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나도 황당한 도쿄발 긴급속보..ㅜㅜ

史野 2007. 5. 25. 21:48

모님이 긴급속보를 올리셨는데 나도 좀 올려보자.

 

내가 오늘 밤 뭐를 했냐. 평소처럼 스모보고 야구보며 세월아 네월아 한 게 아니다

 

 

여기 바로 도쿄돔을 택시까지 타고 갔다.

 

이승엽 홈런치는 거 보러 갔냐고? 아니다

 

오늘 이 곳에서 대한민국의 자랑(!)인 비가 콘서트를 개최한다길래 갔다. 그럼 내가 그걸 미리 알았냐? 아니다. 그것도 오늘 글 올리고 어쩌고 인터넷 검색하다 알았다

 

그럼 내가 비팬이냐? 그것도 아니다. 비라는 가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정도고 노래는 들어본 적도 없다.

 

몇 주전인가 미국인이 비를 조롱했느니 어쩌느니 기사가 또 떴길래 나란 인간이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찾아 봤다. 보니 한국어로 노래까지 부르는 그 코미디언을 보며 세상에 나도 잘 모르는 비란 사람이 이렇게 유명한건가 싶어 나는 감동했는데 그 기자들의 수준에 절망했다.

 

그런데 오늘 콘서트기사 찾아보다보니 비도 감동했다고 그랬단다. 어 괜찮네? 하는 기분이며 기사를 보다보니 홀로서기를 하고 어쩌고..

 

내가 또 애국심은 들끓고 한 오지랖하는 인간 아니냐. 그래 다른 곳도 아니고 그 넓은 도쿄돔이면 표를 못 살 일도 없고 나라도 응원을 가자 한 심정.

 

마침 신랑은 오늘 또 드럽게 높은 인간이랑 비지니스 디너가 있다고 했고 (이 놈의 회사는 드럽게 높은 인간이 너무 많고 왜그렇게 도쿄엔 자주 오는 거냐만..^^;;) 그렇게 유명한 한국인이라는 데 어떤 사람인지 보자는 의미도 있었기에 스모를 보고는 서둘러 나갔다.

 

망원렌즈까지 챙겨나갔는데 카메라는 안된다기에 또 착하게 말하지 않은 미니 카메라까지 자발적으로 맡기고..흑흑

 

그런 대형 콘서트는 가본적이 없기도 한데다 나는 비의 팬도 아니니까 대단한 기대를 한 건 아니었더라도 오랫만에 숨죽이는 클래식 콘서트가 아닌 그런 콘서트를 간다는 데 무척이나 부풀었더랬다.

 

당일표고 많이 팔렸다는 걸 알았기에 자리가 후질 거라는 것도 당근 알았고 그저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고 간 콘서트

 

도쿄돔을 세번 갔었지만 다 야구를 보러 간거고 이층의 그 아슬아슬한 곳에 앉기는 또 처음. 우연히도 옆에 앉은 여자 애가 재일교표 이세인데다 그 애도 혼자 와서 둘이 수다를 마구 떨며 기대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이건 뭐냐. 멀거라는 것도 당근 알았기에 정면이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었는데 소리가 너무 형편없다.

 

도대체 그런 대형콘서트를 왜 가는데? 아무리 후진 자리라도 최소한 소리는 제대로 들려야 되는 거 아닌가?

 

나 절대 소리에 민감한 여자 아니다. 신랑에게 구박을 받을 정도..ㅜㅜ

 

거기다 술도 마시고 갔기에 왠만하면 참아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수준은 왠만하면 참아줄 수준이 아니더라는 것.

 

백사운드의 비트는 너무 강한데 막상 비의 노래소리는 잘 안 들리고 뭐 아주 후진 디스코텍을 간 수준.

 

그래 술 한 잔 마시면 나아지겠지 또 한 잔 마시면 나아지겠지.

 

미안 안 나아지네. 아니 미안이 아니라 최소한 '만 이천엔'이나 받아 먹는 티켓이면 보이진 않아도 들리게는 해줘야지!!!! 이러며 승질이 나기 시작.

 

내 승질이 괜히 드러운 게 아니다. 드린 돈은 아깝다만 그 시끄럽고 노래는 절대 감상할 수 없는 곳에서 견딜 수는 없지. 내 시간도 돈이거든???

 

결국 남들은 늦어서 들어오기도 하는 시간에 일어서 나왔다.

 

비의 잘못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난 비의 콘서트를 간 거기때문에 열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옆에 앉은 여자애도 처음에 티켓이 많이 비싸다고 하길 래 난 웃었는데 그런 돈을 받아가며 그런 소리를 듣게 하는 건 누구 문제건 죄악이다!!!!

 

얘기했듯이 나는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오래된 켄우드로 듣는 음악에도 감동하고 요즘은 내 노트북으로 듣는 젠하이저 HD 555 헤드폰이 내 주 기기다.  

 

음악도 드럽게 모르면서 현장음악을 좋아해서 그저 헤벌레 무슨 콘서트나 가는 나같은 여자가 한시간을 못 참고 뛰쳐 나왔다니 정말 유감스런 콘서트다.

 

어쨌든 비가 인기가 많긴 많더라. 90프로 이상의 여자들이 모인 것 같던데 모두 열광하는 모습. (우리 윗층 빼놓고..ㅎㅎ)

 

내겐 비 콘서트가 최초로 중간에 뛰어나온 걸로 기억될거라지만..

 

내가 더블린을 그리워하는 건 더블린 자체라기보다 더블린에서의 내 모습이었는데 오늘 그 흉내를 좀 내보려다 시도부터 완전 씁쓸한 날이다.

 

아 정말 아줌마가 간만에 좀 날아 볼려고 했더니 안 도와주네..ㅎㅎㅎ

 

 

 

2007.05.25.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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