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史野 2012. 8. 22. 22:14

 

 

가을장마사이로 햇살이 살며시 비추웠다. 매번 마당의 잡초만 뽑다가 맘잡고 꽃밭(?)쪽의 잡초까지 거의 싹 제거를 해버렸다. 거기다 남친의 도움을 받아 예초까지 했더니 갑자기 드넓어진 사야의 마당. 막상 잡초를 뽑고 보니 옮겨심어야할 나무들도 있고 여전히 할 일은 태산이다만 그래도 기분은 참 좋더라지.

 

 

 

큰 비에 쓰러지고 옮겨심고 어쩌고 보기엔 중구난방처럼 보인다만 저렇게 만들기까지 사야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 지 아시는 분만 아실거다..ㅎㅎ

거기다 모공주님께서 대선후보가 되셨다는데,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대힌민국의 대통령이 되실 가능성(!)이 있다는데, 속에서는 천불이 나고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지만 이 산골에서 사야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잡초나 쥐어뜯는 일.

 

 

 

정신없었던 대문쪽도 이리 얌전히(?) 자리를 잡았다. 사진에서야 풀을 막 깎아놓아 푸르러보인다만 저리 될려면 백만년은 걸릴걸? ㅎㅎ

사야가 요즘 남친에게 고맙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운건 나이 마흔이 넘어 드디어 쌍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데 어쨌든 마구 쌍욕을 하며 가히 폭력적(?)으로 잡초를 뽑고 다녔더니 그나마 속이 좀 나아지더라지.

 

 

 

재밌었던 건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 저리 햇살도 있고 하늘도 대충 파랗더만 가는 빗줄기도 아니고 한동안 쏟아지니 신기하더라.

 

 

 

줌을 당겨보니 이런 모습. 서울로 튀 올라가 친구놈이나 붙잡고 이 놈의 더러운 세상 어쩌고 핏대를 올릴까도 생각했는데 그냥 이렇게 잡초뽑고 신비로운 자연에 맡긴 게 더 치유가 된 것 같다.

 

 

 

의자는 축축하지만 이 깔끔해진 마당에서 술한잔 안하면 안되지.

사개월밖에 안남은 이 시간에 세상이 뒤집어질 뭔가가 없을까, 도대체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대통이 누가 된다고 미래가 바뀌냐고 하지마라 단순하게만봐도 한국 돌아와 묘한 대통령의 말발에 미친x이 다 되어가는구만 왜 상관이 없겠냐..ㅜㅜ 거기다 사얀 공주님이 대통이 되면 국적을 바꿀 생각이었는데 이젠 그 기회도 박탈당했다 

 

혼자 고민하며 앉아있는데 그래도 시골의 밤은 아름답고 공기는 신선하더라.

(아 카메라가 조금만 좋았다면 그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을텐데 이 한스런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ㅜㅜ)

 

 

 

어쨌든 사야가 날이면 날마다 밖에 앉아 고민하는 건, 아 물론 아무 생각 안할 때도 있다만..ㅎㅎ 자꾸 쳐다보면서 저 집의 단점을 어찌 보완하냐인데 그런 생각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어찌 이런 심령스런 사진이 나왔다.

당근 담배연기가 렌즈를 감싼거다..^^;;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만 그게 다 돈이랑 연결된다는 것도 뭐 한숨나오는 상황이긴 하고 말이다.

 

 

 

역쉬나 후레시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었지만 여전히 사야를 행복하게 해주는 저 분꽃들. 지금 꽃을 피우는 것들이 꽃씨 세 개 분량이니 정말 어마어마한 번식이다.

거기다 갑자기 저 으아리꽃이 피었네. 풀을 뽑고보니 왕성하게도 자랐던데 혹 앞으로도 꽃을 보여주려나? 아님 날씨때문에 갑자기 반란? ㅎㅎ

 

저기 흰점들은 다 날벌레들이다. 자연에 살려면 모기 파리 거미 사마귀 개구리 뱀 거기다 말벌까지 그 모든 것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삶이 쉽지 않다. 뭐 굳이 친구하라는 건 아니고 그냥 너희들도 생명이구나, 란 생각을 하는 정도? 물론 유감스럽게도 모기나 파리는  아직 사야에게 존중받아야할 생명의 대상은 아니다만..-_-;;

그래도 사년넘게 자연속에 살다보니 여기 물리고 저기 물려도 그러려니, 샤워하려고 들어간 욕조속의 이상한 벌레도 살려보내려 애쓰는 그런 이상한 내공은 생기더라..ㅎㅎ

 

 

 

밤부터 비가 내 내리고 온도가 갑자기 확 떨어져서인 지 으실으실하기에 정말 오랫만에 난롯불을 피웠다. 저런 순간엔 프로메테우스에게 108배라도 하고 싶은 심정..^^;; 추위에 워낙 약한 울 호박이도 지 쇼파에서 꼼짝도 안하더라지.

