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ouard Manet. Lola de Valence. 1862. Oil on canvas. Musée d'Orsay, Paris, France
떠돌아다니게 되면 당연히 참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특이했던 사람이 있다면 리즈이다
몇 번 내가 짧게 언급하기도 했구 내가 들어가던 카페에 있던 사람들은 많이 들었겠지만 리즈는 우리가 아일랜드살때 남편보스의 미국인 마누라였다
그 애랑 나랑은 남자들과 상관없이 독일부터 알고 있었는데 묘한 인연으로 아일랜드에서 그것도 남편 보스의 마누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난 그애를 참 좋아했는데 독일은 한국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보스는 보스라 보스마누라라는건 사실 내겐 좀 곤욕이었다..^^
그애는 내가 갖고 있는 편견적 미국인답게 자신감 넘치고 할 말 다하는 easygoing 스타일이다
물론 보통 다른 미국인과 다른게 있다면 외국어를 몇 개나 그것도 무진장 잘한다는 거다 (알다시피 영어권나라 사람들 필요성을 못느껴서인지 보통은 외국어 진짜 못한다..ㅎㅎ)
우리는 어학코스에서 만나서 둘의 성격상 늘 방방뛰며(?) 토론을 하던 적수였는데 나보다 8살이나 많은 그 애는 집에서 살림만 하는 두 아이엄마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린 사고의 자유인이었다
오죽하면 내가 애들을 보여주기 전엔 네가 엄마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겠다고 했겠는가? ㅎㅎ
그애의 특이한 점 중 하나가 일년에 일주일은 꼭 친구하고만 여행을 간다는 거다
남편이랑 자식달고 나가면 그게 무슨 자기 휴가냐고 독일에서 시부모님이 애까지 봐주러 오신다..ㅎㅎ
거기다 애들에게 유럽과 다른 광대한 미국의 자연을 느끼게 해줘야한다고 여름방학이면 또 애들을 데리고 두 달간 친정인 미시간으로 떠난다..^^
그 애는 남편을 향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데 그렇담 그 남편을 자신감없는 처량한 공처가스타일로 상상을 하겠지만 그 남편 또한 무지 똑똑하고 추진력있는 잘나가는 터프스타일의 보스다
어쨋든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남편을 시켜먹는데 우리 둘이 영화를 보러가면 나가서 미리 표를 끊어와야하는 건 당근 그 남편이구 우리가 영화보고나서 술까지 마시고 집에갈때까지 애들을 돌봐야한다
어느 날 내게 전화를 해서 헨리5세 영화를 보러가잔다
영화보러가자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지만 그 영화는 어려운 영어라 그냥 별로라고 했더니 그 애가 한 말이 엽기다
아 그럼 관두자 사실 공짜영화라서 탐이(그 남편) 새벽에 줄서서 표를 얻어야하거든..허걱!! 안보겠다고 하길 잘했지 불쌍한 탐..ㅎㅎ
그녀의 사십세 생일날 총 13명의 여자들이 모였었는데 그 남편은 정말 식당웨이타처럼 몇 시간동안 음식날라다주고 잔 비면 채워주고 앉지도 못하고 식탁주변에서 서빙만 했다..^^
덕분에 독일남자들은 다 이러냐는 부러움 가득한 얘기를 나까지 아이리쉬아줌마들에게 들어야했다..흑흑
그 남편은 가끔 오바까지 하는데 내가 어느 날 약속이 있어 나갔다 늦게 들어와보니 울 신랑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더라
