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가을비치곤 정말 억수로 내렸다
마침 그 날은 남친이 간단한 짐을 우선 챙겨 내려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어쩜 그렇게도 쏟아지던 지
아 정말 개들은 남고 개집만 갔는데 그런데도 울컥하며 눈물이 나더라.
저기 저 자리에서 울 새깽이들 동네가 떠나가라고 짖어댔었는데...
남친과 새깽이들이 살 집이 정해지고 남친이 왔다리갔다리 하는 동안 나도 나름 남친이 가져가야하는 짐을 챙기는데
전 남편 생각이 나더라
이 상황은 내가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인데도 짐챙기는 게 짠한 마음이던데 집을 무작정(?) 나가 버린 마누라,
그 마누라 짐을 혼자 챙기던 그 남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요즘은 힘이 많이 들기때문일까 전 남편 생각을 많이 한다.
보고싶다, 란 감정보다 내 인생에서 그 남자를 만난 게 얼마나 행운인가, 라는 그 남자가 내게 해줬던 말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 내겐 나랑 십년을 훨 넘게 살고도 ' 넌 정말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라고 했던 그 남자의 그 말이 참 많은 힘이 된다.
지난 번 피터지는 어쩌고 글을 올렸을 때 어느 분께서도 그런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고민하고 아파하는 당신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라고.
그리고 그런 당신의 모습이 좋아보인다고..
지난 주 정신과샘도 그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라 세상에 당신처럼 있는 그대로 자신의 문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그런데 그게 당연히 잘 안되니까 힘든거라고 그런 면에서 당신은 참 강한 사람이라고..
강한 사람...
남친, 또 새깽이들과 이별을 앞에 두고 있고
오빠하고도 얼굴을 보고 살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십년 지기 친구랑도 끝냈고
지금 내 인생에 얼마남지 않은 사람중 하나인 고기공놈의 남친은 보길 거부하고 있으며
짱가놈하고도 끝냈다
고기공놈이나 샘이나 그나마 이 상황에 짱가놈이 내 옆에 있어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듯 한데 아니다
정신과샘마저 굳이 짱가놈하고까지 끝내야하냐 물어보셨을 정도인 이 사면초가(?)인 상태..
내 바닥이 어떤 건 지 경험해보고 싶다
모두가 떠나가버리면 그리고 그걸 견뎌낼 수 없다면
사얀 이십년 전처럼 정신과 병동에 몇주간 갇히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일개월 단기출가 뭐 그런 걸 해볼 수도 있고
어쨌든 해볼 수 있는 데 까지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극한 상황까지
가능하다면 가보고 싶고 아니 간절히 이겨내보고 싶다.
남편을 버릴 땐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포기했었는데, 이제 남친이 떠나면 이 나이에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를 포기하는거다.
예전에도 언급했듯이 뭐 전남편도 마찬가지였지만 뭔가 조금 다른 의미에서 남친은 또 무조건 내편인 나라면 끔찍한 사람이었으니까.
나답게 산다는 것 도대체 그게 뭐길래 사야는 매번 이런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걸까
그 대안이 겨우 정신병원에 입원해볼까를 고민해보는 주제에 말이다.
모님이나 정신과샘이나 둘 다 내게 왜 회피나 우회가 아니라 정면돌파냐고 묻는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게도
살고 싶어서다 간절히
나란 인간이 어떤 인간인 지, 내가 기억하는 자신은 도대체 어떤 모습인 지, 내 기억이 왜곡된 건 아닌 지,
또 난 얼마나 스스로를 이겨낼 힘이 있는 지
그리고 무엇보다 태어난 거야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이미 태어났고 내 의지와 상관없는 환경에서 자랐고
지금 이런 인간의 모습이 되어있는데, 그게 도대체 내 삶에서 어떤 의미인 지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이해하고 싶다.
이번 토요일 결국 울 새깽이들이 떠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위험한 결정인 것 같아 남친의 동의를 얻어 당분간 씽씽이를 데리고 있어 볼 생각이다.
만약 사야가 이 집에서 혼자 개한마리를 데리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건 사야인생이 백프로 성공하는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사야가 해내고 싶다는 거다.
다음 포스팅을 할 때까지 사야가 멀쩡하길 빌어주길 바란다
울 쌤 ' 선생님 다음에 올 때는 많은 변화가 있겠네요 제가 멀쩡히 오기를 빌어주세요' 했더니
아주 쿨하시게 ' 그냥 오기만하세요' 하시며 웃으시더라지..^^;;
하긴 이런 일을 견뎌내면서도 멀쩡(!)하면 정신과는 왜 다니겠냐고..ㅎㅎ
요즘 사야의 최대관건은 어떤 방법으로 저 잔듸를 다시 살리냐는 거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할 만큼의 노력을 쏟아부으며 하루종일 마당에 붙어 아무 생각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사진에 보이다시피 국화 화분 네 개중 두 개는 땅에 묻었다. 그리고 저 노란 화분은 마당 한가운데 묻었다만 혼자 땅파느라 죽는 줄 알았다..^^
가을햇살이 얼마나 좋은 지 햇살이 비추는 날에는 마당에서 떠나고 싶지도 않은데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는 기사가 있더라
아 눈도 좋아하는 사야로선 그 첫눈도 가서 맞아보고 싶은 소망.
삶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해해보고 싶은 소망..^^
그래 사야는 다시 긴 싸움에 들어간다
왜냐고는 묻지마라,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애를 어쩌겠냐고..
대신 내가 피터져가며 알아가게 된 삶의 진실을 물어본다면 말해줄 순 있겠다만 어차피 인간은 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게 삶 아닌가? ㅎㅎ
미흔 여섯이 되어서 사야는 또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는 길을 선택한다.
사야, 그래도 잘 이겨냘거야 그치?
2012.10. 30.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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