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도쿄가 아름다운 이유

史野 2007. 6. 8. 16:15

도쿄가 아름다운 이유는 무지 많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멋진 건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오래된 주택들이 비집고 들어있고..

 

그래도 가장 큰 이유라면 나무와 꽃이 많다는 걸거다. 원래 꽃집 자체도 많아 걷는 맛이 있지만 집집마다 건물밖으로 내어놓은 화분들도 너무 이쁘다.

 

물론 차가운 겨울과 눈을 좋아하는 나는 사시사철 꽃이 피는 도쿄가 가끔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겨울내내 동백꽃이 가득피고 동백꽃이 질때면 사쿠라가 만개하고 또 사쿠라가 질때면 철쭉이 가득하고 이제 철쭉이 지니 수국이 한창이다.

 

신기한건 동백꽃이 피면 여긴 다 동백나무인가 싶고 사쿠라가 피면 또 아 이게 다 사쿠라나무였나 싶고 가을이면 또 아 가로수가 다 은행나무였나 싶으니..

 

어제도 나갔다가 아 여기 이 덤풀숲이 다 수국이었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조건 집을 비워줘야하는 금요일 오전. 카메라며 주섬주섬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우리 집 옆의 청송사. 아 맞다 도시속에 절과 신사가 잔뜩 있는 것도 도쿄가 아름다운 이유다. 가끔은 무슨 고도에 와 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 장소가 꽤 많다.

 

 

그 곳에도 수국이 잔뜩 피었다. 이 꽃이 너무 재밌는게(?) 저 진한 색들이 다 봉우리인 관계로 끝도 없이 피어난다는 것.

 

 

하루에 두 번 타종을 하는 종각. 아침에야 듣지도 못하지만 저녁에 울리는 종소리는 늘 가슴이 설렌다.

 

 

 

저 종각옆의 꽃들도 다 수국이고

 

 

모퉁이를 돌아도 수국이다. 저 노란꽃과 색감대비로 실제로 보면 넘 이쁜데 별 분위기는 안나네. 저 꽃도 이쁜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것처럼 꽃나무들이 참 많다. 사쿠라도 동백도 꽃나무이긴 하지만 저렇게 커다란 나무에 꽃이 마구 열리는게 내겐 늘 신기하다.

 

 

옆 사무실 건물 후원(?)에도 수국이 한창

 

 

바로 저 곳이 사무실 사람들 담배 피우는 곳. 저 건물에 내 치과가 들어있어서 나도 가끔 저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꽃이 많아서 늘 기분이 좋다..^^  우리 집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이기도 해 외출할 때 나와 담배피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 밖이 덥나 아닌가를 가늠하기도 한다..ㅎㅎ

 

 

오늘은 장을 봐야하는 날인데 장보러 가기도 싫고 그냥 내 자리에 앉았다. 평소엔 조용한데 어느 유치원에서 나왔는지 꼬마들이 재잘재잘.

 

 

일본애들은 교육의 영향인지 부산한 맛이 없다.몇 달 전에도 에레베이터에 저만한 혼혈아이와 외할머니인듯한 일본부인과 타게 되었는데 내가 탈때 열림버튼을 누르고 있고 옆으로 비켜서고 인사하고 어쩌고 얼마나 철저하던지 조금 놀랬다.

 

아이들이 곧 떠나서 노다메 칸타빌레를 꺼내 읽기 시작. 나가서 책을 읽는 법도 없는데 공원에서 만화책을 읽으니까 기분 좋더라.ㅎㅎ

 

음대생들 이야기인데 아직까진 만화라는 장르가 낯설긴 해도 나름 재밌는데다 속도도 좀 붙었다. 나는 히라카나보다 카타카나가 쥐약인데 음악가며 익숙하니까 좀 알겠다. 첫 날 학원에서 파소콘을 빠찡고라고 대충 때려 읽었던 걸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자주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 다른 종류의 수국.

 

한참을 읽었더니 슬슬 시장끼가 돌아 바로 앞의 조조지로 건너갔다. 지나다니기만 한 절내의 식당야외에서 오뎅정식을 시켜먹었다. 일본음식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너무 밍밍하다는 인상..^^

 

 

 

밥을 먹고는 절 안으로 들어갔다. 늘 그렇듯이 조용한 가운데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간다. 예전엔 이 많은 신사와 절이 뭘로 먹고 사나 늘 궁금했었는데 의외로 참배객들이 많다. 우리나라와 달리 절하는 사람은 없는지 예불을 드리는 장소는 올라가지 못하게 되었고 뒤로 의자들이 놓여있다.

 

딱 한 번 신랑도 없고 잠못 이루던 밤 새벽예불에 간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새벽예불에 참석해 본 적은 없으니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참 좋았다. 오늘도 가만히 앉아있다가 멀지도 않은데 새벽예불드리러 올까하는 생각도 잠시..

 

 

이 절은 사년뒤에 팔백주년이란다.

 

나와서 벤치에서 역시 만화책을 한참 보다 그늘이라 그런지 좀 춥길래 결국은 장보러 안가고 그냥 들어왔는데 거실온도는 28도를 가르키고 있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나가서 책을 읽어야 할까보다.

 

어쨌든 속상하게도 요즘 카메라가 맛이 갔다.메모리카드가 일기가인데 열 몇장 찍으면 다 찼다니. 혹 너무 써서 그런가 여분으로 있는 카드를 바꿔끼웠는데도 비스므리한 현상이다.

 

사진에 올인하고 있는 상태도 아니고 새로운 카메라를 살 생각도 전혀 없지만 카메라없이 집을 나서는 일은 거의 없는 나로선 조금 우울하다.

 

안그래도 이미지센서에 묻은 먼지들도 어떻게 해결을 해야하는데 병원신세를 지면 나아질려나..

 

 

 

 

2007.06.08.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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