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기억해 놓고 싶은 사야

史野 2012. 6. 4. 11:35

술을 마시면 사야는 늘 뭔가를 끄적이고 싶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고 오늘도 그런 날.

 

어젠 친구놈이랑 오후에 수종사를 다시 가려다 그만둔 날이고 오늘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혼자 헤매다(?) 가까이 사는 고기공놈이랑 한시간 속보를 한다는게 세시간 산책이 되어버리고 우리집에 와서 맥주까지 한잔 하다보니 사야답지않게 약속에도 늦어버린 그런 날.

 

우짜든둥 여기에 가끔씩 등장했지만 사야 인생에 많이 중요한 인간중 하나인 무소카놈을 오늘 이태원, 그것도 지난 번 고기공놈이랑 같이 갔던 그 태국음식점에서 만났다

 

친구를 개나소나(?) 섞는 사야와 달리 이 놈은 친구를 섞지 않는 놈인데 일주일 전 생일이라 전화를 했더니 바쁘다고 오늘 누군가랑 같이 만나자고 해 놀랐던 사건

 

같이 만나자고 한 친구가 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였던데다 그 놈이 친구라고 부를만큼 정말 괜찮은 그러면서도 복잡해(?) 보이는 인간이라 정이 많이 간, 그러니까 무소카놈때문에 처음 만났어도 즐거웠던 만남

 

중요한 건, 그러니까 사야가 기억하고 여기 남기고 싶은 이야기

나도 가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놈이 기억하는 한 사건

 

.......

 

여기까지 써놓고 술에 완전 취해 잠이 들어버렸다..ㅎㅎ 그래서 그냥 제목이랑 다 놔두고 이어쓸란다..^^;;

 

 

 

너무 깜깜해서 잘 안보이지만 오른쪽 모자쓴 사람이 무소카놈이고 그 옆이 무소카놈친구다. 무소카놈이랑 나랑은 독일어학원에서 만난 인연인데 저 친구랑은 미국어학원에서 만난 인연이라네..ㅎㅎ 여기 가끔 등장하는 사야 친구놈하나도 상해어학원에서 만나 그 늦은 나이에 동갑이라 무지 반가와서 친구먹기로(?) 했는데 저 둘도  뭐 그런 비슷한 사이란다.

 

카페를 운영한다는데 무소카놈이나 나나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커피이야기도 하고 맥주도 잘 마시고 위에도 썼지만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무소카놈이야 무시하더만 느낌이 와서 물어보니 혈액형도 같더라고..^^

 

 

 

요즘 가끔 가게되는 저 이태원의 뒷골목 꼭 분위기가 홍콩의 란콰이펑같더라. 어제도 밥먹고 전에갔던 독일맥주 파는 곳에서 술을 마셨는데 분위기가 어찌나 좋던지 전망좋은 사야의 방이나 비어플러스에서 마시는 술도 좋지만 오프된 공간에서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술도, 물론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였겠지만, 정말 좋더라.

 

아 참 꼭 기억해놓고 싶은 건 아시다시피 사야의 좌우명이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 인데 그걸 무소카놈은 무진장 인상깊게 생각하더라는 것.

울 큰조카가 초딩때 독일에와서 당시 우리형편에는 무진장 비싸게 산 (그래서 주구장창 쓰느라 여기서도 무진장 자주 등장했던..ㅎㅎ) 새 소파에 빨간 물감을 쏟는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좌우명이 있다시피 사야는 저걸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중요했지 화가나진 않았는데 무소카놈은 나도 잊은 그 십수년전의 일을 기억하면서 어제도 그 이야길 하더라지.

