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폭풍우,담배 그리고 동성연애자

史野 2003. 10. 22. 01:17

Gustav Klimt. 여자친구들.


새벽부터 시작된 천둥번개로 밤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니 정말 비가 많이 내린다
티비에서는 비구름이 빨간 구름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다는 표시라나.)로 바뀌어 있다 .



이 곳에 처음 이사왔을때 폭풍우가 사못 기다려졌었다

폭풍우치는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하면서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연신 천둥번개가 쳐대는 바깥은 멋진 풍경은 커녕 한치앞도 볼 수가 없다

거기다 번개에 맞아 화재라도 발생했는지 불자동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앞을 볼 수 없는 화물선들은 고동을 울리느라 정신이 없는데 무슨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밖을 바라보며 내가 아파트안에 있는게 아니고 저 곳에 그냥 서있다면 지금 어떤 기분일까 생각을 해보니 새삼 자연의 난폭함에 한 인간은 넘 무력하다




하필 그 비가 오는데 뒤져보니 담배가 하나도 없다

가깝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내려갔다 올라올려면 40분이상은 걸리는 곳이다

난 담배를 끊을 생각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그렇게 담배가 떨어지고 나갈 수 없을땐 정말 스스로가 비참하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면서 매이는게 있다는 거 정말 싫다..

있으면 피고 없으면 그냥 안피고 좀 이렇게 될 수는 없는 걸까

하도 스스로에게 화가나서 비가 그쳤는데도 견디고 있는데 정말 그보다 더 불쌍할 수가 없다



비행기 열시간 타는 동안엔 한 번도 이런 기분이 안드는데 그게 있고 없고의 차이일까..

자꾸 날카로와지는 신경을 바로 잡으며 버터보자 하다가 6시가 다되어 결국 택시를 잡아타고 다녀왔다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에게 짜증만 내면 안되니까..(이럴땐 정말 양처같다..ㅎㅎ)




뭐 가끔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긴 하지만 난 아주 정상적인 여자다

어떤 의미에서 정상적이냐면 여자로서 남자를 사랑하는 것에 극히 정상적이다

그럼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나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건 비정상적이 된다는 말인데..



내가 레즈비언을 처음 접한건 딱 십년전 독일에서 였다 가까운 도시에 유명한 미술관이 있어서 혼자 가는 길이었는데 옆에 앉은 여자애둘이 너무나 열정적으로 입맞춤을 하지 않는가?

여자끼리 입맞춤은 커녕 남녀의 입맞춤도 길거리에서 잘 못보고 자란 한국여자인 난 정말 그 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아니 불편하기만 했던 게 아니라 소름이 돋는 듯한 그런 이상한 기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 개방적인 유럽에서 살면서 가끔 파티나 뭐 그런 곳에서 보기도 하고 과애들중 게이를 알게 되기도 했다

그래 그냥 그 들은 다를 뿐이라고 있는 그대로 봐주자고 그렇게 조금씩 편견을 없애갔다

아니 난 이젠 편견이 없다고 확실하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여자애가 여름에 다른 여자애!! 랑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었는데 난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걸 전혀 몰랐었다





사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상대를 내것만으로 구속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거구 그녀가 결혼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이 왜 내게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을까?




소식을 전하는 이에게 난 너무나 세속적이게도 부모의 반응을 제일 먼저 물었다



누구랑 결혼하는건 중요한게 아니라고 내게 중요한건 내 딸이 행복한가 하는 것이라고 그 멋진 아버지는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 나도 그녀가 행복하기만을 바래야겠다 ...







2003.05.05 香港에서...사야





이 그림뒤에 숨은 이야기가 무언지 아는 게 없어서 그가 그린 그림이 동성연애자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다른 많은 클림트그림처럼 무척이나 에로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워낙 여자문제로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둘다 그의 파트너였을 수도 있겠지만...^^*









 

^^ ..그렛

더넓은 세상 얘기들 많이 들려주시고..
생각과 상상과 지식과 마음의 여유를 주는 공간이기를...cass

Re:....^^*

반가와요 그렛님(무슨 뜻일까? ㅎㅎ)

제게 부담을 넘 주시는 걸요..말그대로 궁시렁인데요..^^

특히 얼굴을 뵙지 못한 분들 앞에서는 안그래도 부담스럽답니다..하하하

가끔씩 뵐 수 있으면...

 

 

정말 ..바람돌이

궁금했었습니다.
바람 불고, 비 내리고, 그러면 그 바다가 어떻게 변할지.
폭풍우의 한가운데 있으면 두렵고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창밖의 폭풍을 바라보는 것은 황홀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군요.

사실 동성애에 대한 느낌은 별로 없다고 해야 할것입니다.
이론상으로만 접하다 보니, 편견이 없고,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스스로를 돌아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는 많은 편견을 가진 사람이기에 자신이 없군요.
아이들에겐 성적취향의 하나고, 그것은 정상이거나 비정상 이전의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동성애자인 것을 알게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알 수가 없군요.
그냥 그 사실을 알기 이전에 받았던,느꼈던 그 감정이기를 바랍니다.

이곳에선 점점 흡연자가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에는 아예 금연시설이란 표시가 현관유리에 딱 붙어 있거든요.
담배를 피우시는 분은 건물밖도 아니고 울타리 밖으로 나가셔서 피워야 한답니다.
실제로 그런 분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디서 숨어 피우시는지 냄새는 나는데 연기는 못보는 상황이랍니다.

사야님도 이참에 금연을.... 이라고 하고 싶지만 제가 아니어도 그런 소리 하는 사람이 많을테니 저까지 그런 소리해서 스트레스를 드리고 싶지는 않군요.

