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2010년 독서기록

史野 2011. 1. 1. 04:17

책을 읽을 목적으로 귀촌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많이 읽을 욕심은 있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어쨌든 한 해를 정리하며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메모정도는 남겨놓아야할 것 같다

 

1. 혼불

살다살다 이렇게 읽기 어려운 소설은 처음봤다. 2010년 초반은 이 책 읽다 다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외국소설을 읽다 받은 설움도 모라자 내 나라 내 글로 읽은 소설과도 해야했던 지루한 싸움

이 소설은 미완성인 관계로( 그렇게 열심히 읽었는데 결론을 볼 수 없으니) 비추천이다만 혹 미완성인 걸 알고 읽는 사람에겐 다를 수도 있겠다

우짜든둥 꼭 소장하고 싶은 책.

돌아가신 고기공놈 아버님 책이라 읽으면서 내내 그 분 생각을 잊을 수 없던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꼭 다시 세세한 부분들을 확인하고 읽어보고 싶은 책.

인간이라고 모두 같은 인간이 아니듯이 같은 언어라도 모두 같은 언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내게 알려준 고맙지만 재수없는 책

 

2. 생활 속 심리이야기

이건 그때 사진에 올렸던 옆집 남자에게 빌려읽은 거다

어찌나 공감가는 게 많은 지 읽고나서도 다시 구입.

모든 인간들이 신경정신과를 다녀야한다고 믿는 나에게 안가고 싶은 인간들은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 책

본인이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될거라 믿는다.

 

3. 영혼들의 여행

이 황당한 책은 어떻게 소개해야할 지 모르겠다.

불교의 윤회설과 많이 상통하고 특히나 혼불에서 나오는 한 부분과도 거의 일치해서 놀랍긴 하다만 보통 사람들이 그대로 이해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우리가 삶을 다 이해할 수는 없는 일. 내용을 여기 쓸 수는 없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기다 인생이 뭔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훓고 넘어가면 좋을 듯한 책이다.

 

4. 좁쌀한 알

나는 잘 모르지만 원주에 정착했던 사회운동가(? )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에 관한 책이다

선생에 관한 일화가 실려있는데 밑줄 치고 싶은 구절들이 많았다

세상이 너무 그지같긴 하지만 찾아보면 어딘가 구석에서 묵묵히 삶의 몫을 해나간 사람들이 있었구나, 위안을 줬던 책.

 

5. 간송 전형필

간송미술과에 대해 조금 알고부터 늘 그가 누구인 지 알고 싶었는데 도대체 그에관한  책이 없는 게 의아스러웠다

그게 유족의 문제였건 학계의 문제였건 안타까왔는데 이 책이 내게 간송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알려줬다.

일제시대에 누구나 독립운둥을 했을 리는 없는 터.

우리가 받은 그 시대의 교육은 늘 편협적이었는데 어쨌든 이 책은 대한민국의 손꼽는 부자가 독립운동과 상관없이 어떻게 그 부를 이용해 우리의 문화자산 결국은 우리의 정신을 지켜냈는 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내가 지난 번 백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투자해 책을 구입한 것도 이 책 때문.

 

6. 조선의 르네상스 중인, 사대부 소대헌 호연재의 한평생 그리고 최숙빈의 조선사.

최숙빈의 조선사는 당시 드라마 동이를 보느라 구입해 읽은거고 앞의 두 권은 조선시대에 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읽은 거다

이리 정신없이 살지만 않았다면 동이를 중심으로 조선시대에 관한 글도 한번 쓸려했었는데 그냥 지나가 버렸다

우짜든둥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란 반토막도 아니고 그저 입맛대로 짜집기만 것을 뿐

나름 역사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갖기엔 요즘 나오는 책들이 중구난방이긴 해도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요즘 열심히 보는 근초고왕때까진 아니더라도 내 조상의 역사 그리고 내 역사인 조선시대까진 가능한한 철저하게 이해하고 싶은 욕망

최숙빈의 조선사야 그저 궁금증 정도 해결해 줄 순 있다해도 앞의 두 권은 조선시대의 생활상이 지배체계 등 그 사회를 이해하는 데 꽤 구체적인 자료들을 제시한다.

 

7. 매화삼매경

조선시대에 조희룡이란 매화에 미친 남자가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하도 오지랖(?)이 넓어서 조선후기를 이해하기엔 이만한 사람도 없다 싶다

유머스럽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관조도 대단한 깊이고 이 시대에 그의 느낌을 따라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다른 이들때문에 그를 알게 되었지만 그를 알게 되면 그가 교류했던 사람들을 알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매력의 남자.

 

8. 그외 소설들

내가 소설을 읽을 땐 위로가 필요해서다. 나는 간절히 위로가 필요했으므로 순간순간 잡다한 소설들을 미친듯이 읽어대기도 했다

그 중 몇 언급하고 싶은 소설들

큰 조카가 빌려준 ' 만엔원년의 풋볼'

늘 읽고싶었는데 가장 안좋은 순간에 읽어서인지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래도 소장하고 언젠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고령화 가족

고래를 쓴 천명관의 소설이다. 내가 열광하는 소설가인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 미친듯이 웃었고 토하고 싶을 만큼 허무했다

채링크로스 84번지

아무리 좋다고 들어도 읽고 싶지 않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남들이 마트에서 할인품목을 고르듯 난 인터넷 서점에서 간혹 그 비슷한 쇼핑을 하곤 하는데 그러다 걸린 책.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인간을 감동시킬 수 있는데 내겐 이 책이 그랬다. 얇디얇은 이 책 때문에 한달은 행복했달까

선생님의 가방

일본소설을 특히 좋아하진 않지만 일본소설만이 가진 특이함이 있다면 이 소설같은 게 아닐까. 아무 극적인 장치없이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또 외국어때문에 머리깨고 싶진 않지만 언젠가 내가 다시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이 소설을 가장 먼저 원어로 읽고 싶다

자기앞의 생

그 유명한 에밀 아자르 아니 로맹가리의 소설들을 나는 읽어본 적이 없다. 역시 오십프로 세일로 산 이 책을 읽고 나는 위에 쓴 것처럼 꼭 원어로 이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번역가가 잘못했다는 생각에 뜻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려운 원어를 이해하며 실컷 웃고 싶어서다

인생은 정말 누구앞에나 똑같은데 누가 같은 상황에서 먼저 웃는가가 관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정말 멋진 책이더라

 

 

 

책을 소개할려는 게 아니라 독서기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어쨌든 제 나름 대충 정리는 하고 넘어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해가 바뀔때면 늘 쓰는 말이지만 제겐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그래도 제겐 처음으로 제 이름으로 된 거처를 장만할 수 있었던 뜻깊은 해이기도 했구요

이젠 먹고 살 무언가를 마련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만 

그런 걸 최소화하려고 시골생활을 선택한 만큼 또 제겐 뭔가 색다른 해가 되겠습니다.

제 블로그색이 자꾸 바뀌는데도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누군가 믿어주고 지켜봐주고 몇마디 응원글을 남겨주는게 이리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다 이런 인사 남기는 이유

일단 새해 계획

책을 많이 읽고 독서기록 좀 쓰려구요.

올해는 사야가 애초부터 아무생각없이 살아보려합니다

아무 기대없이 아무 계획없이 돈도 함 벌어보려구요..^^;;

우짜든둥

마흔다섯

이 해가 밝았습니다

 

 

 

 

2011.01.01.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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