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참 신기한 인간관계

史野 2012. 5. 28. 01:09

인간도 미스테리고 산다는 것 자체도 미스테리고 뭐 신기하고 이해 안가는 것들이 무궁무진한게 우리의 삶이긴 하다만 그 중에서 가장 미스테리하고 신기한 건 인간관계가 아닌가한다

사야가 요즘 거의 십중추돌사태나 마찬가지인 연타를 맞고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사람은 좋고 또 사람때문에 힘들고 그렇다..ㅎㅎ

 

 

 

어제 한 친구가 여기 다녀갔다. 자주 만나는 친구는 아니어도 여기 몇 번 사진도 올라오고 언급도 된, 사야가 만나는 친구중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 삼학년 때 친구다.

 

저 사진은 둘다 스마트폰이 아닌 것도 웃겼지만 하나는 십자가를 하나는 부처님을 달고 있는 게 하도 신기해서 찍은 거다..ㅎㅎ

오래된 친구는 원래 예전 어릴 때 모습이 나오기 십상인데 이 친구는 어찌나 어른스러운 지 (결혼을 일찍해서 둘째 딸이 올해 대학을 들어가기도 했다..^^;;) 나름 어른스럽다고 자부하는(?) 사야가 주저리 주저리 투정을 늘어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

 

 

 

친구가 사주고 간 사야가 좋아하는 초석마삭줄이다. 그 뒤의 시들시들해져가는 라벤더는 여주에 가져다 심어야겠고 그 자리를 대신 채워줄 놈이기도 하다.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거나 뭐 이런 표현을 쓰는 게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뺄 수는 없으나 판단이야 당연히 주관적이다만  정말 무슨 말을 해도 아 내 말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란, 느낌이 강한 그런 고마운 친구.

외국을 떠돌때는 거의 연락하고 살지 않았지만 장성에도 와주고 여주에도 와주고 여기도 사실 두시간 거리인데도 와서 일곱시간 가까이 이야길 들어준 친구가 너무나 고맙고 좋더라.

 

금요일저녁에 서울로 올라와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강변역근처에서 친구놈이랑 술한잔하고 밤늦게 들어온데다 그 친구랑 약속이 다음 날 열두시였던 관계로 밥한끼 해먹여 보내지는 못해 많이 미안했지만 뿌듯하고 따뜻했던 그 느낌이라니..

그래 뭐 친구말대로 다음에 먹으면 되지..ㅎㅎ

술도 장도 사람도 오래 묵을 수록 좋다는 말은 괜히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친구랑 거의 파장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또 다른 친구에게서 한강고수부지에서 와인을 마시자고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사야는 대낮부터 포도주를 좀 마신데다 여의도까지 가는게 부담스러워 못갈 것 같다고 했는데 마침 그 친구가 김포공항까지 지하철로 간다는 거다.

그래서 친구랑 동행도 할겸 잠바하나 걸쳐입고 여의도나루역으로 나갔더니 한동안 순복음교회에 다닌 적인 있는 사야 (그래 누구 표현대로 가지가지 했다..ㅎㅎ) 그 근처가 너무나 변한데다 밤 분위가 너무 좋은 거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번데기 하나 사들고 친구들이 있다는 곳으로 찾아 걸어가는데 야경이며 산들바람이며 한강풍경이며 꼭 아름다운 외국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라면 친구들을 안 만나고 그냥 혼자 밤거리를 산책해도 좋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역시나 한국은 무슨 프로포즈 이벤트를 하고 난리도 아니더라지..ㅎㅎ

 

 

 

그 곳에서 친구 년, 놈, 둘을 만난 거였는데 갑자기 누가 또 온다고 해서 홍대쪽 이 와인바에 가게 되었다. 와인을 무진장 아니 목숨거는 사야지만, 또 누가 사주건 말건 와인바의 가격은 질색하는 사야지만 어쨌든 뭐 만난다니 또 가고..

 

 

 

사야만 그런게 아니고 오신 분도 여기서 와인을 계속 마시는 건 부담스럽지 않냐 하셔서 옮겨간 아현동 전골목. 그때 신사동길도 홍대 와인바도 신기하긴 마찬가지지만 저런 골목도 사야에게 특별하긴 매한가지

 

 

 

사진 좀 찍어도 되냐니까 역시나 요즘은 즉각으로 나오는 대답이 '인터넷에 올리시게요? ' 하하

전을 좋아하진 않지만 저렇게 다양한 걸 시장통에서 먹어보니 신기하긴 하더라지.

 

 

 

나와 걷다보니 열두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던데 불야성을 이루는 국수골목도 보이고 정말 서울이란 도시는 다양하고 재밌고 또 서글프고 뭐 그렇더라지.

 

 

 

자주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어쨌든 노래방에서 마무리

저 오른쪽의 친구놈이 노래를 정말 잘한다. 노래방에 가서 내가 부르는 맛도 있지만 잘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듣는 맛도 일품아니겠는가. 신청곡까지 부탁해가며 즐겼다지..ㅎㅎ

 

이러면 뭐 사야삶이 그냥 막 장미빛일것 같다만 삶이 어디 그런가. 요즘 아니 요즘뿐 아니라 계속 삶이 여간 힘든 게 아닌데 저 날 짜증이 만땅 났다는 거지.

