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선물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건 이런 게 정말 좋아요
그 늦은 시간 그대를 만나러 비어플러스로 걸어가는 길,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하긴 앉아 기다리던 그대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냥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는 인연이었는데 12년만에 결국 그대를 만났네요
그 자리에 내가 내남자라고 불렀던, 그도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대가 돈을 댈테니 함께 러시아로 그를 보러가자, 했을때 웃었지만 살짝 울컥했습니다
그러게요 더블린에서처럼 우리 셋이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는 날이 오긴 올까요?
몇 년만에 한번씩 툭하고 메일을 보내는 그대가 난 늘 신기했는데
그대에겐 그 삼개월이 그런 시간이었군요
사람을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 그래요 그건 내가 가진 큰 자산이죠
그렇지만 나도 아무에게나 내 소중한 시간을 내주진 않아요..^^
그대의 깊어진 눈이 그대가 살아온 12년 세월을 말해주더군요
어제 그대가 하던 고민들은 내가 하는 고민이기도 하고 또 내 주변사람들이 하는 고민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두 숙명처럼 풀어가야할 숙제같은 거라고 할까요?
여전히 고민하며 노력하며 사는 그대를 보는게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독한 사람이란 건 정말 그대의 오해입니다
그땐 내가 아직 젊었고 공부에 대한 미련, 학위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상해로 오기로 결정하면서 그때서야 그런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답니다
결과적으로야 그대의 말처럼 내가 그를 버리고 떠나오긴 했지만
동양에서의 7년 세월은 그와 내게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달력을 보니 그대가 떠날 날이 이주도 남지 않았더군요
어제처럼 가끔씩이라도 맥주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누며 살면 좋을텐데 그대말대로 우리의 인연은 신비해요.
그대는 꼭 한번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떠날 준비에 정신없을텐데 무리하지 말아요
12년만에 만나도 이리 반가운데 4년뒤에 만난들 뭐 어떻겠어요.
그리고 그땐 우리가 12년 전에 했던 약속처럼 선운사에 동백꽃을 보러 꼭 함 가요.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운사의 동백꽃은 장관이더라구요.
송창식의 선운사노래를 연습해 놓을까요? ^^
그 긴 세월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아 줘서 고마와요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놓지않을 거란 그대의 말에 행복했습니다
그와 내가 함께살며 서로를 성장시켰던 것처럼 그리고 그대가 잠시나마 나때문에 성장했다면
앞으론 내가 그대로 인해 성장해 갈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대가 꾸는 그 아름다운 꿈이 이루어지길 나도 빌겠습니다
내게 이제 꿈은 남아있지않고 그대와같은 꿈은 가슴에 품어본 적도 없지만
나중에 그대를 다시 만날 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삶을 이해하는 인간이 되도록 나도 고민하며 살겠습니다.
그래도 내가 헤어질 때 했던 말은 기억해줘요
너무 잘, 살아보려고 애쓰진 말아요.
어쩌면 삶이란 살아있는 이 자체로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으며,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기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대에게 그 삼개월이 그리 소중했던 것처럼 내겐 어제 세 시간이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주 많이 반가왔습니다.
2012.05.12.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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