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는 앞으로 정신과 상담이 필요없을 것 같다
이젠 더이상 궁금한 것도 그래서 물어볼 것도 그러니까 상담을 받아야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이게 기뻐할 일인 지 대성통곡을 해야할 일인 지 잘 모르겠다만 그런 상황이다.
왜 사야는 남과 다른 지, 왜 힘들어하는 지, 왜 잠 못 이루는 지 아니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 지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
아니 엄밀하게는 제목처럼 이젠 사야가 왜 나란 인간이 이럴 수 밖에 없는 지를 뼈.아.프.게. 인정하게 되었다
전 남편은 진작에 알았더랬는데, 그래서 자긴 단 한번도 그걸 병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인간은 누구나 약한 면이 하나씩은 있는 거라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그땐 그 말이 고맙기만 했지 그 남자는 이미 내가 평생을 그렇게 살거라는 걸 전제했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다
난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결국은 극북해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더랬다.
이젠 인정하련다
사야는 이렇게 태어냤고 이렇게 키워졌고 아무리 피터지게 노력해도 변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이질 거라고 언젠가는 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튼튼한 신경줄을 갖게될 거라는 희망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아니 인생을 더 이해하게 되면 나아지리란 희망도 이젠 버리련다
그냥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코 혼자는 살 수 없는 사람이고 나이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간이며
이 세상을 쿨하게 살아가기엔 뭔가 조금은 부족한 인간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사야는 그 예민한 성격때문에 남들보다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있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그냥 못 보아넘기는 따뜻한 마음도 가지고 있는 거고
그래 내 인생이 괴로우니 남의 인생의 괴로움에 귀기울일 수 있게 된 것도 다 내 이 아픔때문이라고 믿으련다.
정말 이상한 꿈을 꾸고나서 상담받겠다고 부랴부랴 올라왔지만 당일은 불가능했고 다음 날인 지난 금요일에나 선생님과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선생님과 나름 꿈해석을 하면서 새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고 또 그날 저녁 큰 조카와 술한잔하면서 삶과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기도 하고, 또 다음 날은 친구놈이랑 꼬박 밤을 새가며 난상토론(?)을 할 기회도 있었고 어젠 소라님이랑 영화보러 만났다 결국은 못보고 서촌을 헤매다니다 어느 구석에선가 맥주잔 기울이며 사야의 옛이야기들을 할 기회도 있었다.
아니 결정적으로 오늘 올케언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러니까 연짱으로 나흘간 누군가를 만나 사야의 이야기를 하고 또 하다보니 이 기분으론 정리가 되다못해 달나라까지라도 날아갈 심정이다.
예가 우습긴 하다만 사야는 그랬다. 키 작은 사람이 결코 변할 수 없는 그 현실때문에 괴로와하고 언젠가 키가 커지길 바랬던 것처럼, 사야도 엄밀히 인정한다면서도, 평범한 정신줄을 갖게 되기를 노력하면 언젠가 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게 될 수 있을 거라 그렇게 믿었다구!!!
근데 이제 그 집착을 놓는다
사야는 결코 평범한 정신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이란걸 인정하련다
위에 썼듯이 사야랑 십오년 가까이 산 그 남자는 그게 나이지거나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인정했는데 당사자인 사야는 이제야 그걸 인정한다.
노력해서 되는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다는 걸, 늘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게 사야의 운명이라는 걸 담담하게나 쿨하게가 아니라 뼈아프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이걸 이렇게 인정한다고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는 두고봐야 알겠다. 그건 내가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니까
단지 나는 이제 내 인생과 타협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을 인정하고 이렇게 크게 떠들기까지 하는데 타협이 불가능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 놀고있네 잘난 너희들이나 그렇게 살아라. 사야는 살아보니 그게 죽어도 안되더라
나이들 수 록 절절히 체감하는 건 인간이 얼마나 환경에 지배받고 있으며 유전자나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와 진다는 게 어쩌면 일종의 환상일거란 생각까지..
불가능하단 이야기가 아니다. 그게 가능한 인간들도 분명 있을 거다
단지 사야는 이제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거다
사실은 억울하고 분하단 이야기도 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 다행히 뭐 그렇게 태어나고 싶었던 인간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게 위로라면 위롤까.
사야는 세상에 이런 부모도 있구나란 사람이랑도 살았고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도 살았다
둘다 내게 너무나 다른 세계 이해하기 힘든 세계이기도 했다
그건 물론 다른 이야기고 사야는 본인 스스로 아직도 엄마를 그리고 가족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나름 이해는 하려고 애쓰는데 그게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다.
우짜든둥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우선은 한가지 구별하게 되어 다행이다
멋지게 홀로 설 수 없는 인간이란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된 건 정말 창피스럽고 가슴아픈 일이다만
그걸 인정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라고도 생각한다
그것도 더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알아서 참 다행이라고...
2012.07.09.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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