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97

당황스러웠던 독서경험

내가 된다는 것 (being you) 아닐 세스의 이 책을 드디어 제대로(?) 읽었다 소설도 아닌데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책은 처음인데 책을 읽었더니 생각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생각이란 걸 할 수가 없다 의식이 뭔지는커녕 내가 누구인지도 헷갈린다 아니 생각한다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다 저자는 의식이 뭔가라는 주제로 나라고 할 수 있는 그 나는 누구인가를 신경학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끈기 있게 설명하고 있다 사야에게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우리가 뇌에 있는 투명창으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각종 감각신호들이 뇌에서 예측하고 통합되고 추론되고 정보예측의 오류를 수정하고 다시 추론하는 수없는 과정을 거쳐 인식된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는 사과를 보고 그냥 사과라는 걸 아는 게 아니라는 사실 살면서 내가 누구인가..

E=mc²

책장 속 책 털어내기 1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해 이런 책이 왜 집에 있냐고 묻지 마라 본인에게 부족한 게 뭔지는 최소한 알았던 과거의 사야가 남긴 흔적이라 현재의 사야는 자세히 모른다 ㅎㅎ 그래서일까 이 책은 사야가 기대하던 책은 아니었고 근현대의 과학사랄까 실험실밖의 야사랄까 한 이야기꾼이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 같았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궁금증에서 시작한 도전정신에서 결국 원자폭탄이 만들어져 히로시마에 떨어진다는 이야기 평이한 문체에 번역도 깔끔해 보여 술술 읽힌다는 장점은 있었는데 (아님 한국어라 술술 읽힌다고 착각한 건지 ㅎㅎ) 읽고 났더니 막상 몇 선구적인 여성과학자들의 활약상 말고는 별로 남는 게 없는 독서였달까 쓸데없는 이야기가 많아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부각되지 않았다 즉 잿밥에만 관..

이슬람 살짝 맛보기

사야의 이슬람과의 첫 접촉은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사원 어린 마음에 그 건물이 얼마나 신비로왔는지 모른다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이야기 속의 요술램프처럼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개인적으로는 유럽에 살 때 만났던 모슬림 지인들과 살던 동네에 많아 자주 가던 터키가게들 그 신비롭기만 그래서 호기심이 더 많았던 그 세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건 탈레반의 불상파괴사건 그때 뉴스로 그 장면을 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뉴스로도 자살테러 911 테러 등 좋은 소식을 들은 건 없는 거 같다 이 책을 구입했던 건 그 맘때 쯤이다 아무래도 책 한 권 정도는 읽어야 할 것 같아 산 건데 무슨 이유였는 지 그냥 놔두기만 했다가 근 이십 년 만에야 읽었다 사실 요즘 코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답답해하다가 이 책..

나른하고 나른한 이야기

모데라토 칸타빌레 보통으로 노래하듯이 뒤라스의 소설을 읽었다 아주 얇은 책인데도 보통 빠르기가 아닌 아주 느리게 그리고 스타카토식으로 끊어가며 간신히 읽었다 오래전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식민지시대 백인과 현지인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권력관계 그러나 그 권력에서조차 소외된 한 소녀의 처절한 성장기 그때 원작인 뒤라스의 소설은 읽지 못했는데 그래서였을까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의 책 제목처럼 음악과 관계된 소설이란 기대와 함께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뭔가 다이나믹하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 대화 또 대화 그런데 어디로 튀는 건지 헷갈리는 대화들 어려운 단어는 없는데도 낯선 문장들 매그놀리아 향기 바닷가 근처의 카페..

다른 세상 그러나 또 같은 세상 이야기

가브리엘 제빈의 소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읽었다 400페이지의 소설인데 대화체가 많다 보니 먼저 읽은 소설 사분의 일 정도의 분량 같은 느낌. 너무 다른 종류의 소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볍게 때론 재미있게 나름 즐거운 독서였다 단어를 다 알았냐고 아님 다 찾아가면서 읽었냐고 묻지 마라 맥락상 꼭 알아야 할 것 같은 단어만 찾아보며 그냥 읽었다 ㅎㅎ 이 소설에는 놀랍게도 동현과 봉자가 나오는데 남주인공이 한국계 혼혈이다 혼혈에 민감한 사야는 살짝 방어적으로 읽었는데 마지막 후기에 나오는 엄마 애란 제빈 그러니까 작가가 주인공처럼 한국혼혈이더라 본인이 제일 잘 아는 얘기일 텐데 괜한 노파심이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일본 한국혼혈인데 소설을 읽다 보면 그들은 그냥 평범한 미국인이지 혼혈이라는 생각이 ..

民族에서 個人으로 다가왔다

아모스 오즈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이 83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결국 다 읽었다 읽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인명이나 지명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처음에는 찾아보며 읽었는데 결국 포기 자전적 소설이라지만 거의 회고록 수준이라 대화체도 없다시피 한다 거기다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도 읽는데 어려움이었다 엄마의 자살이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 같은데 아무리 읽어도 자세한 이야기가 안 나와 약이 오를 지경이었다 결국 63장 중 마지막장에서야 풀어놓는 작가 사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문학작품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사야가 읽은 책이면 모를까 책 속의 주인공도 모르고 맥락을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걸 다 떠나서도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없는 게 제목에 ..

네탄야후와 이스라엘소설

아침 설거지하며 뉴스를 듣다가 깜짝 놀랬다 네탄야후가 총리가 되다니 그 네탄야후? 사야 독일 살 때 총리였는데 찾아보니 그 사이에도 자주 총리였었네 이 정도면 거의 불사조급 아닌가 독재국가도 아니고 이리 자주 또 오래 총리였던 게 역사에 있나 도대체 이스라엘 정계에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이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너무 신기하다 처음 들을 때는 아버지 아들 부시처럼 그 아들 인가 했다 굉장히 강성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세월이 지났으니 그도 변했으려나 우짜든둥 지난번 읽다 말았다는 책을 결국 다 읽었다 체루야 살레브의 남편과 아내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있던데 무슨 연유로 책장에 꽂혀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두 사람이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어 겪는 말하자면 관계에 관한 소설이다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마당에서 일만 한게 아니라 드디어 틈틈이 책도 읽었다 장서가 고양이 빌딩으로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인데 잠깐씩 읽기에 적당할 것 같았다 그의 왕성한 지적호기심과 탐구심은 경이로웠지만 자주 비치는 우월감은 살짝 불편했다 그래 저런 사람들때문에 인류가 발전하는 거지 하다가도 과연 인류는 발전한걸까 싶다 이십년도전에 더블린에서 티비만틀면 나오던 아프리카 아이들이 더러운 물을 먹는 다는게 지금도 여전히 티비만틀면 나온다 말라리아약이 개당 천원이면 사람하나를 살린다고하고 영국의 한 축구선수는 하룻밤에 일억원의 술값을 썼다고도 한다 과연 책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던데 마지막에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우크라이나 전쟁때문인지 러시아 식자들에대한 회의도 들고 이재명을 지지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