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두마리 토끼

史野 2003. 9. 20. 16:38


Rubens, Man in Korean Costume, 1617/18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다보고 생각해보고 또 뉴스로 접하고 하다보면 나름대로 한국을 객관화해 볼 수 있게된다



좋게 말하자면 숲을 나와야 숲이 전체적으로 보인다고 할까



물리적거리상으로도 숲에서 멀어질수록 숲의 모양과 위치 주변환경등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외국생활이 오래되면 더 객관화해 볼 수가 있는 거 같다



이러다 더 멀어져서 숲이 아예 안보이게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실제로 난 매일 접하는 뉴스에서 한국소식보다는 아랍소식이나 아프리카 소식을 더 쉽게 접한다


숲을 객관화해 바라보다 보니 저 숲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나무가 잘 자라고 어떤 환경이었는지 토양은? 도대체 저 곳에서 싹이 나 자란 나무인 나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진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난 정말 한국인으로서 한국, 나아가 동양에 대해 무지하다



이건 뭐 물귀신 작전을 쓰자면 우리 세대가 거의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특별히 따로 노력한 사람이 아니라면 비슷할 거란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가끔은 용서가 안되게 무지하다



반대로 서양에 대한 지식은 서양사람들이 놀랠정도로(아 이건 상대적이다 동양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아는 게 많을 뿐 아니라 18세기 독일소설 심지어 16세기 영국소설에 15세기 이태리그림들까지 열심히 보며 자라지 않았냐 말이다



물론 나같은 경우는 그런 사태가 고맙다. 덕분에 난 쉽게(?) 교육받은 그들과(이건 뭐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유럽도 자기나라나 역사에 무지하고 관심없는 사람들은 널려있다) 큰 이질감 없이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내가 불교신자거나 유교신자(?) 였다면 상황은 또 조금은 달랐겠지만 난 내 젊음을 기독교에 바쳐서 성경은 몇 번이나 통독했고 종교화가 주를 이루는 서양미술사 시간에 그 배경이 된 상황이 한 번도 낯선 적이 없었다 (근데 왜? 내가 유대인인가? ㅎㅎ)



어찌되었건 나무를 옮겨심으려면 그 나무가 잘 자라던 곳의 특성을 알아야하고 어느 정도는 필요조건을 공급해줘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뿌리채 뽑혀 옮겨 심켜진 나란 나무는 내가 떠나온 그 곳 그리고 나란 정체성이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노력을 한다고 책들을 구입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들은 내 수준에서는 너무 멀리 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기초교육을 받았으면 모르는데 식민지 시전 이전의 문학작품이나 미술평론 한 번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자란 나는 모든게 조각 조각이 되어 짜 맞추기도 힘들다



전문적인건 읽어도 모르거니와 번역작품들도 무슨 말인지 이해 안갈때가 많다



그럼 한문으로 원본이라도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거야말로 한문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시간 학력고사에 다섯문제나오는거 찍은 세대인 내가 가능하기나 한가



아니 사실 외국어인 한문을 읽으라는 자체가 무리이다 중국어를 배우고 한어수평고시에서 독해력을 하나도 안틀리고(백점 자랑입니다..ㅎㅎ) 중국대학에서 공부를 할 자격(?)도 있는 나도 중국소설을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인지 아님 내가 게으른 이유인지 그런 생각으로 시작을 한지는 꽤 되었는데 아직도 길은 멀다


거기다 늘 독일어로 뭔가를 읽어야하는 부담감이 있는 나는 체계적으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도 너무 힘들다



서양나이 마흔이 되면 독일어를 틀리지 않고 말하려는 나름대로 절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지금 내게는 두마리 토끼로 보여지는데 과연 잡을 수 있을까



그래도 언젠가 한국의 역사에, 뿌리에 그 사회문화적 배경에 무지한 한국인이 아닐 수 있기를...












2003.09.18 香港에서...사야





오늘 올린 그림은 루벤스가 그린 한국 옷을 입은 사람입니다 어떻게 그 당시에 루벤스가 저 그림을 그렸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십년 전 저 그림을 처음 접했을때는 나라도(!) 파헤쳐 볼까였지만 그냥 십년이 흘러갔구 아직도 확실한 견해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모델은 또 서양사람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서구적으로 보이는 한국인에 익숙한 전 그냥 둘 다 가능한거 같은데..ㅎㅎ)



좀더 확실한 얘기가 나오면 꼭 다시 한 번 칼럼으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그림을 추적한건 아니지만 저 그림을 모티브로 해서 오세영씨가 쓴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라는 책이 있는데 재미삼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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