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史野 2007. 3. 20. 19:43

 

 

오늘은 아시다시피 이라크전쟁이 발발한지 사년이 되는 날이다. 어제부터 BBC에서는 자꾸 그 이야기가 나오고 사년이란 아득한 세월에 답답해지는 기분.

 

그러고보니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시부모님이 홍콩에 오셨더랬는데 막상 전쟁보다는 사스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그게 아버님이 우리집에 마지막으로 다녀가신게 되어버렸다니..

 

사년이나 지났는데도 눈에 잡힐 듯 그때 일들이 생각난다. 유엔에서는 반대했고 부시는 나쁜 말로는 미국의 개라고 까지 이야기하는 영국과 손잡고 결국 전쟁을 일으켰더랬지.

 

당시 독일총리였던 슈뢰더가 너무나 당당하게 우리가 왜 그런 '모험'에 참여를 하겠냐고 안한다고 단호하게 말을 해서 너무 부러웠던 기억도 난다.

 

곧 승리할것 같았던 그래 몇 달만에 부시가 회심의 미소를 띄고 이라크에 내리던, 그 전쟁은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테러이야기가 아침마다 밥상에 김치가 오르듯 그렇게 뉴스속을 차지하고 있다.

 

그 사이 기가막혔던 포로학대문제도 있었고 후세인은 결국 처형되었고 시아파던 수니파던 가족들을 붙잡고 울부짖는 사람들의 원한섞인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다고 내가 반전주의자는 아니다. 나도 코소보문제때는 나토가 당연히 관여해야한다고 핏대를 올렸더랬다. 밀로소비치가 불쌍하지 않고 후세인도 불쌍하지 않으며 전쟁없는 세상이 올거라고 믿을만큼 순진하지도 않다.

 

그래도 부시와 주변 배때기나 불리고 이라크인이건 미군병사건 죽어가는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까지 찬성해줄 수는 없다. 우려했던 그대로 진행되지 않나말이다.

 

내가 인종이나 내 국적과 상관없이 코피아난을 좋아하고 반기문에 찡그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부시가 날이면 날마다 외치는 아메리카를 축복한다는 그 신을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긴 뭐 부시가 외친다고 진짜 그 신이 아메리카를 축복하기야 하겠냐만 나같이 범인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부시가 죄값을 치루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침부터 우울했던 날. 사쿠라가 피면 야스쿠니 신사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리고 아직 사쿠라가 피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 갈 곳은 그 곳 밖에 없었다.

 

그 곳에 간다고해서 내 복잡한 머리속이 맑아질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둘러 옷을 입고 평소와 달리 택시까지 잡아타고는 야스쿠니신사에 갔다.

 

 

끊임없이 참배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그저 위정자들의 헛된 욕심때문에 파리목숨보다 가볍게 스러져가는 그런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오기만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애국심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사람들이 일본인이 가진 애국심에대해 뭐라할 수는 없을거다. 단지 저들은 세상을 움직이는 게 결코 정의같은 건 아니라는 의심은 한번쯤은 할까.

 

 

담배라도 한대피려고 가는데 마른 사쿠라나무 아래에서는 난리가 났다. 모든 방송국에서 다 모여서는 하늘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리포터는 열심히 떠들고..

 

 

저 사람들 덕에 가까이 갈 수는 없어 잘 안보인다만 가운데 희끄무레한 것, 저것이 돌아와 뉴스를 틀어보니 올해 도쿄에서 처음 핀 사쿠라란다. 평년보단 8일이 빠르고 작년보다는 하루 빠른 거라나. 하필 처음 핀 사쿠라가 왜 야스쿠니에 피는거냐.

 

 

이 노란머리는 아니고 갈색머리의 아저씨들은 우연히도 독일 제일방송에서 나왔다. 도쿄에 처음 핀 사쿠라는 독일티비에도 나오나?

 

 

이런 저런 생각에 걸어나오다보니 도쿄무도관쪽에서 몰려나오던 사람들. 이 건너편이 도쿄이과대학인데 오늘 아마 졸업식이었나보다. 나름 일본의 미래를 그것도 기술분야에서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의 졸업식이라니..

 

저들도 역사속의 일본인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까.

 

 

야스쿠니신사안에서 만났던 아가씨들인데 자꾸 부딪혔다. 아마 저게 여학생들의 졸업식의상인가보다.

 

 

날이 하도 맑아 가볍게 입고 나왔더니 너무 추웠지만 그냥 정처없이 발길가는 데로 걸었다. 한참을 걷다 가게에 들어가 생맥주 한잔을 마시려는데 가게에 계신 분들은 다 칠순은 되어보이는 아저씨들이다. 오늘같은 날은 괜히 다가가 이라크전쟁 발발일인걸 아세요? 일본 헌법은 개정되야할까요? 묻고 싶어지는 날. 

