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주말보고서.

史野 2004. 4. 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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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같은 백수에겐 주말이나 주중이나 놀고 먹는건 똑같은데다가 주말에도 오전엔 운동하고 오후엔 꼭 출근을 하는 남편때문에 별 멋지게 보낼 건덕지도 없는 편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삼주내내 뭔가를 하게 되었으니 감동이다..ㅎㅎ

 

때가 때인만큼 지난 주엔 벚꽃을 보러 다녀왔다.

물론 남편이 일요일엔 하루종일 일을 하기로 하고 어렵게 내준(?) 시간이었다.

그러나 기껏 폼잡고 찾아간 메이지신궁에 벚꽃은 없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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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일본전통결혼식을 하는 커플을 만나서 다행이긴 했지만..

 

어쨋거나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썰어야하는 법. 우에노공원으로 방향을 바꿀려고 하는데 옆으로 몰려가는 사람들.. 맥주며 바리 바리 싸들고 가는 걸 보니 벚꽃놀이하러가는게 분명하다고 따라걸어가다보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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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기공원에서 하나미(花見)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어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독일친구가 우리집에 왔었다.

 

우리는 아일랜드에서 운이 좋았었는데 딱 세 명이던 독일직원들이 마음이 잘 맞아서 세 커플이 참 재밌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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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사장마누라랑 궁합이 딱 맞고  얘는 지사장하고 찰떡 궁합이라서 울 신랑 얘랑 나랑 결혼했었더라면 두 커플이 환상적이었을거라고 했다.

아 물론 난 리즈네커플이랑 환상적이기위해 남편을 바꿀 생각은 없다..뭐 그 애도 그건 마찬가지겠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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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용 스푼으로 그 애 마누라가 만들어 보내준 선물이다.

그 마누라 정말 착하고 가끔 눈치가 없어서 나같이 때묻은 애 열도 받게 하는 앤데 저 선물을 받고 보니 역시나 그 순수한 마음이 고마와 가슴이 따뜻했다.

 

나같으면 저런 거 만들어서 선물할 마음이나 정성도 없을뿐더러 설사 만들더라도 내 남자가  그 먼 출장길에 저걸 들고 갈 확율은 별로 없다.

저걸 조심해서 동경까지 가져온 그 애.. 역시 부창부수다...^^

 

우리는 참 스타일이 틀린데 매번 느끼는건 서로 다른걸 인정하고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게 사람만나는 것의 기본이라는거다.

 

어쨋든 삼년만에 만났는데 꼭 어제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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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운동을 하러간 사이에 난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또 축구를 보러간사이에 그 집에 보낼 선물을 사러나가면서 함께 놀 저녁시간만을 기다렸다.

그런 기회가 별로 없는 난 오랫만에 반가운 친구와 독일어로 수다를 떨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근처 독일술집으로 끌고가서(?) 독일분위기를 느끼겠다고 혼자 좋아하고 있었다.

 

이런 내게 꿈을 확깨는 일이 발생했으니 축구가 끝나고 다른 애가 자기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타난거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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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다고 내가 그 여자애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얘기는 아니다. 몇 달전에 처음 만났었는데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무지 귀엽다..ㅎㅎ

어제 일본어를 나보다 훨씬 오래 배운 이 애들 기를 팍 죽였다
(얘들아 니들이 아무리 나보다 훨씬 어려서 언어습득능력이 더 낫다고 해도 내가 명색이 한국인인데 상대가 되냐? 너무 기죽지 마라..헤헤)

 

문제는 독일어를 못하는 그 애때문에 그 후론 아무에게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떠들어야했다

세 명이 독일인이고 하나는 독일어하고 싶어 병난(?) 앤데..ㅜㅜ

사실 각 언어의 분위기가 엄청 다르기때문에 내가 독일어로 친하던 애랑 오랫만에 만나 영어로 얘기해야하니 괜히 분하다는 생각까지 들더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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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서 사람들을 만나는 나는 그 사람의 분위기와 그 사람과 내가 쓰는 언어까지 함께 연결이 되어 상대방을 기억하기 때문에 설사 내가 일본어를 잘하게 된다고 해도 마유미랑 일본어로 얘기한다는거 상상이 잘 안간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이번 주말을 보내면서도 절실히 느낀거지만 기분좋게 독일어로 수다떨 수 있는 친구가 이 곳에 한 명만 있으면 정말 좋겠다.


 

 

2004.04.04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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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독일어를 못해서 분했던게 아니라 송만기와 그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일당들에게 분한 마음에 잠을 못 잤습니다.
저처럼 타고난 팔자건 선택한 팔자건 늘 한국인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매일을 살아가야하는 사람..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지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남길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저런 한국인들때문에 제 존재에 대한 회의까지 듭니다..ㅜㅜ

 

요즘 너무 싱숭생숭해했더니 남편이 갑자기 제가 원하는 곳으로 여름휴가를 가잡니다..ㅎㅎ
중국서부 신장을 가보는게 소원이거든요
이래 저래 그지같은 때 휴가계획으로라도 행복해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정말 가능한 일인지.
너무 지쳤다고 바닷가에 가서 수영을 하자고 계획을 변경하지 않도록. 시댁에 꼭 가야할 일이 여름에 생기지 않도록. 또 이 바쁜 남자가 꼭 2주를 뺄 수 있도록 함께 빌어주십시오..헤헤

 

식목일에 하는 책광고..^^

 

이유미 <광릉숲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책이 출판사이름 GEOBOOK에서 나왔답니다

 

사막님(이전칼럼 닉네임 모래알..ㅎㅎ)이 출판사를 만드셔서 처음 출판한 책입니다

 

식물에 대한 좋은 책이라니 많이들 사서 읽어주세요~~~^^

 

사막님이 책을 많이 파시면 제가 맥주를 실컷 얻어먹을 확율이 있는지라 광고합니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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