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그래도 남은 말들..ㅎㅎ

史野 2012. 6. 7. 11:45

 

 

최순우옛집을 둘러보고 툇마루에 잠시 앉아있는데 친구놈에게서 전화가 왔다. 현충일에도 일한다더니 허리를 다쳐 그만 끝내기로 했다며 성북동으로 올테니 차나 한잔 하잖다.

 

 

 

좋다고하고 수연산방으로 간건데 코앞에 두고도 못찾아 헤맨데다 자리도 없어 차도 못마셨다는 그 수연산방을 나오다가 사야가 그만 돌계단을 헛디뎌 나뒹굴며 무릎을 오지게 깨는 사건이 발생.

바로 옆에 커플이 있었는데 아프기도 하지만 어찌나 창피하던 지..ㅜㅜ

마침 무릎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은데다 휴일이니 어느 약국이 열었을 지도 몰라 그냥 거기 앉아 친구를 기다리기로 결정. 물론 친구에게 전화해서 오는 길에 약을 좀 사달라고 부탁은 했다.

사람들은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피줄줄 흐르는 무릎을 보이고 앉아있을 수도 없어 휴지로 대충 가리고는 저 벽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마침 들고다니는 김태길의 '창문'을 읽기로 했다. 누가보면 땡볕에서 뭐하는 짓인가 싶었겠지..ㅎㅎ

 

정신과갈때마다 기다리는 시간에 읽는 책이라 참 오래도 걸렸는데 어제 저 자리에서 끝냈다..^^ 마침 친구가 도착해서 응급처치를 했다

자기가 어디선가 사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짠 나타나는 뭐시기라나..ㅎㅎ 

친구랑 약속이 없었다면 당근 택시잡아타고 집에 왔겠지만 그래도 피철철 흘리며 택시타고 집에 왔다면 서러웠을 뻔 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무릎만 깼지 어디 삐긋한게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차마시러 만났으니 호젓한 야외카페를 찾아다니는데 성북동에서 삼청동으로 다시 부암동까지 오는 사태(?) 발생

 

 

 

무소카놈이 이 근처에 살아 이 집 원두를 몇 번 선물받기도 하고 사야가 직접 주문해본 적도 있다만 직접 가본 건 사야도 처음. 사람은 어찌나 많던 지 역시 유명한 집은 다르구나 했는데 왠걸 에스프레소가 비싸기도 하거니와 우리 동네 카페보다 맛도 없더라는 것.

 

에스프레소 좋아하시는 분들 답십리역 1번출구근처 천호대로변에 있는 Victor 라는 카페 강추다. 에스프레소가 2천오백원 더블이 삼천원인데 정말 맛있다. 아침에 커피를 한주전자 마시면 커피를 잘 안마시는 사야도 가끔은 들려 마시는 곳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다보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야를 덤으로 볼 수도 있다..ㅎㅎ

 

 

 

정릉천걷던 날 샀다는 화분이 저 일일초 두개인데 꽃이 떨어져 저리 물에 담아 놓으니 이쁘기 그지없다. 문제는 시들어야할 꽃이 떨어진다니 아무래도 다시 저것도 여주에 가져다 심어야할 듯..^^;; 아 정말 원룸에서 식물키우는 거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번에 체중계를 새로 샀다는 이야길 썼을거다. 아는게 병이라고 체수분율이 정상에서 간당간당하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엄청 신경이 쓰이는거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물을 마시려고 노력을 하는데 안좋아하는 물을 억지로 마시자니 그것도 할 일이 못되더라지.

고민끝에 사야가 그나마 좋아하는 물인 저 페리에를 주문했다. 하루에 세 병 그러니까 일리터를 마시고 있는데 친구놈은 이리터는 마셔야한다고 난리지만 안마시던 애가 일리터라도 마시는게 어디냐고??? 그런 노력 덕분인 지 체수분율이 일프로 늘었다..ㅎㅎ

 

어쨌든 어제 그 친구놈은 여기도 무진장 자주 등장했던, 거기다 전남편이 사야의 업이라 칭했던..ㅎㅎ 너희 둘은 평생 그럴 것 같다던 그 놈인데 어젠 갑자기 거꾸로 사야가 그 놈의 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물론 그 놈의 착각과 달리 사야는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 놈이 아니라 그 압력솥사다준다고 했다던 놈이랑 결혼했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좋은 남자랑 잘 살때와 달리 이러고 헤매고 있으니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냐고.

 

어제도 저 카페에서 '우린 왜 예전에 이런데를 안와봤을까', 하더니 '하긴 우리는 연애한게 아니니까' 자문자답을 하시더라지..-_-

전에 따로 글도 올렸었지만 어쨌든 26년도 넘는 세월 옆을 지켜주는 인간이니 사야인생에서 빼놓을 수는 없겠다.

어제도 잠시 이야길 했지만 전남편, 그리고 예전의 그녀, 이 놈, 승호엄마,무소카놈이나 고기공놈정도가 그나마 사야를 제일 많이 알고 오래 봐준 사람들이랄까. 아니 무소카놈이나고기공놈이야 사야의 한국생활을 모르니 또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 그러고보니 올케언니가 있긴 있구나..ㅎㅎ

 

늘 짜증만 내고 툭하면 연락하지말라고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한 사년간 안보다가 작년말 사야 힘들때 정말 또 짠하고 나타나 이야기들어주고 술사주고 내 편이 되주는 친구.

뭐 저런 웃기는 놈이 다 있냐고 욕을 디립다 해댈 때도 있지만 울 정신과선생님 말대로 저 놈은 내 복인 건 지도 모르겠다.

 

정신과 이야길 하니 지난 주엔 정신과 선생님이랑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길 했다. 이주만에 한번씩 만나니 늘 이야길 몰아하게 되는데 사야가 요즘 이야기했듯이 인간관계나 울 새깽이들이나 뭐 이런 걸로 너무나 힘든 상황인관계로 이야길 폭포수처럼 쏟아놓을 때도 있다

울 선생님 한동안은 좋아보인다고 하시더니 지난 주엔 꼭 예전 소녀시절 불안하고 겁내하고 공포스러워하고 그랬던 것같은 그런 느낌이라나.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피해갈 수도 있는데 이미 피해가지 않기로 작정한 듯 하다는 거다.

 '선생님 피해가긴요 이번엔 이겨내야겠죠 늘 이렇게 살 순 없잖아요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전 평생을 이렇게 살게 될 것 같아요'

 

사야는 그 승가사에서 봤다는 글귀를 화두삼아 새로운 출발이 필요한 때다.

미친듯이 무작정 걷는 이유는 지난 번 썼듯이 몸도 마음도 좀 슬림해지려는 나름 노력이다.

 

우짜든둥 사야는 또 오늘 여주로 간다. 지난 번 뽑다만 잡초도 마저 제거해야할 듯 하고 작년에 아이비로 실패한 담벼락에 좀 늦은 감은 있다만 이번엔 담쟁이넝쿨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남친이 일을 그만두기 전에 빨리빨리 할 일을 마쳐야겠단 조바심도 있고 말이다.

보고싶은 내 새깽이들 또 좋아죽겠구나..

 

 

 

 

2012.06.07.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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