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남편을 보내고 와서..

史野 2003. 10. 6. 03:33

Tomorrow. Demain. 1938. Oil on canvas. 54.5 x 46 cm. Kunsthaus, Zurich, Switzerland.







방금 전에 남편이 자정비행기를 타러 떠났다



남편출장이 뭐 대단하다고 칼럼까지 쓰며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을 내냐 하겠지만 이번 출장은 좀 특별하다



갑자기 밤비행기로 독일에 가서 오전회의에 참석을 한 후 오후에 홍콩오는, 이틀간을 비행기에서 자야하는 강행군이다



이번 여름 새로이 개편된 조직의 대빵이 얼굴 좀 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일까



우선 내 남편은 몇 백만원씩 비행기값 써가며 불러다가 짤라야할만큼 거물이(?) 다행스럽게도 아니다..^^

(물론 이런일에만 거물일지도 모르지만..-_-;;;)



그렇담 홍콩에서 계속 일잘하라며 어떻게 생겼나 볼려고 부르는 것도 아닐거다



자꾸 머리깨고 앉아 있는 내게 남편은 기다리면 알게 될거라고 마음 편하게 갖으라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목요일 밤 그 일을 들은 후부턴 밤잠까지 설쳐가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혹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되는 건 아닐까.



물론 요즘 분위기상 홍콩에서 계약기간 3년을 채우리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다



그 보스는 무슨 맘으로 갑자기 그를 보자고 하는 걸까 다른 곳으로 가게된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게될까.



남편에겐 내 걱정은 말라고 자긴 백프로 지원해주는 아내가 있으니까



자기 일만 마음에 들면 난 어디든지 가서 잘 적응하고 씩씩할 수 있다고..



특별히 식사도 신경쓰고 정성스레 출장준비를 해서 보냈지만..





정말 그럴까



아일랜드를 떠난게 삼년도 안되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상해를 오면서부터 이제 내 욕심은 버렸다고 믿었다



남편에게 완벽한 내조를 하며 이렇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하면서 탱자팔자로 살겠다고..



그런데 그 버린 줄 알았던 욕심이 가끔씩 불쑥 튀어나와 편안한 줄 알았던 내 마음속에 상채기를 내놓곤 한다



계속 독일에 있었다면 공부를 마쳤을텐데..



독일어때문에 이렇게 머리깨고 있지도 않고 나도 뭔가 내 마음에 드는 일을 찾았을텐데..



부질없는 생각인줄 알면서도 그 가정법의 문장들은 묘한 힘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나를 괴롭힌다




요즘이 그랬다



여행을 다녀온후부턴 모든게 낯설고 내 자신까지 낯설어지며 막막해졌었다



이렇게 살아야하는가..



홍콩은 정말 불평할게 없는 완벽한 곳이다



그런데 내겐 도전이 없는 곳이다



영어가 통하고 안통하면 만다린이라도 통해서 언어를 배울 필요도 없고 여자들의 천국이라지만 쇼핑에 관심없는 내겐 아무리 좋고 싼물건이 많아도 나랑 상관없는 일이고..



모여 읽은 책을 토론하거나 그 나라 사람들에게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 묻거나 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곳..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가끔씩 나가 먹는 맛있는 식사에 안주하기엔 내가 해야할 일이 따로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였을까



묘한 불안감과 함께 저 구석에서 슬며서 올라온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는..



홍콩보다 주재원생활이 더 편하다는 싱가폴같은 곳으로 가게되면 더 끔찍하긴 하겠지만



어쩜 모스크바나 상파울로같은 미지의 세계로 갈 수도 있을테니까..



처음 놀랬던 마음과 달리 이런 얘기를 남편에게 하며 정말 내겐 집시의 피가 흐르는게 맞나보다하고 웃었다





그는 화요일에 돌아온다



과연 어떤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도 없고 잠이 쉽게 올것 같지 않은 밤이다.













2003. 10.05 香港에서...사야




Yves Tanguy
(1900-1955)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특별한 시절을 보냅니다. 젊은 나이에 알콜중독이 되기도 하고 선원으로 전쟁으로 여러 많은 삶을 경험하죠.

그는 지난 번 올렸던 화가 키리코의 그림을 보곤 화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정식 미술교습은 받지 않을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그림들은 달리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제겐 달리보다 훨씬 정제된 아니 더 기계적인 느낌을 줍니다. 전 그의 그림들을 깔끔해서 좋아하지요



이해하기도 힘들고 또 이해할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Ravel-Water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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