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재밌는 인생

史野 2012. 6. 14. 21:57

 

 

(고기공놈이 와인세일로 반값포도주를 샀다길래, 사실 나도 샀는데..ㅎㅎ 화요일에 우리집에서 둘이 폼 좀 잡았다..^^)

 

사야는 성격때문인 지 주변에 사내놈들이 좀 많은데 여기 언급되는 놈들만 따지면 동갑인 놈들이 셋 동생놈들이 남친포함..^^ 한 넷 정도.

(고기공놈이야 사야가 늘 놈이라곤 하지만 아시다시피 보시다시피 놈이 아니라 '녀 ㄴ' 이다..ㅎㅎ)

 

그 중 두 놈만 유부남인데 그 중 하나가 그 짱가놈(앞으로 편의상 이 놈은 이렇게 부르자)이고 또 하나는 사야의 첫사랑이다.

아 오해는 마라 유부남을 만나는 게 아니라 그 사이 그 놈들이 유부남이 되어버린거다..ㅎㅎ 썼듯이 한 놈은 26년 한 놈은 31년 된 친구들인데 그땐 오년이 꽤 커보였지만 세월이 흐르다보니 그게 그거같다.

 

우짜든둥 사야는 늘 다른 놈들하고 연애를 했지 그 두 놈들과는 오랜시간 진짜 좋은 친구들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한 놈은 전 남편의 연적이 그 놈은 또 한 놈의 연적(?)이 된 사태 발생..ㅎㅎ

기억하실 거다 사야 결혼식에도 왔었다는 그 카페아저씨가 이선생이(그게 사야다..ㅎㅎ) 저 둘 중 누구랑 결혼할 지 너무나 궁금했었는데 난데없이 독일놈을 데리고 나타나 나 이 남자랑 결혼해요, 했다고..^^;;

 

사야가 결혼해 한국을 떠나고 두 놈다 이 넓은 서울에서 공교롭게도 동시에 잠실에서 일도하고 살기도 했는데 둘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거다. 당시 짱가놈 와이프표현을 빌자면 그게 다 짱가놈이 사야의 첫사랑을 질투하기 때문이라고..ㅎㅎ

 

짱가놈뿐 아니라 첫사랑놈도 한 사년간 얼굴을 못봤는데 지난 번 썼듯이 짱가놈이 갑자기 전화를 해와서 만난거다. 그때 승호엄마왈 짱가놈을 다시 만났다니 조만간 첫사랑놈도(둘도 잘 아는 사이다..ㅎㅎ)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라나? 근데 진짜 첫사랑놈에게서도 한달뒤인가 전화가 와 돗자리깔라며 얼마나 웃었는 지 모른다.

 

사년반 전 사야파티때 두 놈들은 진짜 오랫만에 만났는데 지난 주 뜬금없이 짱가놈이 이 놈도 나이들어가나 그때 반갑더라며 셋이 술한잔 하자는 거다.

그 놈이 싫어했지 사야나 첫사랑놈은 술마시자는 건 늘 콜인 관계로..ㅎㅎ 어제 비어플러스에서 상봉. 셋이만 만나는 건 짱가놈 휴가나왔을때니까 이십년도 넘게 만의 일.

물론 그 후 사야연애할 때 저 두 놈과 사야남친, 넷이 만난 적도 있긴 있으니 진짜 재밌는 관계들이다..ㅎㅎ

우리 셋이 만난다니까 자기도 끼워달라고 고기공놈은 난리났고 두 놈들도 고기공놈이 보고싶다고 하는 바람에 나중에 합류해 쌍쌍파티(?)가 되긴 했지만...^^

 

증인(고기공놈)도 있는데 두 놈다 어찌나 유치하던 지 사람이란 정말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게 어찌보면 맞는 것 같다

둘 다 예전에 자기들이 얼마나 인기남들이었는 지를 침튀겨가며 이야기하는데 웃겨죽는 줄 알았다. 첫사랑놈왈 쟤말은 못봐서 믿을 수 없지만 자기말은 니가 봤으니까 알지 않냐고..하.하.하 맞다 첫사랑놈때문에 사야붙잡고 울고불고 한 애들 꽤 된다..^^;;

짱가놈이 자기도 나름 잘나갔던 놈인데 서울왔더니 사야가 자길 거들떠도 안보더라나?  첫사랑놈은 ' 당연하지 촌놈이 눈에 보였겠냐고, 하하하

 

거기다 예전부터 느낀거지만 두 놈은 달라도 너무 다른 종류의 인간들인데 어제보니 그 두 놈이 같은 여자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_-  

한놈은 교회친구 한놈은 조인트동문회 친구라 동시에 알고 있는 친구들도 꽤 많지만 첫사랑놈 다른 친구들은  내가 거의 한놈도 안빼고 얼굴을 다 아는데 (지난 번에도 반가운 사람 데려간다며 우리집에까지 왔을 정도로) 짱가놈은 남동생하나 달랑 만났다.

