주제에

치과에 가야하는 날 오지게 다쳐 일주일 째 밥도 제대로 못먹는 주제에

기분은 열나 좋다네..ㅎㅎ

 

 

 

담양에서 사야의 잠자리. 저 날 좀 미리 폈더니 울 시끼들이 먼저 진을 쳤다. 이불안에 벌써 들어가 안 보이는 놈이 울 아끼.

다행히도 깁스한 팔을 직각으로 해 놓고 자면서도 저 놈들과 별 문제없이 지내다 왔다.

 

그래 다시 홀로 여주다

혼자 앉아 이 불편한 깁스를 풀까말까 고민하는 시간

이 천방지축인 사얀 아직은 멀쩡하다

 

 

 

 

2013.03.26.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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