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승호네가 온다고 해서 손님맞이겸 국화 화분을 네 개 샀습니다. 마당에 피고 있는 꽃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화사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싶어서요. 사실 사고싶은 종류는 따로 있었는데 제가 가는 꽃가게에는 없더라구요.
저 노란국화는 왜이리 쥐파먹은 모습이 되었냐면요
저리 항아리에 꽂는다고 잘라내다보니 이 바보같은 사야가 옆에서가 아니라 중간에서 덥썩 가위질을 해버렸거든요..ㅎㅎ 오른쪽 국화가 제일 마음에 드는 종류네요.
잘 안나왔는데 위의 붉은 가지는 저기서 잘라왔습니다. 조팝나무인데 논두렁에 자리잡아 봄엔 하얀꽃으로 가을엔 저리 빨간잎으로 저를 행복하게 해주네요. 저거 자르러가다 논에 푹 빠졌습니다..^^;;
모래실의 사계절이 다 마음에 듭니다만 가을이 되니 따뜻한 햇살이 너무 좋습니다.
낮엔 집안보다 집밖이 더 따뜻한 관계로 열심히 일을 했지요. 코스모스며 이런 저런 것들을 다 걷어냈습니다. 아 물론 지금은 저것보다 깨끗해졌구요. 나팔꽃이나 유홍초는 울타리와 병을 칭칭 감고 올라간 관계로 잘라내는데 고생 좀 했네요. 이제 저 울타리에 오일스텐을 발라줘야죠. 마당있는 집에 산다는 건 정말 보통 부지런해서는 힘드네요.
국화를 저리 꽃병에도 꽂았습니다..ㅎㅎ 토요일엔 하필 오후 두시부터 야구경기가 있어 찬란한 햇살이 아닌 집구석에서 응원하려니 좀 억울하긴 했습니다만 지기까지 해버렸네요..^^;; 어제도 져서 한국시리즈를 못나가게된 게 너무 아쉽습니다. 요즘 사야생활에 그나마 활력이 되는 일이었는데 말이죠.
밖에서 일을 하면 네 놈이 쪼르르르 밖으로
안으로 들어오면 또 쪼르르르 안으로..ㅎㅎ
일요일엔 너무 더워 일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는데 월요일엔 빗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안그래도 나무를 옮겨심어야 해서 잘되었다 생각했지요.
왠걸 곧 그칠 듯 했던 비가 하루종일 엄청나게도 내리더라구요. 그래도 오랫만의 가을비라 그런가 참 좋더라구요. 마당에서 일할 엄두는 못내고 음악도 듣다가 빗물모아 데크청소하고 현관문이나 데크문도 막 닦고 그랬습니다. 이런데 제가 이 집을 어찌 포기하겠습니까.ㅜㅜ
어제 난로를 땠어야하는데 일요일 그 더웠던 날 난로를 미리 때는 바람에 쪄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녁내내 데크문 활짝 열어놓은 걸로도 모자라 십분마다 밖에 나가 찬바람을 쐬는 생쇼를 했습니다..ㅎㅎ
아직 수도공사관계로 땔감을 못 시켜서 나무가 없거든요.
그래서 어젠 시험삼아 보일러를 돌려보았습니다. 올 시월은 작년비교 넘 따뜻해서 보일러 돌일 일이 없었거든요. 울 호박이 귀신같이 알고는 가서 눕습니다. 저 자리가 저희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랍니다.
작년엔 거의 난로로 버티고 사실 신발을 신고사는 관계로 보일러가 골고루 들어오는 지 체크할 필요를 못 느꼈는데 어제 다섯시간 가까이 돌리며 여기저기 체크를 해보니 골고루 따뜻하진 않네요. 거실을 좌식으로 바꿔볼 생각인데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다섯시간을 돌렸더니 저 곳이 예전 구들장집처럼 절절 끓어 저 곳에서 좀 지져야겠다(?)란 생각으로 이불을 깔고 돌아섰더니 또 귀신같이들 가서 버티고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다섯이 저기서 다 같이 잤습니다.
황토집인데다 저 돌바닥의 장점이자 단점은 데워지는데 오래걸리지만 식는데도 오래걸린다는 겁니다. 점심때까지도 따뜻하더라구요.
오늘은 언제 비가왔나싶게 거짓말처럼 화창한 날이더라구요. 대충 끝내놓고 누워서 책이라도 읽고 싶었지만 하다보니 또 여섯시간 가까이 마당에서 일을했네요. 그래도 아직도 걷어내고 해야할 것들이 남았습니다..ㅎㅎ
오후 네시인데도 벌써 이런 햇살이 걸리기 시작하고 응달은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햇살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만같은 가을풍경이(마당에 지저분한게 많아 딱 저 모습만..ㅎㅎ) 좋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맘같아선 나가서 좀 걷고 싶었지만 네 마리를 다 데리고 나갈 수도 없고, 한마리만 데리고 나가면 울고불고 난리들을 칠게 분명하므로 눈물을 머금고 참았습니다..^^;;
개쇼파 개집들이 싹 빠지고 잔듸들도 다시 퍼지기 시작하면 훨 깨끗하고 근사한(?) 집이 되겠지만 계속 아늑한 모래실이긴 힘들겠죠?
어쨌든 이번 기회에 청소도 좀 제대로 싹하고 실내배치도 다 새로 해 볼 생각입니다.
집이 깔끔해지면 새로운 희망 새로운 의미가 생길 지도 모르잖아요.
아직 닥쳐본 일이 아니라 제가 이 집에서 버텨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집 치우고 어쩌고 할 계획으로 돌굴리느라 사야가 아주 분주합니다..ㅎㅎㅎ
네 사야가 지난 주보다 많이 살아났습니다..^^;;
2012.10.23.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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