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북에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 조영복
월북작가들이 해금된 건 대충 내가 대학에 다닐 때일거다
그저 혼자 괴로웠던 인간인 나는 거기까지 챙겨볼 순 없었다
그러다 한국을 떠났고 대충이나마 챙겨보게 된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늘 과거에, 그게 꼭 내 과거만이 아니더라도 아니 그게 내 과거일 수 있는 우리의 과거에 관심이 많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잊어버린 아니 잊도록 강요당한 그 시간들에 집착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그리 관심이 많던 월북했던 당시의 문화인들에 대한 나름 심층보고서다
이태준의 '무서록'이나 김용준의 '근원수필'이나 감수성예민한 사춘기에 읽었다면 더 소중했어야할 책들
정말 아름다운 우리말들의 향연
그 때 그런 책들을 접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금지, 그러니까 읽지 못하게 강요되었단 내 현실은 불구다
물론 나뿐 아니라 그 모든 세대들이 불구지만 말이다.
머나먼 역사도 아니고 당장 내 할아버지 내 어머니들이 살아낸 세대에 대해 이리 왜곡된 기억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들은
아무리 잘난척을 해도 정신적 장애인일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흩어졌던 남북이 합쳐 문화사를 쓰게 되기까진 지금보다 훨씬 오랜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을 대충 그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위로를 준다.
우익이라는 괴물에 갖혀 아니 지금도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의 그 이데올로기에 갖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들
꼭 되찾아와야하는 시간들이 이런 얇은 책속에 숨어있다
2.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조이담, 박태원
위의 책과 같은 맥락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란 어찌보면 지금도 현대적인 소설을 썼던 박태원
그 박태원의 흔적을 따라가 본 흔치않는 책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하지만 분단이란 그 현실속에서 우리가 잊거나 빼도록 강요되었던 그 때의 기록들
이천년이 넘은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하지만 도시라는 것이 생겨나던 때 어찌보면 봉건적인 사회에서 도시로 나아오게 된 인간의 자화상
그게 특히나 식민지때문에 도시조차도 강요되었던 그 시대의 인텔리들의 기록을 따라 이젠 그 곳에서 자유로운 한 인간이 그 길을 되짚어 본 이야기다.
강요된 문명 그리고 또 전쟁을 통해 신기루처럼 사라진 그 시간들
내가 모든 문명들을 꿰차고 있는 건 아니니 쉽게 말하긴 어렵다만 우리처럼 문명의 단절을 경험한 민족들도 쉽지는 않는 터
잘난척 좀 해서 외국일까지 끌어들이자면 구라파엔 발터 벤야민의 파리가 우리에겐 구보의 경성이 있다
3. 경성기담-전봉관
역시 경성이란 말에 골라 읽은 책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이란 부제가 붙어 읽게 된 책이다
대단히 크게 언급할 만한 책은 아니지만 우리의 단절된 역사와 기억속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그런 책이라 생각한다
주몽이나 근초고왕(이건 지금 내가 열광하는 드라마)같은 역사이야기에 흥미를 보이지만 그게 우리의 역사이야기는 아니다
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이라지만 같은 언어를 썼는 지도 확인해볼 수 없고 과연 우리와 직접적인 역사적 관계가 있는 우리의 이야기인 지는 알아보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우선은 한국인으로서의 내게 조선이나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등의 이야기는 그게 무슨 이야기든 나를 이해하기 위해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벌써 치매도 아닌데 그리고 그냥 읽어넘긴 소설도 아닌데 어떻게 그리 까맣게 잊고 있었는 지 모르겠다.
읽은 날짜를 보니 전반기도 아니고 이사하기전 후반기에 읽은 책이더만..ㅜㅜ
핑계라면 이사하면서 이삿짐센터에서 꽂아놓은 그대로 아직 책장정리가 안되었다는 게 이유일까..-_-
조선시대와 대한제국후기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후까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나란 인간이 내 부모뿐 아니라 그 기나긴 세월을 지나오며 생성된 어떤 한 산물일테니까
살아간다는 것이 살아야할 것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하는 것일텐데
그치만 올 해도 사야는 지나간 흔적을 찾아, 놓친 그 부분들을 끼워맞추기 위해 발버둥쳐대는 날 들이 될 지도 모르겠다
2011.01.15.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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