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y Cassatt. Reading Le Figaro. (Portrait of the Artist's Mother). 1878.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나는 어떤 특정 나라사람들에게 편견이 거의 없는 편이고 어느 나라 사람들은 어떻다 뭐 이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한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긴 하지만 어떤 나라사람이라는 유형화보다는 교육이나 가정환경등으로 형성된 개인차를 더 신뢰한다.
그러니 일본이 아닌 일본사람들 개개인에게는 별 다른 편견이없다.
일본에 산지는 세 달밖에 안되었지만 여기 저기서 남녀노소 참 다양한 일본인들을 만났었는데 그들을 몇 마디로 정리할 능력이 내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즘 '일본인'들때문에 자주 놀래는데 그 중 하나가 독일어코스에서 만나는 일본인들이다.
독일어를 잘해야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건 아니지만 독일어를 잘해야한다는 비장한 개인적 사명감을 띠고 난 요즘 일주일에 두 번 독일어 학원을 다닌다...ㅎㅎ
일본어학원이라면 상황이 완전 다르겠지만 독일어다보니 나를 뺀 나머지는 모두 일본인이고 선생님도 일본인과 결혼해 거의 일본화된 독일인이다.
우리의 교재는 독일의 유명한 시사주간지 슈피겔인데 결코 쉬운 잡지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올거라는 내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지만 어쨋든 12명중 다섯명은 알아서 포기하고 7명이 남았다.
마구 틀리건 어떻건 단어는 무지 많이 알고 말도 유창하게 하는 이 시건방진 내가 이미 낸 돈도 물론 아깝지만 시간이 더 아깝지 않냐는 생각으로 갈까 말까 고민을 하며 숙제도 안해갔더니 다른 학생들은 그렇지가 않더라는 것이다.
모르는 단어가 엄청난 기사를 까맣게 체크해가며 사전찾아 읽어오는 건 기본이고 그 기사와 관련된 책이나 인터넷검색기사까지 프린트해서 가져온다.
40년전에 독일에서 2년 정도 일했기에 그 인연으로 은퇴후 독일어를 취미로 하신다는 어느 할아버지는 작은 잡지글씨때문에 잡지를 두 배로 복사해서 일본참고서적까지 보면서 공부해오시기도한다.
그러니 또 각자들 공부한 걸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주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난 가끔 그들의 독일어발음을 못 알아듣지만..ㅎㅎ)
한 학생을 제외하곤 직업으로 쓸 것도 아닌데 영어도 아니고 별볼일 없는 독일어를 그렇게 열심히 하다니 정말 감동이 될 정도다.
그러다보니 이건 포기하는게 아니라 남들에게 피해 안줄려고 나도 집에서 준비를 해가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난 오늘 일본어공부가 끝나고 들려야할 곳도 있고 해서 기사를 사전도 없이 대충 한 번 읽고 갔는데 내 옆에 앉았던 한 오십정도된 아주머니는 이해가 안되어 열 번을 읽었다니 입이 안다물어진다.
아무리 내 실력이 훨씬 낫다고 해도 이런 상황이면 의견교환하는데 전혀 문제없는 정도가 아니라 밀리기도 한다..ㅎㅎ
그래서 다음기사는 좀 정성스럽게 읽어가야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이러니 매일 하는 일본어는 정말 예습복습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고 읽으려고 다짐한 독일어책들은 손도 못대고 있지만 처음 계속 다닐까 고민하던것과는 달리 곧 끝난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그 수 많은 어학원을 다니면서 숙제 안해가기로 유명한 내게 이렇게 자극을 주고 자발적으로 숙제를 하게 하는 사람들은 정말 처음이다.
그 곳에 모인 여섯명의 일본인들이 유별난 걸까
아님 일본인들은 취미생활도 목숨걸고(?) 열심히 하는 걸까
신기하게도 연령층도 20대부터 70대까지 골고루 모여있는데 그들은 내게 ‚일본인’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쨋든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다.
2004.02.26. 東京에서 사야
Mary Cassatt(1845-1926)가 제게 인상적인건 그녀의 그림때문이라기보다 그녀의 그림에 대한 열정때문입니다. 그녀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미국에서 프랑스로 오죠. 그녀가 다니고 싶어하던 학교는 여성은 받아들이지 않았구 심지어 드가가 여자도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릴수 있다는데 놀랬다고 할만큼 여성으로서 운신의 폭이 적었던 때였으니까요.
엄청난 노력으로 결국 당당한 화가로 인정받는 그녀를 저 깐깐해 보이는 어머니가 처음부터 많은 지원을 했다더군요..^^
사진은 지난 주에 동경에 왔던 유령(?)독자분이 저희가 무지 다정해보인다고 해서 찍힌(?) 건데 하나는 피곤에 절은 하나는 맥주에 절은 모습이지만 진짜 다정해보이죠? ㅎㅎ
책이랑 선물까지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첫 만남같지 않은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칼럼쓰는 보람이 느껴졌지요..헤헤
제가 요즘 저답지 않게 조금 바빠서 칼럼이 뜨문뜨문 올라갈 수도 있겠습니다. 이해해주세요..^^
언어를 두개나 배우니 그것도 정신이 없고 일본어를 따로 배우더라도 하루에 몇 시간은 티비를 본다는 제 계획에 차질이 오면 안되는데다가..ㅎㅎ 날씨도 따뜻해지고 일본어도 쬐끔씩 나오니 바람이 났습니다..헤헤.
내일은 음악회 표도 살겸 영화랑 전시회를 둘러볼려고 하구요 일요일에는 이문세독창회에 갑니다. 그의 노래 몇 개를 좋아하긴 하지만 팬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는데 동경에서 한다니 악착같이 갑니다..ㅎㅎ
모두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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