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24
요즘 EMS가 무진장 빨라져서 어제 아침 배송했다고 나오던 물건이 오늘 점심때 도착을 했다. 막상 받고보니 입급확인하자마자 당장 출고작업중이더니 출고완료하는데 오래걸렸던 것도 용서가 되게 말이다.
오만과 편견.
우선 영화를 보면서 악소리가 나게 반가왔던 인물이 있으니 베넷부인. 무지 오래전에 그녀가 주연이었던 영화 비밀과 거짓말을 보곤 그 리얼한 연기에 이런 배우도 있구나 하며 반했더랬는데 그 후 접할 기회가 없다가 여기서 또 아주 현실적인 주책맞은 다섯 딸의 엄마로 만나니 오래된 친구라도 본 듯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 반가움때문이었는지 아무리 주책스러웠어도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대사중의 그녀 말대로 정말 재산도 없는데 어떻게든 결혼을 시켜 먹고 살게 해줘야할 딸내미가 다섯이나 되니 어찌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아버지의 멋있음은 그런 역할을 담당해주는 엄마가 있기에 더 빛이 나는거 아니겠는가 말이다.
센스와 센스빌리티에서도 그랬지만 딸들은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고 겨우 얼마정도의 금액만으로 살아가야하는 상황에서 그녀들을 책임져줘야할 남자들을 찾는 것이야말로 생존의 문제 존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시대가 그랬다는 이 시각이야말로 우리가 세뇌된 철저히 편견에 사로잡힌 시각이다. 그 시대에도 자기가 일을 해서 먹고 살던(아니 가족까지 부양하던) 가정교사며 하녀며 직업여성들이 있었고 그 여성들이야말로 남자들과의 결혼으로 생활을 유지하던 여자들보다 수적으로 많았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는가.
얼마전부터 두달만에 재벌 3세랑 결혼하는 모 아나운서문제로 시끌거리던데 나야 그 아나운서를 모르니 할 말은 없다만 그게 그리 욕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그 남편이 유학생이라고 하던데 독일에 있을 때 재벌은 아니어도 방학중 나갔다가 한달만에 마누라를 끌고 오는 학생들을 나는 심심찮게 봤더랬다. 그들은 재벌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아무도 그들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연애할 시간이 없었다보니 결혼하고 연애를 하는 그들이 내게는 부럽기까지 했으니..
이 영화의 주인공인 두 자매는 물론 돈을 위해 부자들과 결혼을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처음 무도회에서 만나 끌리게 되는 건 여자의 외모고, 그 멋쟁이 다시조차 엘리자벳의 배경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경제력의 차이는 존재한다는 것.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가끔은 그러고보면 역사는 단 한걸음도 진보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지금의 우리 보통사람들이 이렇게 사는게 당연하고 가끔은 속상해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듯이 당시의 노동자들도 그저 이런 영화속의 이야기를 우리가 재벌이야기하듯이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냈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단지 그걸 우리에게 알려줄 자료가 너무 불충분하다 뿐이겠지.
영국의 그림같은 성들을 관람하게 될때 정말 이런 곳에 한 가족이 살았을까 싶을만큼 내겐 어마어마 하기만 했었는데 그 것도 그냥 살던 곳이 아니라 런던이나 이런 곳에 집은 따로 두고 가끔 와서 쓰는 그런 곳이라니..돈 한 푼 없는 그 불쌍한 베넷가족의 집만해도 지금의 우리로는 상상도 못하는 결국 우리들에게는 저택이다.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확인한 거긴 하지만 문화사나 생활사같은 건 다시 씌여져야한다. 당시 유럽사람들은, 당시 조선사람들은 이 아니라 당시 유럽의 혹은 조선의 상류층들은 으로 전제되어야 제대로 된 역사읽기가 가능하고 역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 삶을 제대로 바라보기가 가능해진다
영화 한 편 보고 또 무진장 심각해지는데 어쨌든 영화는 좋았다. 말리지 않는 영국식 악센트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고 말이다. 센스앤 센스빌리티나 순수의 시대처럼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영화다.
괜한 노파심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나는 대학다닐때 단 한 번도 운동화를 신었던 적이 없다. 최소한 오센티이상의 하이힐이 내 신발이었다. 안타까운건지 다행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차츰 학습시키는 건 과거가 아니라 나이다..^^;;
'떠도는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로맨스가 미치도록 좋다 (0) | 2007.05.04 |
---|---|
베니스에서의 죽음 (0) | 2007.05.04 |
전형적이나 식상하지 않은 영화 (0) | 2007.05.04 |
비오는 날의 수채화 (0) | 2007.05.04 |
나는 니오카선수가 좋다. (0) | 2007.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