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갑자기 상해생각

史野 2003. 9. 23. 16:25



Giorgio de Chirico. Mystery and Melancholy of a Street. 1914. Oil on canvas. 88 x 72 cm. Private collection.






남편은 요즘 자기 컴가지고도 코가 석자라 (전용선 3분 되다가 다시 먹통이다..ㅠㅠ) 내 노트북은 봐줄 생각도 못하고 있다. 컴맹인 내가 그래도 포기를 못하고 자꾸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상해집 사진을 오랫만에 보았더니 갑자기 상해가 무지 그립다



크기만 무지 크고 짜임새 없던 아파트를 내 마음에 들게 꾸며놓고 그 안에서 편해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었는데..



갑자기 홍콩에 갈 생각이 있냐는 말을 들었던게 작년 9월 상해가 너무 좋아지고 있던 때였다



기껏 노력해서 정붙여놨더니 하며 억울하기고 하고 막막했던 기분이라니..




아일랜드계약기간 마지막해 상해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을때 우린 너무 기뻤다



서울엔 갈 가능성이 없으니 동양권이라는게 어디인가?



한국을 오래 떠나있어서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몸으로 느끼지 못했던 내겐 특히 중공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던 심리적으로 멀고도 먼 나라였지만 나는 무조건 가자로 결정을 내렸다 (그때 내 결정권이 70%였기에 내가 가면 가는 거구 아님 아닌 상황이었었다..ㅎㅎㅎ)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걸쳐 새 계약이 성사되고 2000년 12월 31일 난생 처음 떨리는 마음으로 중국 상해에 도착했다



이주간 남편은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러였구 나는 살 집을 구하기 위해서 였다



21세기 첫 날을 황포강가에서 중국인과 섞여 맞으며 우린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삼년이라는 새로운 삶에 겁도 조금은 나고 또 얼마나 흥분했었는지.



처음엔 회사가 지정해놓은 월세가 너무 비싸서 무슨 정말 수영장 딸린 대저택을 우리에게 살게 하려나 놀랐던 기억.



중개인과 돌아다니다가 내 맘에 드는 집은 훨씬 더 비싸다는 걸 뒤는게야 깨닫곤 충격받던 생각..



찾아간 아이뤼쉬 팝에서 기네스 오백 한 잔에 한국돈 만원하는 걸 보곤 기절할 뻔 했던 일 (아일랜드에선 기네스 맥주가 제일 싸다..ㅎㅎ)



내게만 먼 나라였지 벌써 한국인들 집성지역까지 있던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던 도시..



서울에서 살다갔으면 달랐을 지 모르지만 총 인구 사백만중 인구 백만인 그래도 대도시!!라는 더블린에서 살다간 우리에겐 모든게 정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비오는 날이라 우연히 들어갔던 레스토랑에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시켜먹고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라 몰라서 그냥 메뉴판에 있는 셋 메뉴를 시켰더니 그렇게 나왔다) 맥주까지 몇 병 마셨는데 나중에 한국돈 만원 좀 넘게 나와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안통하던 종업원과 약간의 실강이(?)를 하다가 포기하고 거의 도망치듯 나왔던 적도 있었다..^^



그 돈이면 아일랜드에선 맥도날드 셋 메뉴 두 개고 담배는 두 갑도 못산다



거기다 기네스맥주 한 잔을 그 비슷한 가격에 마셨으니..



기네스팔던 맥주집은 대리석을 깔아놓았다던지 음식점에는 바퀴벌레가 기어다닌다던지 하는 것도 아니구 하나는 청담동에 하나는 관철동 먹자골목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좀 지난 후 그 기네스 맥주값은 별다섯개 호텔 맥주값과 같다는게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렇게 가격충격으로 내 상해생활은 시작되었었다



우리가 살던 그 집엔 지금 누가 살고 있을까








2003.09.22 香港에서...사야














그림은 상해에 가기전 제가 상상하던 공산국가의 도시입니다.물론 가보니 전혀 아니었지만요..^^*
이태리화가 Giorgio de Chirico(1888-1978)는 그리스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터 떠도는 생활을 합니다. 독일 뮌헨에서 미술공부를 할때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심취했었다네요.

꼭 그런 말을 읽으면 그림이 다시 보이는거 왜일까요? 하하


사진은 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상해집 거실입니다. 크기 구조만 다르지 그 가구가 그 가구니 저희 지금 홍콩집이랑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구요..ㅎㅎ 디지탈 카메라가 없었어서 다녀갔던 아는 언니가 찍어가 보내 준 사진입니다..^^


모짜르트-바순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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