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두가지 착각..ㅎㅎ

史野 2007. 3. 12. 22:17

전에 뭔 글에선가 썼었을 거다.

 

여기오니 아무도 안 쳐다보고 누가 뭘하나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게 너무 좋다고 말이다. 입만 안 열면 아무도 내가 외국인인줄 모르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그 철저한 익명성이 너무 좋다는 게 내가 도쿄를 좋아하는 한 이유라고 말이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시선을 받고 살았다. 이유는 당근 내가 좀 튀는 차림을 하고 다녔기때문인데 물론 나는 그게 내 몸매가 육감적이기때문이라고 우긴다.(돌던지면 맞겠고 바위를 던지면 피하겠다..ㅎㅎ)

 

유럽에 가서야 동양인이니 당연히 눈에 띄었고 그 쭉쭉빵빵들 사이에서도 눈길을 받았는데 이것도 썼었지만 끝내주는 다리를 가진 나는..ㅎㅎ 길거리에서도 몇 번이나 너무 아름다운 다리라고 찬사도 받았다..^^. (뭐 청바지를 입고 나가도 눈길을 받았으니 이건 진짜 육감적인 몸매 탓이다..^^;;)

 

처음에 독일에서 친구들 파티에 갈때는 남들은 다 청바지 입고 올텐데 너는 옷이 그게 뭐냐던 내 남자 나중에 내가 그냥 독일사람들처럼 입고 나갈려면 너는 어차피 눈에 띄니까 그냥 맘대로 입으라는 관대함을 가장한 강요까지..ㅎㅎ

 

유럽에서야 눈에 띄어 피곤한 일보다는 편안일이 많았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또 바에가면 그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내가 술을 제일 먼저 주문할 수 있고 등등.

 

뭐 어차피 눈에 띄니 개량한복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고 별짓(?)을 다해도 그냥 편했다..ㅎㅎ

 

아 이건 딴 이야기지만 지난 번에 독일 기차레스토랑에서 종업원이 내가 일본사람인줄 알면서 날더러 오페라 가수냐는 거다. 뭐 다른 직업으로 물은 것보다 듣기 좋은 말이길래 나중에 신랑에게 자랑을 했더니 내 쿨한 남자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 당연하지 오페라 가수들은 다 뚱뚱하거든' 하.하.하

 

어쨌든 아주 힘들고 짜증나고 피곤했던건 상해와서인데 정말 상해와서는 어떤 이유로도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상해시절부터는 놀러왔던 늘봄님이 00씨가 예전엔 옷을 아주 이쁘게 입었는데 이젠 아주 실용적이 되었네. 했을만큼 멋도 안내고 살았는데 도대체 나를 왜 쳐다보냐 이거다.

 

하도 속상하고 답답해서 울 신랑에게 내가 너무 이쁘냐 너무 못생겼냐 너무 뚱뚱하냐 너무 날씬하냐 이게 미니 스커트냐 나를 왜 쳐다보는 거냐고 물었을 정도. 아 당근 대답이야 모두 '노'였다

 

홍콩은 상해만큼은 아니었고 짧은 체류였기에 크게 기억나는 건 없지만 어쨌든 도쿄만큼 편한 도시는 처음 봤다.

 

그랬는데..

 

내가 재작년부터 살을 조금씩 빼기 시작하니까 다시 시선을 받게 되더라는거다!!

 

흘끔거리는 시선이 불편하고 짜증나서 신랑에게 불평을 했더니만 이 남자 내가 가슴을 강조하고 다니기 때문이라나? (늘 카메라 가방을 사선으로 매고 다니니까 가슴사이로 끈이 지나간다)

 

나참 언제는 그 작은 가슴에 쓸데없이 브래지어는 왜하냐고 면박을 주더니만 강조할 가슴은 있고?? ㅎㅎ

 

각설하고 결론은 내가 여기 처음와서 아무도 나를 안 쳐다보았던 건 내가 전혀 쳐다볼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이런 걸 당시 내 모습에 대한 주제파악은 못하고 일본사람들이 너무 쿨해서 전혀 안쳐다본다고 좋아했으니 이런 착각이라니

 

그런데..

 

이제 그러려니 하고 나를 쳐다보는 남자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더니 삼십대이상 육십대까지더라는거다.

 

삼사십대야 뭐 그러려니 하더라도 오륙십대 아저씨들이(혹은 할아버지) 나를 쳐다보는 건 기가막히더라는 거지

 

아니 저 노인네들은 주책이네 왜 여자는 힐끔거리고 그래, 속으로 투덜댔다.

 

그런데 이것도 생각을 해보니 내 나이가 몇이냐. 내가 사십대인데 그럼 이십대가 날 쳐다보랴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었는데 또 착각..ㅎㅎ

 

두 가지 일을 깨닫고 나서 어찌나 한동안 피실 피실 웃음이 나오던지 여기 올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다 까먹고 있었다.

 

그러다 고기공놈이 왔던 어느 날 몸매가 무진장 드러나는 옷을 입고 그 놈이랑 시내를 걷는데 역시나 그 흘끔거림이 느껴지길래 생각이 나서 고기공놈에게 내 이 두 착각 혹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 놈이 갑자기 걷다가 언니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유심히 봤는데 뭔가 나눠주던 남자가 언니 뒷모습을 그렇게 보더라나.

 

'그런데 언니 중요한건요 그 남자는 이십대였어요' 하.하.하

 

고기공놈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이 놈은 진짜 재밌는데 내가 트레이닝이 있는 날 그 놈을 헬스에 데려갔는데 내 그 트레이너를 보더니 너무 잘 생겼다며 한국같으면 이 헬스클럽에 아줌마들이 미어터질거라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내 트레이너를 좋아하는 건 아줌마로서 정상이다..ㅎㅎ)

 

그리고 내가 운동하는 동안 한시간 러닝머신을 한 후. ' 언니 근데 운동은 한거예요? 언니 이야기소리밖에 안들리던데요? ' ㅎㅎ

 

마지막 명언. ' 언니 나 이제 언니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 지 알겠어요' 하.하.하

 

 

또 각설하고 이런 글 읽고 진짜 내 몸매가 좋다라고 상상하시는 분들은 없길 바란다. 뭐 윗 이야기야 다 실화지만..ㅎㅎ 오늘 신랑이랑 누가 포도주를 사러나가냐 실강이를 하다 나온 이야기도 있고 해서 생각난 김에 웃자고 올린다..^^

 

 

 

 

 

2007.03.12 Tokyo에서..사야

 

지난 번 에세이가 싫다라는 글을 올리며 나야말로 신변잡기를 올리는게 모순이란 생각을 했더랬는데

딱 그 글에 그녀마저 신변잡기를 남들도 즐겁게 읽으리란 상상에 줄줄 올리는 사람들이 웃긴다는 뭐 그런 요지의 글도 올려서 자제할려고 했더니만

결국 또 결론은..ㅎㅎ

(아 그렇다고 당신이 뭘 잘못했다는 건 아닙니다.그러니 반성멜 보내지 마세요 항의멜이라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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