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불교계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다 명진스님이 봉은사주지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땐 내가 외국에 살때여서 얼마전에야 겨우 이름을 접했던 스님.
그런 스님의 수행기를 사본 다는 건 나답지 않은 일인데 오랫만에 이 곳에 독후감까지 쓰게 되었다.
절대적이면서 너무나 진부한 명제 삶과 죽음
둘 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애써 무시하거나 잊고 살고 있는 문제.
물론 태어났으니 그냥 이리 살다 죽는 거지, 뭘 그리 고민하고 따지냐는 쿨한 사람들도 없는 건 아니다만 보통의 인간들에겐 풀 수 없는 미스테리이자 고통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종교가 있고 철학이 있고 집착이 있고..
'공수래공수거'는 당연하고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인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무엇에 의해 이리 허망하고 벅찬 수레바퀴를 미친듯이 돌려대고 있는 걸까
내 주변엔 생각해도 머리가 깨질만큼 삶의 괴로움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저 집착일뿐인데 칼자루 하나 쥐고 자르면 될 일인데 그걸 못해 삶 전체를 망쳐버리는 형상이다.
하긴 뭐 그게 쉬운 일이면 나마저도 이 모양 이 꼴로 살겠냐만..ㅎㅎ
각설하고 이 책에서 스님은 우리가 고민하는, 혹은 하지 않는 그 근원적인 문제에대해 어찌 다가가고 어찌 삶을 풀어가야할 지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이야기한다.
불교서적이라고 해서 거창하지도 않고 이해안가는 말도 거의 없고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의 아집도 없고 어찌보면 범인과 크게 다를 바도 없는, 그래서 어쩌면 더 위대해보이는 한 인간의 삶이 편안하게 서술되어 있다.
내용 중 수행자는 올바른 관점을 갖는게 중요하단 구절이 나온다. 어찌 수행자뿐이겠는가. 자신이 가진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인가 끝없이 고민해보고 방향수정을 하는 인간들은 과연 얼마나 될 지.
사회를 어지럽히는(?) 많은 사람들은 사실 많이 배우고 꽤 오래 살고 나름 찬란한 행적을 지닌 사람이 많다.
그런데 어쩌다 들어서버린 그 관점의 노예가 되어 모든 일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다보니 그들에겐 그 길이 신념이 다른 이들을 죽이는데 쓰인다는 걸 느끼지 못할 뿐.
책을 읽다보니 머리를 깎지 않았을 뿐 나 역시 수행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건 같단 생각이 든다. 스님처럼 나 역시 나란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아왔으니까.
기센거로 따지면 나도 만만치 않은데 수행이 부족한 탓일까 언제쯤 나는 그 생과사에 집착하지 않게 될른지..
어제 책을 붙든 자리에서 단숨에 일독을 마치곤 남친과 토론아닌 토론 말하자면 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몇 시간씩 토론을 하다 서로 윈윈하는 삶을 살던 내겐 참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
남친도 자라온 환경상 어찌보면 한소식한 사람인데 그 자라온 환경이 나와 너무 달라서인 지 때로 거대한 벽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니까 이 것 역시도 편견인게 사는 습관도 전혀 다르고 언어도 전혀 다른 외국인이었던 전 남편과 내가 공유했던 것들이 한국인인 남친과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
책을 읽어서일까 남친은 이제 내가 넘어서야할 부처님이란 생각이 든다.
순탄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사십년을 넘게 비슷한 사람들과만 살아왔던, 내게 삶이 던지는 또 하나의 화두랄까
장성에 버리고(?) 온 스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건방지게도 기싸움에서 이겼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분 역시도 내가 극복해내야했을 부처님이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 선택에 대한 후회나 미련같은 건 없는 인간인지라 장성에서 나온 건 백번 잘했단 생각이지만 어쩌면 나는 너무 내 멋대로 쉬운 길만 찾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오랫만에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게하는 그런 책을 만났다.
명진스님이 걸어두셨다는 단지불회(但知不會). 다만 모를뿐이란 글귀를 나도 걸어놓아야겠다.
2011. 06. 02. 여주에서....사야
요즘 나를 감동시키는 뻐꾸기소리. 볼륨을 잔뜩 올려놔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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