아 그런 일이 누군가에겐 그렇게 중요한 일일 수 있구나란 생각에 조금은 놀랍기도 하고 어제 술기운에 기억해놓고 싶기도 하고 그랬단 이야기..ㅎㅎ 

하긴 전 남편도 사야의 그런 면을 늘 신기해하긴했다..^^;;

 

아 그리고 또 한가지. 저 친구가 언니블로그하시냐면서 이런 저런 이야길 하는데 내 글쓰기의 특징(?)이랄까 뭐 그런 이야길 무소카놈이 하면서 한다는 표현이 '누나는 다 까발리지' 하하 그래 맞는 표현이라며 어찌나 웃었는 지 모른다..^^;;;

 

 

어제 너무 걷고 싶었는데 창밖으로 보이던 풍경이 너무나 뜨거워서 엄두가 나지 않더라는 거다. 이러다 또 약속시간까지 빈둥거리겠구나 싶어 고기공놈에게 뭐하냐고 전화를 했더니 역시나 책읽으며 빈둥(?)거리신다네. 아 정말 고기공놈 가까이 이사와서 너무 좋은게 그럼 당장 만나 함께 걷기로 했다지. 문제는 내가 걷자는게 운동이 되는 속보를 하자는 거였는데 이 놈은 산책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나왔다나..ㅎㅎ

그래서 한시간 속보로 끝내려던 계획이 응봉산 정상까지 다녀오며 세시간 산책이 되어버린거다..^^;;

 

우짜든둥 그 걷는 길에 만난 저 꽃양귀비밭이 정말 이쁘더라. 저 꽃은 처음 독일에가서 정말 넓은 평원에 가득한 모습을 본 적이 있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잊을 수 없는 그 꽃.

덥긴했지만 바람도 산들거리고 둘 다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게 된거기도 하고..ㅎㅎ

 

 

 

좀 더 걷다보니 수레국화랑 어우러진 모습이 이뻐서 다가갔는데 막상 수레국화가 많이 시들어서 가까이서 본 모습은 별로였다지.

 

 

 

어제 무소카놈에게 선물받은(생일은 그 놈인데 선물은 내가 받았다..^^;;) 운동매트. 5년전에도 저 놈이 매트를 사줘서 잘 썼는데 울 새깽이들이 다 뜯어놓는 사태 발생. 그래서 다시 사달랬더니 누나네 개들이 뜯어놓은 걸 왜 나에게 다시 사달라냐고..ㅎㅎㅎ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지 모르지만 작년 저 놈 생일엔 여주집에 삼박사일 와있었는데 그때 사야가 해준 감자탕이 양이 좀 적었다. 그게 우리집에서 가장 큰 솥이었다고 했더니 들통도 없냐면서 역시 들통도 사주기로 했는데 그건 아직 못 받았다..하하하

 

얼마전부터 집에서 조금씩 근육운동을 시작했는데 매트가 생겨 정말 다행이다. 저기 당시 내 트레이너였던 역시나 잊을 수 없는 고다니상이 선물해준 추억의 운동장갑도 있고..ㅎㅎ 체지방율을 줄이는데 전력을 다해볼 생각이다.

 

 

 

어제 저 놈이 살을 어떻게 뺄 생각이냐고 안먹어서 빼는 건 아무 소용없다던데 무슨 소리. 최소 여섯가지에서 여덟까지의 반찬을 놓고 식사를 하는 사야다..ㅎㅎ

누나 살빠진거 같지 않냐니까 부정하더니만 '누나의 좀 날씬해진 몸이 정신적으로도 좀 슬림해진 모습으로 비춰져 무척 반가왔어요' 란 문자가 왔다.

그래 살도 털어내고 복잡한 이런 저런 인생사도 좀 털어내고 좀 슬림하고 단순하게 살아보자.

 

이번달에는 사야도 만으로 마흔다섯이 된다. 서른엔 멋진 인간이고 싶었고 서른 다섯엔 엄마가 되고 싶었고 마흔엔 독일어를 완벽하게 하고, 누드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마흔다섯은 어떤 목표도 없이 그냥 어리버리 다가와버린다.

하긴 뭐 목표를 세웠다고 이룬적도 없다만 지난 오년간 뭘하며 살았나 약간은 허한 생각이 드네

아직 이주남았으니 미친적 한 오킬로 감량을 목표로 해볼까? 하하

늘 삶이 버겁고 견뎌내느라 힘든 사야에겐 사실 이 주어지는 하루하루가 어쩌면 기적같은 일인 지도 모르겠다...

 

 

 

2012. 06.04.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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