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야구장 다녀와서 썼었지만 한 때는 야구에 열광했던 내가 유럽에 살며 감각을 전혀 잃어버렸다.
일본에 와서도 왜 맨날 야구만 보여주나 시큰둥하다가 크리스토프 덕에 야구장에 몇 번 갔더니 다시 그 열정이 스물 스물 올라오지만 뭐 옛날 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다 이승엽이 요미우리에 오고나서부터 요미우리경기를 가끔 보는 편이다.
그 유명한 국민타자라는 이승엽 얼굴을 나는 지난 번 세계야구 대회에선가 처음 봤으니 야구에서 멀어지긴 멀어진거다..ㅎㅎ
크리스토프가 입고 있는 저 옷이 지난 번 요미우리 사번타자인 로즈의 옷. 쟤네가 계속 여기 살았다면 크리스토프가 이승엽의 유니폼을 입었을 지도 모르고 맨날 함께 야구보러 다녔을 지도 모르는데 정말 안타깝다.
신랑은 야구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안타가 안나오고 맨날 잡는 다고 불만이다..ㅎㅎ 치사하게 나는 자기때문에 독일 축구선수 이름도 외우고 그랬는데 자긴 노력을 안하다니.
물론 요즘이야 내가 야구를 자주 틀어놓고 있으니까 전부는 아니라도 가끔 보면서 규칙을 열심히 묻긴 한다만..
이제 야구시즌이라 그제부터 요미우리와 쥬니치경기를 저녁내내 틀어놨더니 저녁먹으면서 공을 받았는데 주자는 왜 뛰느냐, 왜 자꾸 투수가 일루로 공을 던지느냐 등등을 물어보더라..ㅎㅎ
야구야 축구보다 훨씬 복잡하니까 모르면 사실 재미없지. 내가 야구는 어느 의미에서 두뇌싸움이라고 투수가 중요하고 기록경기라니까 신랑이는 원시적인 형태의 생명력 넘치는 축구가 더 좋단다..^^
신랑은 마라톤보는 것도 너무 좋아라해서 도저히 이해를 못했는데 내가 조금이나마 달려보니 이해가 가더라. 마라톤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도 없다..ㅎㅎ
어쨌든 어제 경기를 보다보니 오늘은 경기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래 오늘은 꼭 가리라 결심했는데 아무리 내가 혼자 잘 다녀도 야구장은 아직 혼자 가본 적이 없는데다 응원도구까지 챙겨가야하는데 좀 민망..^^
물론 일본야구장에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많고 나같은 아줌마들도 보통이긴 하지만 말이다. 정말 이 나라는 사람이 많긴 많은지 뭘 보러가도 미어터진다. 그것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절대 야구장 안 올것 같이 생긴 아줌마들이 열나게 응원하고 절대 미전보러 올 것 같지 않고 야구장에만 갈 것 같은 아줌마들이 전시장에 와서 아주 진지하게 그림을 본다.
지난 번 오르세전에도 딱 콩나물 사러가실 것 같은 차림의 아주머님들이 오셨더라..^^;;
내가 아무리 한국이 어쩌고 한국인이 어쩌고 불평을 해대도 나도 뼈속깊이 한국인인지라 이승엽이 좀 잘했으면 좋겠단 마음이 있다.
괜히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면 떨리기까지 한다. 요미우리가 이승엽을 사번타자 괜히 시켰겠냐 이승엽이 못해도 내 책임은 아닌데 괜히 내가 불안하다..-_-;;
내가 뭐 그의 게임을 다 본 것도 아니고 그의 성적을 외우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운이 없게도 내가 본 경기에선 이승엽이 팀에 기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꼭 주자가 나와있을 때는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고 상대팀이 한참 앞서있어서 아무 소용이 없을 때 솔로 홈런 날리고 그러더라고.
요미우리 경기를 보고 응원을 하는 건 물론 이승엽이 있는 이유가 크지만(거기다 나는 도쿄도민이다..ㅎㅎ) 그래도 보다보니 요미우리 선수들에게 정이 들었는데 (요미우리에서 경기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뉴욕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도 좋아한다..ㅎㅎ) 포수인 아베도 귀엽고 구원투수로 자주 나오는 하야시도 좋지만 요즘 나를 설레게 하는 건
바로 요미우리의 최고 훈남인 이 남자. 니오카선수. 부상당해서 한동안 안 나왔었는데 돌아왔다.