 

 

니혼바시에 있는 미쓰코시백화점의 본점중에서 신관이다. 이년 전인가 딱 여기까지만 걸어와봤더랬는데 오늘은 춥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구관에서는 에도시대의 풍물가게전 뭐 이런 시장이 열리고 있었고 빗자루며 부채며 음식이며 칼이며 여전한 모습으로 만들고 팔고 사고하는 그 사람들 속을 왔다리 갔다리 했다.

 

전쟁과는 참 먼 세상, 그리고 그 속의 나.

 

 

그러다 발견한 왕김밥. 무지 유명한 스시 가게라던데 어쨌든 저 김밥 한 줄에 2625엔. 예전과 달리 요즘은 계산이 복잡하니 각자에게 맡긴다.

 

집에와 먹어보니 뭔가 특별한 생선비스무리한게 들었긴 하다만 세상에 태어나서 저렇게 비싼 김밥 처음 먹어봤다.

 

참 그러고보니 김밥이 우리나라 음식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 많던데 그렇게 생각하면 김치가 자기나라 음식인줄 아는 일본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어쨌든 몇달 째 벼르기만 하던 물주전자도 마음에 드는 걸로 사고 지하에서 포도주 사다가 발견한 니가타산의 일본술 아홉병 미니셋트를 신랑을 위해 사고 그냥 먹을 수 있는 게도 샀다.

 

아 얼굴에 쓰는 마스크도 샀구나.

 

그래 아무리 전쟁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나란 인간은 이기적이라 젠장이나 외치고 부시욕이나 하고 그저 내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

 

그런데..

 

그러니까..

 

전쟁같은 건 없어야 하는 거라구.

 

나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영위해가야할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야.

 

어차피 불안정한게 우리의 삶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내일 내가 살아있으리라 믿을 수 있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그런 권리.

 

머리는 여전히 복잡하지만 내가 먹는 김밥이 소중하고 포도주가 소중한 그런 날이다.

 

어쨌든 신이 축복하는 나라 민주주의와 자유의 화신인 나라 미합중국 대통령각하의 미래를 위해서 건배!!!!!

 

 

 

2007.3.20 Tokyo에서..사야

 

 

23407

 

 아래 붙이는 건 위에 언급했던 코소보사건에 대해 제가 영어학원에 냈던 숙제입니다. 뭐 그렇고 그런 문장이지만 재미삼아 한번 읽어보세요..^^

99년도에 작성한거 같은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생각에는 전혀 변화가 없네요. 미국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혹은 제게 여전히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Kosovo Crisis


Nato is bombing in Yugoslavia. 1.1 million – it says that the population in Kosovo is 1.8 million- ethnic Albanians have fled from Kosovo. Most of them are suffering from the cold weather and starvation in the field without knowing their future. The people in Yugoslavia are furious at the bombing in their country. on the contrary the rest of the world is furious at their cruelty toward the ethnic Albanians.


At first I asked myself whether Nato has the right to do it? Unfortunately I don't think so. But Milosevic doesn't have the right to expel the ethnic Albanians from Kosovo, either. From a certain cynical point of view, some countries need the war. I don’t want to deal with it, not only am I not an expert in that area, but I also think it is not the most important thing we have to concentrate on in this disaster.


As far as any information goes, some countries tried to mediate between the Serbs and the ethnic Albanians for a long time. All efforts were in vain. The Serbs have even been killed many ethnic Albanians during the peace process. War is not the best solution but it could be the second-best in this case from my point of view. They had to leave their homes. Something had to be done, in order not to exterminate all ethnic Albanians in Kosovo.


A lot of countries consist of different ethnic groups. If the majority always suppressed the minority, where and how could we find the justice? Should the Catholics in Northern Ireland expel all the Protestants from there? Should the Italians prohibit the Tyroleses from speaking German in Italy? If it were possible, where could we find pride in our civilisation? We have to learn how to cope with it. Haven't we already learned it from the Second World War? Is our education not based on the values of human beings and justice? Apart from the progressive historical view we shouldn't repeat our mistakes. At any rate, human rights must be respected. We should not allow a massacre to occur again.


Milosevic is a ruthless person. I really don't understand how the people in Yugoslavia could continue to support him. If a leader in a country is a wrongdoer, the people also have the responsibility for what he has done, because he was elected as the representative for the country. The electors have not finished their duties after an election, but each of them must be a watchdog through the whole time. I am surprised, whenever I watch T.V. The people in Belgrade don't look like as if they recognise what is going on in Kosovo. Why can't they contemplate Nato's bombing their country? It is said that their regime twists the truth, but nowadays everyone can get international opinions through internet access. Ignorance is not the best excuse anymore.


To say nothing of the crime is also a crime. The Germans had to take the blame and they still do for what was done under Hitler's regime. What we need urgently is not bombing in Yugoslavia but an opposition movement against Milosevic and his regime within Yugoslavia. In my opinion the people in Yugoslavia shouldn't let themselves be exploited for the power of Milosevic. This is the best solution we can still hope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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