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전 남친이 결국 개 세마리와 짐을 싸서 나갔다
다행히 그 날은 날도 너무 좋았고 혼자남는 사야를 걱정해 고기공놈이 와준 날.
거기다 분명히 고기공놈이 와서 주말을 보낼 거라 말했는데도 오바쟁이 남친 아니 엄밀히는 전남친덕에 그 상해에서 알았다던 놈까지 합세해 무슨 기념파티도 아니고 고기구워먹고 술마시고 생난리를 쳤다지.
정말 차가없으면 이천오백원짜리 담배하나를 사러나가려해도 왕복 만원의 택시비가 필요한 이 곳.
어쨌든 두 놈 덕분에 사야의 생필품인(?) 술과 담배 냉동만두등을 조금 확보했다.
지난 번 기분전환에 올린 것처럼 한동안은 울타리며 창고며 칠할 생각으로 나름 업되어 있었는데 일요일부터 나흘간 뭔 놈의 날씨가 그 모양인 지.
거기다 울 씽구리를 남긴 것 까진 좋았는데 (고기공놈 말대로 씽이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지 언닐 이 집에 혼자 두고 가려면 정말 힘들뻔했다고) 태어나서 부터 단 한번도 혼자 지내본 적이 없는 울 씽구리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식사거부에 간식거부까지 하는데 못할 짓 하는 거 아닌가 싶어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행복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건 사람에게나 할 소리지..^^;; 나흘가까이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우리집에서 가장 단순무식(!) 하다 생각했던 씽씽이가지 이상행동을 보이니 정말 뭘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르겠더라.
비도 비였지만 지난 겨울 사야가 씽씽이를 데리고 행복하게 아니 행복했던 건 아니고 남친과 헤어지는 문제로 피터지게 고민하며 산책하던 그 아름다운 길이,
지난 토요일 오랫만에 고기공놈이랑 씽이 데리고 산책을 나갔더니 또 하천정비라는 이유로 무참히 파헤쳐지고 있더라. 어찌나 충격적이던 지 차마 다시 나갈 엄두가 안나더라지.
물론 울 씽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가다가 다시 묶이거나 말거나 산책은 신나지만 말이다.
오늘은 이주만에 정신과샘을 보러가야하는 날. 멀쩡히는 아니어도 그냥 오기만 하라시던 그 멋진 샘의 말대신 산행을 선택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였고 간절히 산에 가보고 싶었다.
산을 잘탄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본 사야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갔는데
그것도 등산화나 뭐 그런것도 다 서울집에 있어서 그냥 다니는 차림으로 편히 갔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공교롭게도 지난 산행이 사년반전 역시 치악산.
그때보다 십킬로는 더 불은 몸으로 그것도 지난 코스와는 비교도 안되는 곳을, 운무로 가시거리도 몇 미터고 정상 삼백미터밑에서부턴 눈에 쌓인 그 곳을 죽을 힘을 다해 총 일곱시간 가까이 걸려 올라갔다 내려왔다.
문제는 그 낭떠러지사이를 걸으면서도 생각했지만 까딱 잘못하면 생과사가 갈리는 그런 산행에서 세상문제가 간단해지는 게 아니더라는 거다.
그런 산행은 사야가 멀쩡히 혼자살 수만 있다면 백번이라도 할 수 있다.
산에서 아 정말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란 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으니까. 그리고 사는 건 죽는 건 보다 백만배는 힘드니까..
그래도 이 엄청난 산행이 아무것도 안 남긴 건 아니다.
사야 삶의 또 하나 문제, 사야는 모든 걸 너무 애닯아한다는 것, 상대보다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것 (아 이거야 뭐 상대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르겠다만..^^;;)
이제 정말 이 삶을 살아내려면 이 얇은 가슴팍에 스카치테이프하나는 최소한 붙여야할 것 같다는 것.
한치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그 위험한 산길을 속도가 다른 동행덕에 거의 혼자 걸으며 다행히도 그런 생각들을 했다
유감스럽게도 모든 깨달음이라는게 체득되기까진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거겠지만 말이다.
사야의 진정한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아니 이제 마지막 싸움이다. 누군가 협박하던데 사야가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 술을 마셔대다간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나
나 참 사야가 총맞았냐 그럼 진작에 포기했지 이 나이까지 왜 이리 피터지고 지리멸렬한 삶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겠냐고..ㅎㅎ
매번 위험한 선택을 할 때마다 사야도 괴롭고 힘들다.
만 마흔 다섯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새로운 시작.
어디로 튈 지 아님 뭐 다른 미친짓(?)을 할 지 아직 잘 모르겠다.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애정결핍증환자인 사야에게 무한한 위로긴 하다만
누군가 나를 걱정하는 건 이제 내 몫이 아닌 그 걱정하는 당사자의 몫이라는 걸 인정하련다.
그리고 엄마도 가족도 이젠 다 놓으련다.
아 사야 안 죽는다. 동어반복이지만 그러려면 이 생고생을 왜했는데..
이 겨울을 혼자 여기서 날 수 있을 지 울 씽구리는 다른 놈들과 함께있게 보내야 맞는 지 그리고 서울 집은 포기해야 하는 지
이런 저런 끝도없는 문제들이 남아있긴 하다만 버틸 수 있을때까지 버텨봐야겠지
사야도 간절히 아 저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걱정마세요, 라고 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12.11.0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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