잘하기도 하지만 인터뷰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 또 웃는 모습은 어찌나 매력적인지.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유격수다. 옛날에 김재박 플레이에 뻑 갔더랬다..
이 남자 얼굴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 남자가 홈런이라도 치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낌..^^
전에는 삼번이었나 그랬는데 이번에는 7번타자인데(저 번호말고) 어제 해설자가 어떻게 니오카선수가 7번으로 밀리기까지 했냐는 말을 하던데 어제도 삼점 홈런쳤다.
예전에는 연타석 만루 홈런을 친 적이 있다. 그 날 이승엽도 다 이긴 막판에 솔로홈런을 하나 치긴 쳤다.
개인적으로는 이 선수가 이승엽선수보다 마음에 드는데 (이승엽은 인터뷰하는 것도 별로다) 신기하게도 이 선수가 잘하고 이승엽이 그 날 못하면 괜히 불편하다.
신기하긴 뭐가 신기하냐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렇지..ㅜㅜ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아닐 때가 참 많아 속상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더 좋아하는 선수가 잘하는 걸 더 기뻐해야 정상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다는 이승엽선수가 프로답게 잘해줬으면 좋겠단 생각.
3번 오가사와라 4번 이승엽 5번은 역시 용병인 곤잘레스(얘는 지난 번에 보니 연속경기 병살타치더라만) 6번은 포수인 아베 7번은 나의 훈남 니오카.
5명이나 쟁쟁한 선수들인데 다 잘해서 올해는 요미우리가 우승했으면 좋겠다. 요미우리 우승하면 내가 쏜다(뭘? ㅎㅎ) 그런데 스모도 그렇지만 야구도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
3S정책으로 국민 우민화를 시도한다는 말이 어찌보면 맞다.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영어공부라도 하면 얼마나 똑똑해지겠냐고??
거기다 야구는 유럽으로 돌아가면 또 취미도 안되고 아무 쓰잘데기 없는 투자가 되어버리는 건데.. 얘기했잖냐 프로리그가 있다길래 좋아라하고 가봤더니 관중 이십명 놓고 동네야구하고 있더라고..-_-
그래도 말리지 마라 오늘 야구장까지는 못가도 저녁 6시 삼일 째인 요미우리와 주니치 경기를 볼거다.
야구장 함께 갈 애인이라도 구해야할까나..ㅎㅎㅎ
오늘은 나의 훈남과 이승엽이 나란히 홈런치면 좋겠다. 아니 홈런들은 못쳐도 안타 많이 쳐서 현재 스코어 1대1인 요미우리가 이겼으면 좋겠다.
2007.04.05. Tokyo에서..사야
야구장에 안가길 잘했다. 속만 터지고 약오르는 게임이었슴. 아무래도 앞으로는 정신건강을 위해서 주니치랑 하는 게임은 보지 말까보다. 우즈는 홈런을 세 개나 치는 동안 이승엽은 오늘 터져줬으면 하는 곳에서 영 안터져서 내속이 대신 터졌다.
오늘은 어찌 사후보고서를 연달아 올리네.
에고 아침부터 열받고 게임도 잘 안풀리고 퇴근한 신랑은 자기네 회사가 어마어마한 돈을 손해봤다고 신문에 까지 났다며 친절하게도 내 컴까지 와서 그 기사를 열어놓고 가고.
쓰리쿠션 우울한 날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ㅎㅎ
요 미니떡국.(떡은 안보인다만..ㅎㅎ)
저 아래있는 게 컵받침이니까 크기가 상상이 가실거다.
우울할 땐 먹어줘야하는 법. 밤 열시인데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저 전자레인지용 그릇을 산게 생각나서 끓인 것.
모든 재료들을 다 집어넣고 삼분 돌리면 맛있는 떡국이 완성.
어른 숟가락으로 세 숟가락 정도니 다이어트도 할겸 종종 국도 끊이고 활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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