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펌-오랫만에 술주정

史野 2007. 3. 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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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사실은 제가 들어가는 카페에 오랫만에 술주정을 하다보니 밑에 내 블로그에도 올리기 그런게 있어 술도 취한데다 또 호기심에 클릭해봤더니 진짜 여기도 그대로 올라가네요..ㅎㅎ

 

뭐 올라온 김에 그냥 놔둡니다.

 

제 평소 넋두리라고 생각하심이..ㅎㅎ

 

어쨌든 재밌네요.

 

그리고 제목도 그래도 올라가는데 그 쪽에 올리느라 이렇게 되었지만 당연히 여기서야 오랫만의 술주정은 아니죠..^^;;

 

 

 

사진처럼 마구 퍼지는 오후에..

 

..........................................

 

 

 

아니 오랫만이 아닌가요? ㅎㅎ

토요일입니다.

어제도 포도주 한 병을 혼자 비우고 11시도 안되어 쓰러져 잤어요.

신랑이 일이 많아 늦게 온다고 했거든요

신랑이 왔을 때 깨어 물 한잔 가져달라고 한 기억은 나는데 오늘 아침에 물어보니 그게 12시경이었다네요.

어제 일찍 잤으니 평소 주말과 달리 제가 먼저 일어나서 커피를 끓이고 책을 읽었지요. 오늘은 신랑이 운동하는 날이라 신랑은 운동하러 가고 저는 점심준비를 했어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훌쩍 갔더군요.그래도 안가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 잠깐 올라갔다 와서 준비해놓은 것들에 불을 켜고 샤워를 했답니다.

샤워를 마치고 여유있게 얼굴에 찍어바르기까지 하고 부엌에 갔더니 세상에나 메인요리인 아스파라거스가 타고 있더군요.

내려와서 물을 부어야겠다 생각하고 그냥 올라갔는데 감자에 물이 부어져 있길래 아스파라거스도 물이 부어져 있는 줄 알고 그냥 불을 켠거죠..ㅜㅜ

다행히도 피해상황(?)이 크진 않아서 냄비만 바꿔서(다른 도기냄비는 난리도 아니었구요..ㅎㅎ) 다시 삶고 조금 탄 것이나마 폼잡고 신랑과 마주 앉아 또 포도주 한 병 따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했습니다.

주 내용은 한일관계였는데요.지금 미국의회에서 이야기된다는 위안부 문제며 역사의 책임문제며요.

다른 누구보다 제 생각의 변화를 잘 알고 있는 신랑이 그러네요. 너 여기 온 삼년동안 참 많이 변했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와 살면서 그리고 일본에 대해 또는 일본과 한국에 대해 또 혹은 한국에 대해 미친듯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저는 더이상 '일본은 무조건 나빠' 할 수는 없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신랑은 절더러 네가 읽고 느낀 그것들을 어떻게 책으로 쓰면 안되겠냐는데 아무도 읽을 사람이 없을 거라며 그냥 웃었지요.

전여사님의 '일본은 없다' 이런 책이 팔리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니까 다른 이야기도 중요하니 우리가 돈을 내서라도 출판을 하잡니다.(아 이 남자는 또 왜 애국심이 한국으로 뻗치는 걸까요? ㅎㅎ)

죽어라 지키고 있는 제 국적 그리고 한국인이란 정체성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날들입니다.

그래서 아주 괴로운 날들이기도 합니다.

니까짓게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뭐 중요하겠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닙니다. 제가 한국을 변명하는 거와 아닌거랑이 미치는 영향도 사실은 아주 큽니다.

저를 만나는 외국인들중엔 한국인이 처음인 사람들도 많거든요.

한국을 제대로 알려야겠단 생각에 이를 악물고 살았더랬는데 이젠 그 제대로(!) 알리는게 한국에 해를 끼치는 내용인게 많네요.

비겁하게 입을 다물어야하는건지 그래서 여전히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고 어쩌고 떠들어대야하는건지.

가끔은 아니 요즘은 자주

제가 한국인이라 울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젠장 좀 우아하게 살고 싶은데 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우아하기는 커녕 분노에 몸을 떨게 될 때도 있거든요.

얼마전 집에 왔던 친구중 하나가 신랑에게 그러더군요 다음생에선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구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아니 좋아함을 넘어 존경까지 하는 인간이라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말이죠.

다음 생에서도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지금으로선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가리만큼 제 정체성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니 말입니다.

오늘 신랑이랑 운동을 하며 인터넷에서 보니 나처럼 동양인이면서 서양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나쁜 의미에서 바나나라고 한다더라고 이야기했죠. 방글라데시 사람은 코코넛이고 말이야.(오늘 다음에 떴더라구요)

그러다 제가 신랑에게 그럼 자기처럼 겉은 서양사람인데 속은 동양인이 다 된 사람은 뭐라해야하나, 하다가는 달걀이다. 하얀 겉에 노른자가 있잖아 하고 둘다 웃었습니다.

아 취했어요

포도주 한 병을 다 마셔서라기보다, 그리고 반 병짜리를 또 따서 나눠 마시고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제 역할에, 저같은 위치의 여자가 아니 인간이 한국인으로서 살아야하는 것에 대해 머리가 아프고 숨이 턱턱 막힙니다.

참 저 국적 포기할거예요. 혹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요.

이런 이야기를 지난 번 온 친구들에게 하면서 웃었지요 박근혜가 대통령이 안될건 안다구요.


사실 자랑스런 한국인이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런 민족의식까지 투철한 인간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깨어있는 한국인이고 싶은 소망을 버릴 순 없네요.

그리고 그래서 감당해야하는 제 몫이 너무 힘들고 아프고..

그냥 한국에 있었다면 저는 지금과는 아주 다른 삶을 살았겠죠?

그게 더 제 인생을 위해 나았을까 괜시리 생각해보는 오후입니다.


아 이렇게 고민만 하고 앉아 있을 건 아니구요

이따 음악회도 갈거예요.

음악을 듣다보면 제가 한국인인지 아닌지 뭐 그런 생각같은 건 안하겠죠.

오늘 음악회는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니인데요 농담으로 자기야 내가 달걀이라도 가져가서 팔레스타인 괴롭히지말라고 던지며 시위라도 할까 했더니

이 남자 아주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네요..ㅎㅎ


아 젠장

세상엔 왜이렇게 황당한 일들이 많은 걸까요.

저는 자주 길을 잃어요.

어디로 가야할지..

 

 

 

2007.03.17.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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