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아름다운 구월

史野 2011. 9. 6. 14:27

아 요즘 정말 날씨가 환상입니다.

 

 

 

시원한 바람은 온 세포 하나하나를 스치는 느낌이고요 투명하다못해 부서질 것만 같은 햇살은 가슴 저 깊숙한 곳에 감춰진 묵은 상처까지도 슬그머니 치료해줄 듯 하네요.

한밤중에 별은 쏟아질 듯 반짝거리고 제 인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구월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 곳에서 맞는 첫 구월이니 아마 처음이 맞겠죠? ㅎㅎ

 

 

 

정열적인 붉은 칸나가 늦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뒷쪽으론 노란 칸나인데 그 놈들도 꽃을 보여줄까요?

 

 

 

드디어 고추를 말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고추를 심을때까지만 해도 이리 말려볼 생각은 못했는데 따가운 햇살에 날이면 날마다 투명해져가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내년엔 고추를 더 심어 김장때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햇살 좋은 김에 여름내 먹다지친 대추토마토며 이것 저것 기분내어봅니다. 새로 채반을 구입했는데 예전처럼 낭만적인 모양의 채반을 구하긴 힘드네요.

 

 

이제 겨울철대비 나무하러 다녀야할 때라 역시 구입한 지게. 낭만적 지게 생각을 하면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만 그래도 지게까지 구입하며 살게 될 줄은 몰랐기에 웃음만 나옵니다. 저 지게 제가 매고 다닐 지도 몰라요..ㅎㅎ

 

 

 

 

여름내내 꽃을 피우던 저 아킬레아는 이제 끝물인데 대신 심지도 않은 유홍초가 이리 화려안 자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봄에 사다 잠시 꽃을 보았던 메리골드가 다시 처렇게 화려한 꽃잔치를 보여주고 있네요. 제가 좋아하는 꽃이라 복권이라도 당첨된 기분입니다.

 

 

 

그 뒤로 이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으니 곧 황금벌판이 되겠지요.

 

 

 

 

햇살은 받으니 강아지풀도 이리 아름답습니다.

 

 

 

 

이거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처음엔 잡초라 생각해서 뽑아버렸는데 자세히 보니 그 귀한(요즘 약초라네요), 어린 시절 따먹곤 했던 까마중이 마당 한켠 무성히도 자라고 있습니다.

 

 

 

 

꽃은 작지만 색감만으로도 사야를 흥분(?)시키는 닭의장풀. (아 요즘 제 카메라 접사기능이 맛이가서..ㅜㅜ)

 

 

 

하도 비가내려 여름내 구경하기 힘들었던 호박도 찬란한 햇살 아래선 이리 하나 둘 씩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네요

계절의 변화는 늘 신비롭습니다.

 

 

 

 그리고...

사야네 이 시골집에 사치품이 하나 생겼습니다.

에스프레소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구입할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 데 후배가 집들이선물이라며 보내왔네요.

물론 저는 전자제품의존도를 낮출 생각에 여유가 생기면 주전자형식의 간단한 머신을 살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생기니 이리 에스프레소잔을 선물하는 사람도 생기고 역시 선물받은 등나무쟁반에 담아 이 가을햇살아래 향좋은 커피한 잔의 여유를 누려봅니다.

 

 

경기는 점점 나빠지고 비관론자들은 30년대보다 더한 공항이 찾아올거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 총제적 난국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전쟁론이 대두되기도 하고요. 아니 그냥 전쟁보다 무서운 앞으론 식량전쟁일 거라고 하지요.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먹는 채소의 대부분이 외국종자회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파프리카같은 외래종이 아니라 심지어 열무나 무같은 토종(?) 먹거리조차도요. 생각하기조차 싫지만 종자값을 확 올려버리면 서민은 농약, 중금속 범벅의 중국산채소만 먹고 살 날이 올 수도 있겠지요.

 

자본금이 많이 들지않는 시골구석에서 자그마한 카페라도 하나 내고 싶었던 제 계획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떡해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떡해 살아남을 것인가가 화두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래서 이 구월이 더 아름다운 가봅니다.

폭풍전야 마지막 불꽃놀이같아서요.ㅎㅎㅎ

 

 

 

2011.09. 06.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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