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아침부터 집안 일이며 서둘러 마쳐놓고는 집을 나섰다.
전날 비오는 중에 여러가지 볼 일이 있어서 히비야공원을 지나가는데 너무나 멋지더라는 것. 마침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어찌나 안타깝던지.
금요일엔 비가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카메라며 만화책이며 또 챙겨들고 히비야공원으로..
내가 원한 건 조금은 뭉개진 이런 분위기였는데 (아 일부러가 아니라 초점이 수동으로 되어있는 줄을 몰랐다..ㅎㅎ) 이미 기차는 떠났고 히비야공원은 너무나 찬란했다.
내가 지나가다 감동했던 곳은 이 연못의 이 꽃, (창포인가?) 이었는데 분위기는 너무나 다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음심(心)자라 그렇게 불린다는 이 연못가에 앉아 꽃을 보다 만화책을 읽다하는데 바람도 서늘한게 너무나 좋다.
현대사회에서의 유일한 구원은 자연이란 거창한 생각까지 들던 날.
바로 요 앞에서 앉아있었던 관계로 점심은 이 곳에서 먹기로 결정. 가끔 아주 가끔 들리는 곳인데 지난 번엔 고기공놈이랑 지나가는 길에 점심을 먹다가 그냥 눌러앉아 술을 마셨던 관계로 구경도 못하고 집에왔다지..ㅎㅎ
너무나 청명해서 곧 부서져내릴 듯한 분위기. 식사가 나오기 전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다.
바로 옆에선 야외음악당에서 금요음악회가 진행중이라 내가 앉은 자리에서도 음악은 끊임없이 흐르는데 신랑 저녁거리며 할 일이 많은 관계로 사진만 한 장 찍고는 서둘러 떠났다.
멜론님네 신문사주최로 열린 김진홍씨 조갑제씨 강연회. 친구놈은 네가 조갑제씨 연설회를 왜 들으러가냐고 끝까지 말렸는데 질의응답시간까지 세 시간반가량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필기까지 해가며 들었다. 이건 나중에 또 이야기하기로 하자.
처음 뵌 멜론님은 한눈에 알아보시더니 꼭 오랫동안 만났던 사람처럼 편하시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래저래 챙겨주시고 남편분과 옆에서 함께 들었는데 내 일본어가 딸리는 관계로 제대로 인사도 못드려서(사실은 좀 어려워서..^^) 안타까왔다. 사진보다 훨씬 인상이 좋으시고 멋쟁이신 분.
어쨌든 눈은 너무 아프고 머리는 복잡시럽고 다과회 구석에서 멜론님을 기다리며 맥주나 홀짝거리고 있는데 일어난 기적(!)같은 일. 이분이 누구시냐면 바이올린의 명인이신 진창현선생님이시다. 내겐 무슨 소설속 인물이시나 마찬가지인 분인데 짧게나마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다니!!! 이분도 역시 사진에서 뵌거랑 달리 서늘하고 빛나는 눈빛이며 따스한 미소며 엄청 젊어보이시고 아 어쨌든 좋았다..^^
(아 혹 토요일에 나를 보시는 분 놀래실까봐 사진도 올리고 또 엄청 불었다고 강조도 한다..흑흑)
끝나고 멜론님과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강의장소가 거의 우리동네였던지라 내가 모시고 싶었는데 도쿄의 진짜문화를 체험시켜주시겠다는 멜론님을 따라 간다(神田)에 있는 이 곳으로 갔다. 그렇다 도쿄에 삼년반이나 살았어도 이런 장소는 처음이라 무지 감동.
멜론님과 가게 사장님. 이십년지기시라고는 해도 식사를 안했다는 멜론님 전화에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려내셔서 실컷 먹으며 마시며 (저 다이어트중인데요 이러면서 다 먹었다..-_-) 구석에 있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두 분다 노래를 너무 잘하시지만 특히 멜론님은 사야 스타일로 말하자면 나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 처음 봤다..ㅎㅎ
(신랑에게 나보다 노래잘하는 사람을 봤다니, 지금이야 담배가 네 목을 망쳤지만 너도 예전엔 진짜 잘했어..-_-)
노래를 불러본지도 오래되었고 목소리도 안나오고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는 기껏 남들이 교육방송이냐 왜 부르는 노래가 건전가요나 구박하는 신형원의 '터'인데 왠걸 저 분들도 아침이슬등등 그냥 다 내 분위기다..ㅎㅎ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난건지 저 남자분은 역시나 재일교포이신데 여쭤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아서 속이 다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술을 거의 안드시는 멜론님은 끊임없이 최고의 생음악연주를 들려주시는 가운데 나는 저 분께 묻고 또 묻고 그렇게 2007년 6월 15일 도쿄 시타마치(下町)의 금요일 밤은 불타올랐다지.
내 인생도 만만찮게 파란만장하고 떠돌이로 살면서 일기쓰고 싶어지는 특별한 날들이 참 많은 삶이지만 저 날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그런 내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내 앞에 있는 게 맥주잔인데 잔은 작아도 끊임없이 들어부은 관계로(신랑표현이다..ㅎㅎ) 꽤 마셨는데도 잠이 오지 않던 날. 포도주 한 병 또 따서는 그 늦은 시간에 친구와 통화를 하곤 아침 여섯시까지 꼬박 앉아있었던 날..
(아침 다섯시경의 도쿄)
그래 그런 날이었다. 저 날은....
2007.06.18.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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