 

 

 

(여주에 있는 걸 가져올까 고민하다 말았는데 얼결에 생긴 디켄더, 비싼 와인이라고 담았더니 보긴 좋다만 쓰긴 엄청 불편하더라지.)

 

아참 그제 정신과선생님께서 사야가 살이 빠지고 있는 걸 굉장히 고무적으로 생각하시면서 안그래도 워낙 매력적인 면이 많으셔서 지금도 남자친구가 많은데 앞으로 더 많아지면 어떻게 하실거냐고 물으시더라지..우하하하 살다살다 이렇게 재밌는 샘은 처음 본다

 

어쨌든 이십몇 년 전에 우리 셋이 만난 게 경희대앞 비발디라는 카페. 그 날 우리가 탄 택시에 사람이 치여 앞유리가 다 나가고 짱가놈 팔뚝에 유리까지 박히는 사고가 발생해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사야가 잘 갔다는 한양대카페 아저씨가 경희대로 이사를 가셔서 짱가놈 휴가나왔다고 인사차 들렸던 날이기도 하고.

지금은 안타깝게도 없어졌지만 사야가 다니는 동안 주인이 총 세 번 바뀌었는데 첫번째 아저씨다. 손님에게 가게맡겨놓고 결혼식에 왔었다는 분은 세번째고..ㅎㅎ

 

얼마전에 우연히 그 첫번째 아저씨의 근황을 들었는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너무 보고싶어지더라는 것. 사야가 가면 꼭 같은 커피잔에 베토벤의 황제를 잊지 않고 틀어주시던 분이다.

사야랑 같이 갔던 한 선배가 짖궂게도 '도대체 제가 얘랑 같이 온 몇 번째 남자예요?' 묻길래 사야가 '스무명'이라니까 '스무명까진 아니어도 한 열 몇 번째는 된다'고 하시던 분..ㅎㅎ

성질급한 사야, 그 카페를 처음 같이 갔던 게 짱가놈이니까 짱가놈이랑 오늘 그 아저씨를 찾아가보기로 결정. 짱가놈은 그때 아저씨가 그려주신 자기얼굴을 지금도 휴대폰화면으로 쓰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도착한 퇴촌에있는 이 재미있는 공간. 처음 듣고 긴가민가했는데 놀랍게도 진짜로 가구공방을 운영하고 계셨다. 성이 '동'가 셔서 이름도 '가구동'

 

 

 

더 가까이서는 이런 모습

 

 

 

공방내부는 이런 모습이다. 카페로 운영하기에도 딱인데 혼자하시기 버거우셔서 그냥 계신단다. 못하나 쓰지 않는 수제작인데 몇 마음에 드는 것들이 있었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하더라지..^^;;

 

 

 

우리의 목적(?)이었던 비발디아저씨와 친구놈.1990년에 뵈었으니 22년만이다. 당시엔 엄청 아저씨라 생각했는데 오늘 이야기 들어보니 겨우 열살 많으시더라지..ㅎㅎ 정말 하나도 안변하셨다.

 

처음엔 누구지? 하며 못 알아보시는 것 같더니 곧 반가와 난리나셨다.

하긴 지금 사야가 비어플러스가는 것보다 자주 갔던 곳인데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못 알아보신다는 게 말이 안되지..ㅎㅎ 거기다 한대생 아닌사람이 저 카페를 그리 자주간 건 아마 사야가 유일할걸? ^^;;

그러고보니 큰조카도 어렸을 때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그래서 이 놈이 혹시 그 인연으로 한대를 가게 된걸까? ㅎㅎ

사야가 어느 학교 학생이었는 지, 집이 어느 동네였는 지, 심지어 승호엄마도 다 기억하고 계시더라고..

