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나는 로맨스가 미치도록 좋다

史野 2007. 5. 4. 18:09

20060717

 

나카에 이사무 감독

냉정과 열정사이

 

그렇고 그럴 거란 생각으로 주문을 해놓고는 당연히 정품인줄 알았는데 해적판인가 지역코드를 바꿔야만 볼 수 있다고 해서 던져 놓았더랬다.

 

아 그냥 디비디기로 볼 걸 왜 이제야 봤단 말인가. 그렇고 그런 이야기 맞다만 사랑이야기야 늘 그렇고 그렇지 않은가.

 

그렇고 그런데도 늘 가슴이 뛰는 게 남녀간의 (아니 남남이건 여여건) 감정이고 사랑이다

이쁘지는 않지만 주변에 투명벽 하나 쌓아놓고 냉정하게 행동하는 아오이도 최고고 섬세한 사나이 쥰세이도 최고다.  

 

사랑하는데도 차마 자존심 때문에 매어 달릴 수 없는 것 그 바보 같음이 이해가 되고도 남아 어찌나 가슴이 시리던지.

 

사랑에서 자존심을 빼면 그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균형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려 나도 상대도 감당할 수가 없고 그저 남는 건 채워지지 않는 욕정과 상대와 나를 믿을 수 없는 절망감과 너절해져 버린 감정싸움뿐..

 

문제는 그 자존심이 때론 만지면 부서지도록 약한 자존감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는 것. 거절당할까 봐 상처받을까 봐 내가 의심하는 내 부족한 자아를 잔인하게 확인받을까 봐 더 자신을 자존심이라는 단단한 벽으로 감싸고 무장한다는 것..

 

어차피 자존감과 자기모멸감이란 게 상황에 따라선 종이 한 장의 차이만큼도 아닐 때가 있는 법이니..

 

아 뭐 인간이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사랑이 그랬다는 거다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는 연인들의 성채라는 그 피렌체 돔에 올랐었더랬는 데 영원한 사랑 같은 건 믿지도 않고 기약 같은 건 더더욱 하지 않지만 그 성당꼭대기에 함께 올랐던 내 남자와 난 끝까지 우리 사랑에 만족할 수 있을까

 

 늙은 아줌마도 가끔은 미치겠다.

 

이 나이가 되어도 누군가의 사랑은 늘 가슴이 저린다.

 

결혼기간이 곧 만으로도 13년이나 되는데 그래도 난 아직도 가끔 신랑 때문에 가슴이 설렌다. 그렇다면 내가 오매불망 한 사람만 사랑하는 열녀면 오죽 좋으련만 가끔은 옛 사랑 때문에, 그 아련하고 저릿한 기억 때문에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날들도 있고..다가올 지 안 올지도 모를 사랑 때문에 혼자 오바하기도 하고..

 

내게 삶이 끝나는 날은 내가 더 이상 누군가 때문에 가슴 저려하지 않는 그럴 날이 아닐까 싶다.

 

혹자는 사는 게 편해서, 먹고 살만하니까 (모든 로맨스를 이렇게 매도하는 인간들이 난 무섭다만) 그런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다 내 삶도 누구 못지 않게 아니 건방지게 이야기하면 어느 누구보다 더 녹록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삶을 견뎌내는 방법이 그 어지러운 설레임을 간직하려고 노력하는 것. 아니 살아내야 하니까 간직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

그저 이 고단한 삶이 남루한 일상으로 퇴색하는 것이 견딜 수 없는 것. 그래서 내가 신경증환자일지라도 양보할 수가 없는 걸..

 

양보할 수 없어서 그 발버둥이 극에 달하다 보면 나는 내 삶에서 부딪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내 이 떠도는 삶을 그러다 만난 이 아파트를 내가 사는 이 도시를 공기중에 잔뜩 머금은 이 습기 이 불쾌지수까지..

 

내가 육십이 되고 팔십이 되도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그럼 삶이 너무 고단하고 추하려나

 

누군가를 목숨 바쳐 사랑해본 적도 없는 주제에 나는 여전히 사랑을 꿈꾼다. 아니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무진장 섹쉬한 남자랑 영화 같은 섹스를 꿈꾸기도 한다.(누가 너랑 하겠데? 뭐 이런 질문은 사절이다..^^)

 

신랑이 없는 덕에 12 다 되어 일어나 진한 커피 한 주전자 앞에 놓고 봤던 영화는 진한 커피를 단숨에 붉은 포도주로 바꿔놓고..

 

해바라기를 찾아 떠나리라 던 소망은 흩날리는 비로 나가리가 되었지만..

 

이제 빗소리도 제법 굵어지고

 

마구 흐트러지는 시간 겨우 네 시.

 

나 취했냐고?

 

아직 안 취했다..ㅎㅎ

 

영화나 한 번 더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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