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사야는 사는 게 재밌다..ㅎㅎ

史野 2013. 3. 11. 22:10

지난 번 글을 올리고 나서 참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이게 블로그의 장점이다.

사야주변에선 그런 이야기들을 해줄만한 사람이 거의 없으므로 여기다 그렇게 글을 올려놓지 않았다면 사야가 어디서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겠는가.

 

구병시식은 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남친과 통화를 했는데 어젠 사야도 한 번 뵌 적이 있는 어떤 스님을 언급하더니 오늘은 사야의 그 절집을 접수하신 분이 하신다는거다.

지난 번 구경갔을 때 잠깐 뵌 적이 있는데 솔직히 사야로선 그런 의식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분이다.

 

남친이랑 그 어머님이 사야에게 구병시식을 자꾸 권하시는데는 여기 쓸 수 없는 이유가 있는 데 어쨌든 오늘 어떤 분께서 사야의 아버지가 걸렸었다신다.

그 사랑하는 막내딸이 이리 힘든데 도와주고 싶어하실거라는거다. 문제는 그 세상에서 도와주려는 건 사야를 더 힘들게 할 뿐이라나?

사야는 아직 그런 걸 믿는 경지까진 아니다만 그 말이 왜그렇게 절절히 와닿던 지..

 

문제는 아빠가 (여전히 아빠라고 해서 민망하다만 사야에게 아빤 여전히 아버지가아닌 아빠다) 사얄 정말 사랑하고 이뻐해주신 건 맞는데 정신과상담을 받고 날이면 날마다 사색(?)에 잠겨 내면을 들여다보다 사야가 발견해낸 건 사야의 이런 삶에는 아빠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

 

예전에 아빠의 교육방침같은 글을 올린 적이 있다만 아빠는 그 어린 사야에게 너무나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셨다.

사야가 이렇게 멋진 게 다 아빠 탓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니까..ㅎㅎ

울 아빠도 사야가 이렇게 특별한 인간이 되는 데 아주 한 몫을 제대로 했더라니까..^^

 

아시다시피 사야가 아직 세탁기를 못샀다. 그게 세탁기를 놓아야 할 보일러실이 더러워서 였는데 너무 춥기도 했고 사야가 거의 폐인모드다보니 보일러실을 청소할 엄두가 안났기 때문이다.

서울에 집이 있을 땐 그래도 왔다갔다하며 빨래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손빨래도 귀찮고 그냥 놔둔 상태.

근데 세상에나 오늘 샤워를 하고 속옷을 찾으니 팬티가 딱 하나 그것도 망사팬티 하나 있더라.

안 입을 수는 없으니 입긴 입었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 지, 그런 걸 입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도 웃기고 그게 여전히 서랍장안에 있다는 것도 웃기고..ㅎㅎ

가장 웃겼던 건 망사팬티를 입는 이유가 뭔데 버젓이 그것도 영어로 NO TOUCH 라고 써져있더라지..^^;;

 

사야가 산울림을 참 좋아했다. 그 중 ' 창문넘어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어쩌고 하는 그 노래를 참 좋아했는데 얼마전부터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꾸 김창완씨의 악역연기가 생각나 아주 짜증스럽다.

아마 나가수의 산울림 특집때 본 이후부터인 것 같다.

악역연기뿐 아니라 그날도 그냥 저 노래랑 너무 안 어울리는 표정에, 멘트를 날리는데 아 정말 사야의(?) 김창완은 어디갔나 싶더라지..ㅜㅜ

 

만약 송창식씨가 그렇게 악역연기에 도전한다면 사야인생은 많이 아주 많이 더 괴로와질 것 같다..^^;;

 

처음, 이라는 단어

늘 설레는 말일거다

사얀 오늘 또 누군가와 처음으로 통화를 했다

마흔 일곱이나 되었지만 처음은 늘 설렌다.

 

오늘 사실 친구놈이 포도주를 배달해주기로 한 날인데 여러 사정상 못 했다.

그럼 그런거지 뭐 그런다고 이 착한 놈은 또 이 밤에라도 가져다줄까 전화를 했더라

아 진짜 금수저 물고 태어난 줄 알았던 놈이 그리 애쓰며 사는 것도 감동인데 처음 만났을 땐 재수땡이였던 놈이 변해가는 걸 보는 모습도 좋다. 인간은 정말 고생을 해봐야 사람이 되나보다..ㅎㅎ

 

사야를 진짜 좋아하고 이해한다는 사람중에서도 사야를 오해하는 게 하나 있는 데 사얀 단 한번도 살면서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이 없다

삶이 힘든 거랑 살고 죽는 문제는 다른 거니까

사야가 총맞았냐? 이 삶을 스스로 포기하게? ㅎㅎ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그리고 베를린 천사의 시였나 그 영화에서도 막 천사들이 삶으로 내려오고 그러지 않냐고.

 

사야는 이렇게 고통스러워도 사는 게 좋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죽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미쳤냐? 왜 죽니? 세상엔 멋진 것 맛있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이 투성인 걸.

그리고 사야는 환갑이 넘도록 섹스하며 살 거라니까..ㅎㅎ

 

상기했듯이 구병시식이란 글을 올리고 나서 참 흥미로운 하루를 보냈다

물론 사얀 오늘 사야입장에서 엄청날 일들도 해냈다

사야가 요즘 난로애서 나온 재랑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 에코비료를 만들고 있는데 그것도 좀 신경쓰고

나뭇가지도 주었다. 나뭇가지를 주을 때마다 꼭 다람쥐가 된 듯해 기분이 참 좋다.

 

새로 이사오신 분들 나뭇가지 줍는데 산에 다녀오시며 꼭 같이 한 번 가자시더라

그러며 자기들 별 말 안한다네?

하하 누가 무슨 말 한다고 그랬냐? ㅎㅎ

뒷산은 길이 없는데 그 길을 이 아저씨 일일히 잔가지 잘라가며 만드셨다더라.

우리 뒷산 이름이 달걀봉인데 오늘 이 분 계란봉 같이 가자고...하하하

 

처음엔 일호집 아주머니가 호칭이었는데 이젠 이여사님 그러다 머뭇머뭇..^^

일호집 아주머니도 웃기지만 이 여사님이 뭐냐..ㅎㅎ

아 정말 한국은 호칭이 너무 어렵다

그냥 외국처럼 직책에 상관없이 성에 남성여성 차이만 해서 부름 좋을텐데 말이다.

 

그래 또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간다

오늘도 사야에겐 참 힘든 날이었다만 비공개댓글이며 전화로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여기선 그만 할란다

내일은 정말 천지가 개벽하더라도 정신과에 가야하는 날이고

그래서 고기공놈이랑 비어플러스에서 약속도 잡았다만 사야야 뭐 일어나야 가는 거지..ㅎㅎ

 

 

 

 

2013.03.11.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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