저 놈은 카페가 하숙집 바로옆인데다 아랫층이 서점이었던지라 혼자서도 책사들고 올라가 읽곤 했다더라.

 

몇 번이나 말씀하시는 거 보니 빈말은 아니던데 생각 많이 나더라고 뭐하고 사나 궁금했다고..^^  고기공놈 문자왔길래 여기왔다니까 이틀내내 과거로의 여행이냐고 하더라만..ㅎㅎ 진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자주 오던 다른 손님들 이야기까지 엄청 웃으며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연락하고 간 것도 아니고 우리 둘이 갑자기 짠하고 나타났으니 얼마나 놀라우셨을까. 이십오년전 체류탄 맞은 기분이시라더라..ㅎㅎ

 

저 놈이 그 그림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걸 무지 신기해 하시더라지. 관심이 많지도 없지도 않은 딱 적정수준의 근사한 주인이셨는데 아마 좀 과묵하신 편이어서 나이든 아저씨라고 생각했었는 지도 모르겠다. 사야가 카페할 생각을 아예 못하게 못을 박으시던데 경희대 카페를 일년만에 그만두신 게 역시나 건물주의 횡포때문이었단다...ㅜㅜ

 

저 곳은 아저씨가 산 땅이라니 조만간 저 곳에서 또 근사한 카페를 여실 지도 모르겠다.

 

 

 

큰 건 엄두도 못내고 안그래도 요즘 사고 싶었던 박스휴지함을 친구놈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다.  올해받은 첫 생일선물 ..ㅎㅎ  

돈을 어떻게 받냐시길래 당연한거 아니냐고 우겼더니 할인도 해주시고 친구놈이 사려던 멋진 종이컵 받침대는 세개나 그냥 선물로 주셨다..^^

사실 카페를 하시는 줄 알고 생각없이 빈손으로 가서 민망했지만 뭐 또 가면 되지..ㅎㅎ

 

독일말에도 있지만 단골집 단골손님 참 정다운 말이다. 우리뿐 아니라 작년 겨울에도 한 단골이 남편과 함께 다녀갔다네.

어제도 비어플러스 사장님 특별 안주도 만들어주시고 사야랑 고기공놈에게 화분도(사진속에 있는^^) 하나씩 선물해주시고 칠년째 와서 골뱅이만 시킨다고 흉도 보시던데 그게 단골손님 아니겠냐고..ㅎㅎ  지난 번엔 아주 진지하게 안 질리냐고도 물으셨다..^^;;

사야가 시키는 안주종류가 늘 같아서 어제 그 첫사랑놈은 사장님께 왜 맨날 안주가 똑같냐고 사장님은 메뉴계발도 안하냐고 투정하더라지..하하하

 

그래 어쩌면 이런 것들이 사야를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게 만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요즘 서울에 와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추억이 묻은 장소가 얼마나 많은 지 서울은 정말 내 고향맞구나 싶어 순간 울컥해질 때가 있다.

 

물론 해외에 남겨놓은 내 십오년 세월의 무게나 흔적 또한 만만치않으니 사야인생이 순탄한 건 아니다만 (비발디 아저씨 사야가 어떻게 살았는 지 간단하게나마 들으시더니 무슨 영화이야기하냐고..^^;;) 그래도 이렇게 이십이년만에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이 계시고 그 추억을 함께 하며 같이 가줄 수 있는 친구도 있으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얼마전 무슨 일이 있어서 외숙모랑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서울에 와있다니 술한잔 사주시겠다는 거다. '술못하시잖아요?' 했더니 사위가 둘이나 생기다보니 소주를 석잔까진 드실 수 있다나. 언니도 아니고 친구나 선배도 아니고 외숙모가 술한잔을 사주시겠다는데 또 울컥하더라지.

 

누군가 또 한국에 돌아온 걸 후회하지 않냐고 묻던데 그리고 울 정신과선생님은 이주전이나 마찬가지로 여전히 불안해보인다고 하시더만 그래도 사야는 한국에 돌아와 이렇게 살 수 있어서, 지금 모스크바 멋진 아파트에서 고급포도주병을 따는 게 사야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란 생각이다.

 

그건그렇고 다음 주엔 사야 생일인데 전남편은 여전히 축하메일을 보낼까? 당연했던 게 궁금해지는 거 보니 시간이 흐르긴 흐르고 있나보다.. 

 

 

 

2012. 06.  14.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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