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21
아직 발매예정인 영화에 리뷰를 올리는게 좀 거시기하긴 하다만 나는 어제 디브이디로 봤으니까..^^
우디알렌의 광팬인 우리부부가 이 영화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우디알렌 영화는 말도 많고 또 말이 빠르기도 하니까 영어자막까지 켜놓고 영화를 보기 시작.
아일랜드에서 런던으로 온 전직 테니스선수는 오페라를 좋아하고 도스트옙스키를 읽는 고상한 취향덕에 영국상류층에 얼굴을 내밀게 되고 거기서 부잣집 딸내미의 눈에 들어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다는 이야기.
뉴욕이 주무대인 알렌이 런던으로 자리를 옮긴건 탁월한 선택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극적인 신분상승이야 비극적인 결말을 맺긴 했어도 다이애너비도 있고 미국보다는 영국에 더 어울린다.
그 신분상승을 위한 욕망으로 가득한 자가 아일랜드인이라는 것도 그런데 오랜 식민지생활로 인한 아이뤼시의 계급적 한계. 더블린살때 같은 층에 살았던 아저씨는 본인도 그 유명한 아이뤼시타임즈
기자였고 아버지는 아이뤼시 전공의 대학교수, 말하자면 아일랜드내에서는 잘나가는 집안이었는데도 영국만 가면 묘하게 기가 죽는다는 말씀을 하셨더랬다.
영화속에서도 부잣집 아들이 이름을 부르는게 아니라 아이뤼시, 라고 부르는 장면이 몇 나온다.
파트너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아들에게는 엄격하고 딸에게는 관대한건 것도 전형적인데 사위야 데려다 키우면 된다는 그 몇 세기가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신념(?)이 부담스럽다.
내 개인적으로 방해요소였던 게 두 가지있는데 하나는 템즈강이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복층 아파트. 영화보다더 저 아파트 더 안보여주나 뭐 이런 생각을 하느라 바빴으니.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아파트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마음에 든다..ㅜㅜ
또 하나는 부잣집 딸로 나오는 에밀리 몰티머인데 작년에 처음으로 그녀를 보았을때 그녀는 장애인 아들을 위해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끊임없이 도망치는 모성애로 충만하나 하류계급의 여성이었다. 이 영화에서 순진하고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란 상류층아가씨로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머리모양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그 영화랑 크게 달라보이지 않아 계속 헷갈렸다는 것. 이거야 뭐 감독 잘못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좀 더 세련되고 화려한 차림으로 나왔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의 나쁜 놈임에 분명한 데 우연에 의해 구원(?)받는 그 기가막힌 설정이나 한 번 길들여진 편안함과 사회적 위치를 지키기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욕망덩어리의 인간. 스칼렛 요한슨의 제어가 안될 정도로 넘치는 농염함등은 영화보기를 즐겁게 한다.
단하나 행운의 반지는 손뼉을 칠 만큼 공감할 수 있었으나 사냥총이 문제를 푸는 아무 열쇠역할도 하지 못한 건 너무 안이한 스토리설정이었다.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나는 그런 경우도 많다..^^;;) 영화를 보았다면 우디알렌 영화인줄 몰랐을 정도로 우디스러운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남자 영화라니 더 정이 가고 삶은 우연으로 점철된 그저 그런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선도 더 마음에 들고..ㅎㅎ
그가 여전히 영화를 열심히 만들고 있고 그 영화가 실망스럽지 않아서 다행.
우디, 당신이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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