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지 사년 포스팅을 하면서 뭔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술이 만땅 취했던 관계로 그냥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뭐 지금 쓸거냐고? 아니지 또 지금은 무슨 이야길 쓰고 싶었는 지도 하나도 기억안나지..ㅎㅎ
천성이 아둥바둥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아니 어찌보면 될대로 되라, 라는 스타일인지라 맘 편히 살고는 있다만 남에게 절대 피해주지 않고 내 삶을 내가 지켜가야한다는 것에 어찌 이런 저런 생각이 없으리
낮엔 커피팔고 밤엔 술도 팔고 남친과 내 인건비를 모두 포함해 한달에 이백만원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카페가 내 궁극적인 목표다만 어찌 세상돌아가는 꼴이 영 내게 그 기회를 안 줄것 같은 불길한 예감
그래서 사야는 요즘 주변에서 나무긁어다 난방하고 정 안되면 가마솥에 밥하고 풀뜯어먹는 생활을 지향할까하는 데 가능할까..ㅎㅎ
물론 아직까진 놀던(?) 가락이 있어 여기저기 들어가는 돈이 많다만 그래도 의류비 제로 여행비 제로 외식비 제로 공연관람비제로 삼십년 동안 내 삶에서 중요한 지출을 담당했던 요인들에 전혀 돈을 쓰지 않고도 삶은 참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고 있다지.
이렇게 조금씩 시간이 흐르다보면 차츰 돈에서 자유로와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과연 이게 꿈일까..
내가 좋아하는 짬뽕, 먹고 싶은 건 왠만하면 집에서 다 만들어먹는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않으므로 보약을 먹는다고 혼자 좋아한다..^^;;;
거의 일년만에 배추김치도 담갔다. 배추한포기사다 김치를 담는데 아무것도 아니건만 묵은 김장김치가 있다는 생각에 감히(?) 엄두를 못냈다지. 얼마전 렌더맨님이 다녀가며 배추김치를 놓고 간 일이 있었는데 정말 그 햇김치가 너무너무 맛있더라는 거다. 요즘 아무리 배추가 비싸다고 해고 한포기 담으면 재료비 모두 합해 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한동안 행복할 수 있건만
흔하지 않게 스스로가 참 미련하단 생각을 했다지
이런 요상한 풋고추김치도 담갔다. 맛은 뭐 그저그렇다만 나름 일종의 사치. 한 두어개 꺼내 밥상에 놓으면 왠지 근사해지는 느낌
옥수수농사를 망친 관계로 간신히 얻어진 저 못생긴 놈들. 뭐 그래도 이틀은 행복했다지
그리고 진짜 오랫만에 감자스프를 만들었다. 감자를 볶아먹고 삶아먹고 구워먹고 또 삶아 으깨 샌드위치도 만들다 만들게된 내겐 오랫만의 향수음식.
한국에 돌아와 한동안은 나름 열심히 해먹었던 서양음식들도 요즘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한국음식에 대한 집착이 없었기에 외국생활이 수월했었는데 요즘은 또 남친보다도 더 한국음식에 올인하고 있으니 신기한 일. 음식이야말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필수적인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음식적응력에 있어선 기네스북 감이다..ㅎㅎ
요즘 사야의 즐거움 칡꽃이다. 이 주변엔 칡이 천지인데 칡꽃이 피는 계절. 색감도 화려하고 향도 훌륭한 칡꽃.
생꽃을 따 물에 살짝 씻은 후 저리 끓는 물을 부어 우려 마시면 세상에 이보다 더 우아한 꽃차가 있을까 싶다.
공기중의 습기가 조금씩 빠져가는 찬란한 계절 찬란한 햇살
와인병에 하나씩 가둬두고 감상중이다..^^
생애 두 번째 배추를 심었다. 내가 담근건 아니지만 여전히 십개월 가까이 냉장고안에 버티고 앉아 김치찌개나 김치볶음밥으로 변신하는 김장김치를 보며 새삼 놀라고 있는 중이니 김장은 정말 필수인 듯.
여름 농사는 거의 망쳤지만 배추나 무만은 별탈없이 잘 되어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
갑자기 너무나 추워졌다
가만히 앉아있다 누군가에게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랄까
이제 겨우 팔월하순인데 왠지 이 해가 다 가버린 기분
나야 가스전기 떨어져도 추우면 나무땔테니 얼어죽진 않을테고 가마솥에 밥이라도 지어먹겠지만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될 지 참 갑갑한 마음이다.
개인사이야기하다 삼천포로 빠진 느낌이긴 하다만 2011년 남은 날들 모두 무사하길..
2011. 08. 24.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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