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데 프런트데스크에서 간절히(?) 부른다. 속달 우편이 왔다나.
이상하게도 신랑이름인데 일본에서 보낸거라 뭔가 했더니 다름 아닌 이것.
어찌 촛점이 이상하다만 한 피아노 리사이틀 안내서다.
독일에 있는 일본인인데 이번에 도쿄에 와서 음악회를 한다나. 하나는 그 남자가 독일어로 쓴 글이고 하나는 콘서트주최하는 곳에서 영어로 보낸거다.
그럼 왜 이런 개인적인 안내서가 우리에게 왔냐면..ㅎㅎ
저 피아니스트가 막내이모네랑 친하단다. 막내이모네 집에서도 작은 음악회를 열고 그랬단다. 아 그 집은 모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것처럼 대 저택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독일집인데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이 그랜드 피아노에도 사연이 있는데 신랑의 외할머니의 것. 직장때문에 드레스덴에 사시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외할머니가 서독으로 나오시면서 그랜드피아노를 다른 가구들이랑 함께 우리 시댁에 보내셨단다. 그런데 피아노 치는 사람은 없고 커다란 게 거실에 있어 골치였는데 마침 시이모네 애들이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해서 그리로 간거라나.
문제는 울 신랑 그 그랜드 피아노가 사라진지 얼마 안되어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하더라는 것..ㅎㅎ
어쨌든 우리의 분단상황이랑 달리 동서독은 훨씬 관계가 괜찮았는데 시외할머니같은 경우 서독으로 가시면 동독정부가 연금을 안 줘도 되었기에 더 환영이었다나 뭐라나..^^;;
각설하고 얼마전에도 작은 음악회 이런 게 열렸는데 그때 이 남자가 시이모에게 도쿄에서 음악회를 한다면서 도쿄는 날이면 날마다 어마어마한 콘서트가 열려서 자기 음악회를 어찌 채우나 걱정하더라는 것.
그리하여 울 시이모님이 내 조카가 도쿄에 사니 거기에도 오라고 하라고 하시며 주소를 알려줬단다.ㅎㅎ
안타깝게도 그게 4월 17일이라는데 신랑은 4월 15일부터 홍콩에서 세미나가 있고 나는 여행이라도 떠날 생각. 왜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러냐하고 말았는데 오늘 받아보니 무신 말씀 당장 이번 토요일인 4월 7일인거다.
그러니까 울 시어머니 집첸테(17일)와 집테(7일)를 잘못 알아들으시고 정보를 전한 것.(이거봐라 독일사람도 잘못 알아듣고 틀린다..ㅎㅎ)
에이전시에서 보낸 글을 보니 딜리버리 문제가 있었고 어쩌고 하여튼 오늘 도착을 했고 갈 수 있겠다. 사실 금요일에 콘서트를 갈 생각이라 오늘 표를 사러가려다 날씨때문에 그냥 들어왔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저 남자가 쓴 글도 재밌지만 에이젼시에서 보낸 글에는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보내 미안하다는 말이 써있어서 막 웃었다. 일본어로만 안보내면 되거든? ㅎㅎ
표문제로 에이젼시랑 막 이 멜이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자기네들이 표 두 장을 맡아놓고 있다길래(일본이름도 난 성별 구별이 잘 안가서 ms를 mr라고 보냈다..-_-) 그럼 현장에서 돈을 내겠다고 했다.
이 남자는 우리를 초대하겠다는데 그게 정말 초대의 의미인지도 모르겠고..ㅎㅎ 시어머님이랑도 통화를 했는데 우리가 표를 사가지고 들어가는 게 바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옛날에 성악하던 아는 놈 하나가 나중에 자기가 카네기홀에서 공연할거니까 오라길래 그럼 로얄석 표라도 주는 거냐고 물었다.
이 놈왈 자기가 차라리 독일에서 오는 퍼스트클래스 비행기값이라도 댈테니까 로얄석은 누나돈으로 사고 들어오라던 것.
맞는 말이다. 그림도 마찬가지지만 취미생활로 하는 것들이 아닌 이상은 아는 사람이 뭔가를 하더라도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감상을 해야하는 게 제대로다.
시이모가 꼭 가서 누구 조카라고 아는 척 하라고 했다던데 무엇보다 피아노를 잘 칠지
다른 건 몰라도 피아노를 좀 친 적이 있는 내 남자 피아노에만은 까다로운데, 그리고 우리처럼 유명한 사람들 위주로만 음악회를 가는지라 스포일드된 사람들이 진심으로 마구 박수를 쳐댈 수 있을 지 기대만땅이다.
연주곡중 하나인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2번은 내가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로 자주 듣는 건데..ㅎㅎ
다행히도 음악회장이 불독커플 회사인 JT본점에서 있는지라 걸어갈 수있는 거리다. 떠돌며 살다보니 재밌는 일도 생긴다.
혹 비베케님은 도쿄연주 안오시나? ㅎㅎㅎ
2007.04.04 Tokyo에서 사야
역시나 왠수땡이 다음엔 찾는 음악은 없고 누구 연주인지는 모르겠다만 오랫만에 피아노로 라캄파넬라나 들어보자.
아 그리고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다만 내가 좋아하는 숌치즈.
요즘은 치즈구입을 거의 안하는 바람에 잊고 있었던 맛인데 오랫만에 먹으니까 참 좋다. 이 치즈는 심지어 시누아들인 두살배기 조카까지도 이건 사야치즈라고 이야기하는 거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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