이유인즉슨 그 보스가 내가 리즈랑 약속을 했는데 안나타나서 자기마누라가 내내 기다리고 있다고 나 어디갔냐고 따지는(?)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ㅜㅜ (참고로 그때 우린 핸드폰이 없었고 물론 그 약속도 그 애의 착각이었다)
심지어 상해에 와서는 자기 마누라가 보내는 이멜이 자꾸 돌아온다며 회사로 보내서 남편들이 각자 프린트를 해다주는 방식을 쓰면 어떻겠냐는 멜까지 보냈다.정말 강적이다..-_-;;;
또 엽기적인 일은 새해맞이 파티를 그 집에서 세 쌍이 모여하고 있다가 술잔을 들고 정신없이 춤추던 그 애 결국 잔을 떨어트렸는데 무시하고 계속 춤을 추는 거다
나야 뭐 함께 춤을 추느라 신경쓸 수 없었구 다른 아줌마가 옆에서 다 치웠다..ㅎㅎ
여기까지 얘기만 읽고나면 뭐 그런 여자가 다 있을까 하겠지만 책도 많이 읽고 디너파티에 가면 좌중을 휘어잡는 멋진 여자인데다가 운동도 열심히, 요리는 전문가 빰치고 두 애들을 존중하며 잘 키우는 백점 엄마다
그 딸내미에 관한 재밌는 얘기가 있는데 그 딸내미가 날 참 좋아했다
그 나이 또래가(열살정도) 그렇듯이 내가 하는 건 뭐든지 따라할 정도였는데 처음으로 그 집식구들을 우르르(내겐 한 식구 네명이 온다면 우르르다..ㅎㅎ)초대했다
오기전 한국요리가 어떤건지 너무 궁금해하던 그 딸내미가 내가 김을 먹는다고 했더니 너무 충격을 받더라는 것이다
엄마 어떻게 그 아줌마같은 사람이 그런걸 먹을 수 있는 거지?( 그 애가 상상하는 건 당근 바닷가에 가면 밀려오는 더러운 해초다..하하)
미국에 대한 생각도 무진장 이성적이어서 그애랑은 미국비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내가 특히 존경하는 부분은 나를 만나서 술을 마시거나 하는 날이 아니면 담배를 딱 세가치만 피운다는 거다.(뭘 그런거까지 존경하느냐고 묻지마라 니코틴 중독되보면 안다.-_-;;;)
난 정말 그 애덕을 많이 봤는데 어디서 그렇게 소식을 물어오는지 좋은 재즈콘서트나 공연등 그애랑 같이 한 일이 참 많다
한동안 그애의 등쌀에 못이겨 플라멩고까지 배우러 다녔는데 끝나면 맥주마시며 문학전공이었던 그 애와 토론도 하고 내겐 정말 외국생활중 오아시스같은 값진 시간이었다
물론 춤은 강사가 장님이라 스텝은 일일히 손으로 만져가며 봐줘야하고 손동작은 우리가 알아서 따라해야하기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긴 했지만 말이다 (춤을 장님에게 배우다니 신문에 날 일이다..ㅎㅎ)
어쨋든 본의가 아니었는데 상해에서 정신없었던 나는 자꾸 답장을 못하게 되어 지금은 연락이 끊겨버렸다.
그래도 난 이상하게 믿음이 있다
예상밖으로 아일랜드에서 만나 시간을 보냈던 우리의 인연은 언젠가 또 연결이 되어 다시 콘서트도 가고 술도 마시게 될거라고...
2003.10.17 香港에서...사야
The Spanish Ballet. 1862. Oil on canvas. The Phillips Collection, Washington, DC, USA.
지금 마드리드에서 마네미술전을 하고 있답니다. 각지에서 온 그의 그림들을 모아 전시한다는데 너무 가보고 싶네요. 그의 그림들만으로 전시된 전시장에 서있는 기분 상상만 해도 흥분이 됩니다. 내년 1월까진가 한다던데 정신나간척하고 한 번 가볼까나요? 하하
하긴 마카오에서 한다는 마이스키연주회도 못가보면서 꿈도 큽니다..ㅜㅜ
동경가는 문제는 오늘 확정이 되었답니다. 그동안 함께 염려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몇 일동안 여러가지로 열도 많이 받고 그랬는데 또 막상 확정이 되었다니 이상하게 허탈하네요.
아마 옮겨다니기 시작해서 처음으로 우리의지가 거의 적용이 안된 경우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