그래서 결국은 이십년 지기인 친구에게 당분간 그만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무슨 초딩도 아니고 이 나이에 그런 말 하는 거 정말 쉬운 일 아니다. 기분이 나쁘면 절대 술이 안 취하는 사야. 너 당분간 나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문자 보내놓고 잠들었는데 안그래도 인간관계로 연타를 맞는 요즘 술이 다 깬 아침에 생각해봐도 기분 참 드럽더라지.

 

오늘은 세시에 약속이 있었는데 그 전에 누군가에게 그 기분을 막 풀어야겠더라는 거다

다행히 한 친구놈이 두시 가까이 그 약속장소에 미리 나타나서 한시간 넘게 이야길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더라.

 

인간이란게 원래 옳고 그르고의 문제를 떠나 왜 그랬는 지  이해받고 위로받는 그 힘으로 사는 거 아니겠냐고,,

 

어쨌든 오늘 중요한, 그러니까 그 친구놈이랑 바톤터치를 해주고 간 사람.

사야가 '그대에게'란 제목으로도 글 한번 올렸지만 오늘 만난 그녀도 사야가 홍콩 살 때 딱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다

홍콩의 번화가인 곳 중하나인 란콰이퐁에서 술 안 마시는 그녀를 만나 사야 혼자 솔 만땅 취해 헤어진 기억..ㅎㅎ

그때도 썼지만 특이하게도 몇 년만에 한번 씩 사야에게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그녀를 오늘 구년만에 처음 여기서 만났다.

세시조금 넘어 만나서 술한 잔 안 마시는 그녀와 11시 반쯤 헤어졌으니 이것도 참 신기한 만남

솔직히 얼굴도 잘 기억이 안났었는데 막상 또 만나니 여덟시간 가까이 이런 저런 이야길 하게 되더라는 것. 

그녀도 그때 '그 남자' 처럼 그 오랫 세월 잊을 만하면 몇 년 만에 한 번씩 메일을 보내던 사람. 그러니 사야가 오늘 얼마나 반가왔겠냐.

 

한국으로 돌아온 건 그 쪽이 더 빠르지만 나랑 그동안 이 메일이나 문자만 한 이유중 하나는 술마시는 사야를 상대해 줄 수 없기 때문이란다..ㅎㅎ

사야가 술마시는 걸 좋아하는 거지 상대가 나랑 술마사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 지, 결국은 뭐 그것도 편견의 하나겠지만 말이다

사실 사야는 함께 술을 마셔주는 사람도 좋지만 아주 술이 강하지 않는 한 술마시고 주정하는 인간들보단 술을 안 마시며 사야랑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훨씬 좋아한다.

너는 술취하면서 남은 주정 들어주라고?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다만 뭐 그건 사야랑 술을 함께 마셔보면 안다..ㅎㅎ

 

우짜든둥 서울에 오니 12년만에 만나는 사람도 구년만에 만나는 사람도 생기고 참 신기하고 좋기도 하고 그렇다.

오늘 그녀는 내 친구이야길 들으며 어찌 그렇게 오래된 관계를 유지하세요? 묻던데, 그럼 우리는? 홍콩에서 딱 한번 만났는데 구년만에 여기 이 답십리구석에서 왜 또 만나는데? ^^

그녀에게도 이야기헸지만 사야는 '오는 사람 막지않고 가는 사람 잡지않는다' 란 생각으로 산다. 그건 결국 스스로가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게 어제처럼 ' 너 당분간 내게 연락히지 말라고' 통보하는 건 사야에게 참 대단한 일이다.

 

또 어쨌든 한번 만나 얼굴도 잘 기억못하는 사람을 그 오랜시간 함께 보내다 술에 취해 글을 쓰는 이 밤

생각외로 만남에 적극적인 사야가 아닌지라 또 우리가 만나게 될 지는 그녀의 선택이다만 서로가 서로를 거의 보여준 참 귀한 시간이었다

 

 

 

참 사야가 지난 주에  화계사에 다녀왔다. 알아보니 여기서 직접가는 버스가 있더라지. 남는 게 시간인 사야가 그래도 큰맘먹고 갔는데 참 좋더라는 것.

문제는 버스 노선이 참 이상해서 한 오십분이나 걸리고 화계사가서 백팔배를 한 것도 아니고 저리 나무밑에 앉아 생각(?)을 오래 한 게 전부였는데도 같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벌써 녹초가 되어있더라는 것.

가서 생각만하고 왔어도 이런데 일하러 버스를 타고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의 삶을 어떨까 무진장 심각하게 고민해본 날이기도 하다

(물론 사야도 노파심에서 이야기하자면 출근 길 잘 다려입고 나간 옷이 끔찍한 만원버스에서 모두 구겨지는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화계사를 다녀온 날도 사람을 겪었는데 그건 누구랑 전화통화로 떠들 수는 있어도 또 여기 구구절절히 쓸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짧게 산게 아닌데 여전히 힘들고 여전히 놀래고 있다는 것이 힘들기만 한게 아니라 또 여전히 신기하기도 한 사야다..

 

 

 

 

2012.05. 27.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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