 

 

 

비가 어느 정도 내리나 가늠하려고 잠시 나갔더니 옆집에 걸려있던 저 멋진 거미줄. 아 저것도 카메라가 좋았다면 진짜 느낌이 살아났을텐데..ㅜㅜ  어쨌든 그 엄청난 비에도 저리 거미줄이 여전히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번 신기하다.

 

 

 

비가내리던 관계로 급히 들어오다 만난 부레옥잠화 (이건 카메라탓이 아니라 찍은 사람탓이다..ㅎㅎ) 비가오는데도 저리 꽃을 피우는 게 역시 넘 신기하고 바로 뒤의 저 봉숭아는 작년엔 우리집에 없던 색이다. 가물고 어쩌고 하면 꽃잎 색도 변하는 건가 싶게 마음에 들 정도로 작년에 있던 두 가지색의 중간정도의 색이다.

 

 

 

오늘의 대박(?)은 이 것.

거미줄을 찍으러 옆집 마당에 갔었는데 거기서 본 우리집이 너무나 너무나 또 너무나 지저분하더라는 거다

저게 부엌쪽에서 나오는 문이고 사야입장에서야 집 뒷쪽 쓰레기를 모아놓거나 그러는 공간이긴하다만, 거기다 남친공간(?)이라 여기 주절주절 떠들고 싶은 생각도 없다만, 그리고 무엇보다 사야가 저 공간이 더럽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만!

 

그래도 바깥쪽에서 보면 그렇게까지(!) 지저분해 보이는 줄은 몰랐기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일년에 몇 번 안 나타는 사람들이긴해도 저걸 여태 보고 있었나, 싶은 게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 지

솔직히 사야 옆집이 그렇게 살았다면 '이게 당신 혼자 사는 공간이냐고 좀 치우고 살자고' 컴플레인 했다에 백만원건다..^^;;

 

너무 놀라 돌아와 어디 나갈 일도 포기하고 몇 시간동안을 미친듯이 치우고 정리하고 가리고 한게 그나마 저 모양이라는 것..ㅎㅎ

안그래도 사야가 스트레스 엄청 받는 공간이고 저걸 어찌해 볼렸더니 일하기 싫은 우리 단골분 천만원이나 되는 견적을 성의없이 뽑길래 포기한 공간이고, 또 남친과 집에 함께 있는 한 해결 안될 공간이기도 하다만..^^;;

 

 

 

그래도 대충 치우고 그 집에서 바라본 울타리 한 컷. 원래는 저 울타리도 없고 저 경계석이 전부였던 집이라  이웃집 입장에서야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말이다..ㅎㅎ

요즘은 여름이라 저 문도 내 열어놓고 살았는데 그 안 선반도 어찌나 정신이 없던 지 대충 정리. 참 사람이 본의아니게 남에게 피해주며 살 수도 있구나를 절실히 느낀 날이었다지.

아 반성만 하기엔 조금 억울하고 자기들도 저기에 꽃이나 나무같은 것들 좀 심어주면 안되나? 세 집이 나란히 있는데 나머지 두 집은 집 살때의 원형보전의 법칙을 너무나 철저히 지키고 있어 가끔은 속상하다지..^^;;

꽃이나 나무를 심었으면 울 집의 저 지저분한게 한 보였을 거란 말씀!

 

근 이년이 되어가는 시간이니 세 집이 동시에 가꾸웠으면 황토주택에 참 볼만했을테고 집가치도 함께 올라갔을텐데 하는 생각도 있고 말이다.

어쨌든 치과갈 돈, 독일갈 돈도 써버린 주제에 카메라 타령을 하고 있는 걸보니 사야가 살아나고 있나보다. ㅎㅎ

 

내일 남친은 집을 구할 목적으로 이박삼일 예정으로 전라도에 내려간다는데 정말 일이 진행되어가고 있는 건지 아닌 건 지  흥미진진한 시간들이다.

사야가 서울에 집을 구한 지 벌써 칠개월이 다 되어간다. 반년이 넘는 시간인데 진짜 이 모래실에, 아니 사야 인생에 강한 바람이 불어 올 건 지.

저 집을 구하고 저리 돈들여 울타리를 친 것도 다 울 새깽이들때문이었는데..

 

점쟁이 말이 빠르면 구월부터 사야인생이 핀다던데 그 말 함 믿어볼까나? 하하하

새깽이들이 우선은 가장 중요하고 남친일이 어떻게 진행이되나 그 추이를 지켜봐야겠다만 사야는 지금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사야가 이 집을 지켜내기 위해 해야할 일이 뭘까.

그냥 고민이나 걱정없이 어떤 일이 일어나나 지켜보기로 했다니 울 정신과샘 무지 감동하고 칭찬하시던데, 그래 지금으로선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날 건 지 기다려볼 뿐.

 

 

 

 

 

2012.08.22.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