잘지내고 계시죠?

Re:그러게요

어제 같은 기분이었으면 정말 딱 끊고 싶더라니까요..하하하

흡연자가 설자리가 없다니 안타깝네요

그것도 결국 각자 선택할 문제아닌가 하는데...

뭐 간접흡연어쩌고 하지만 배기가스며 공기오염만큼이야 하겠습니까?.ㅎㅎ


어젠 정말두려웠더랬습니다

정말 생각보다 대단하더라구요

오늘 아침에 발코니에 널부러져 있는 곤충들의 시체(?)를 치우면서 나보다 더 힘없는 것들이 많구나 했지요

그리고 사실 생각을 더해보니 그녀가 동성연애자였다는 것보다 결혼을 한다는 게 훨 더 충격적이었다는 것과..

더 생각을 하니 그렇게 주변에 알리고 당당히 커플로 인정을 받으려는 그녀의 용기가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아 물론 오랫동안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지요..^^

이렇게 떠돌다보면 뭐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커플 만나게 되면 정말 편안하게 대하고 싶네요

저도 역시 궁금한거..

잘 지내시죠?


 

지하철의 동성연애자.. 무명씨

이글을 읽고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또한 런던의 그 숨막히는 여름의 지하철(에어컨디션이 없어 32도)안 couple의 애정행각을 본것이다.
남녀가 부둥켜앉고 키스를 하는것은 그냥 지나칠수 있었지만 남과남의 키스를 하고 있는 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쳐다보지 않을려고 의식을 했지만 자꾸 눈길이 그쪽으로 향했었다..
그 숨막히는 지하철안에서의 남과남의 키스라 ... 세상 말세다 등등 뭐 저렇게까지 할수 있지? 더워 죽겠는데...
남자끼리 돌았구나..정말..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고 그저 저질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난 다음역에서 내렸는데 그들도 함께 내린다.. 손을 꽉잡고
내린 그들이 내앞에 걷고 있었다..
난 그들의 하는 짓거리가 못내 싫었다.
묻고 싶었다.
왜 당신들은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지 못하냐구 ..
아마 내가 그들에게 물었다면 그들은 대답대신 나한테 당신은 왜 여기 있냐고 되물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나 당신이 원하는곳에 사는것이랑 뭐가 달라? 너가 이상하네...라는 말을 할것만 같았다..
넌 여자구 남자를 좋아한다. 그것은 올바른 이치고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것과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것이 뭐가 다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답이 없다..
그냥 보질 못한것에 대한 우매함이 파고 들어 이상한 사람 역겨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난 그둘을 보면서 그래 너희들이야말로 자유인이라는 생각을했었다.
그러다 계속 그나라에 머물면서 게이바에 가서 술도 마시고 게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아무것도 아니다라는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동성애자가 될 확률은 0.1%도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는것이 얼마나 어려운것인지 요즘도 새삼 느낀다..

Re:내게 익숙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

맞아요

우린 정말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정상으로 그렇지 못한 것을 그냥 간단히 비정상으로 생각해버리는 습성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 집 형제들은 어렸을때 정말 단 한 번도 안싸우고 큰 소리도 서로 안하면서 자랐기에 안 싸우고 자라는게 정상인 줄 알았었답니다

나중에 커보니 애들은 싸우면서 자라는 게 정상이었고 우리 집 사람들이 비정상이었더군요..하하하

언제부터일까? ..무명씨

그림과 사진에 이상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림과 사진을 접할때의 나의 맥박수를 잰다면 아마 고혈압임에 틀림없을것이다. 남들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 느낌들이 좋아 그림과 특히 흑백사진을 좋아한다..

갤러리에 있는 그림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뭉크의 비명 사진을 보면 나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보이지 않는 내 맘속에선 늘 모든것이 비명의 사진 한장면 같다.

수잔너라는 아티스트의 그림 설치예술과 사진이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한방을 차지 하고 있다. 난 그곳에 가면 자유를 얻는다..  처음 신을 받는 무당처럼 미치지 않는것만 해도 다행일 정도다.  나의 가슴속의 그 해독되지 않는 모든것이 한꺼번에 풀리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곤 한다. 스타킹으로 만든 여자의 몸, 변기통위에서 찍은 자화상, 담배로 만든 작품 ,  담배피는자기의 흑백사진속의 욕을 하는 손가락(등등을 볼때의 내 감정을 뭐라 표현할수 없다..
자유.. 해소..

여기오면 갤러리 같다..그래서 좋다
saya님 좋은 그림 팍팍 올려주이소..

Re:끼있는 사람들의 공통점..^^

그림을 보고 맥박이 빠르게 뛰고 카다르시스까지 느낀다는 무명씨님도 끼가 넘치는 사람에 분명하군요..ㅎㅎ

네 좋은 그림 많이 올릴려고 요즘 덕분에 많이 보고 있답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사진 아니 뭐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정말 넘 좋은 사람들 만났을때의 느낌같죠

수잔너라는 작가 궁금하네요

난 터너그림들이 넘 좋아서 테잇 갤러리에서 움질일 수가 없었죠

런던 다시 가보고 싶네요

파리에서 육개월 런던에서 육개월 뭐 이렇게 살 수는 없는 걸까요..하하하

태풍이라... Boss

비바람이 몰아치는 시골의 한적한 항구...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조금 낮게 보이는 등대가 있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구...

보스가 좋아하는 풍경(?)입니다.
옛날에 태풍오는 철에 일부러 찾아가곤 했었죠.
이름도 모르는 항구에...ㅎㅎ

보스가 얼굴에 안어울리게 쬐끔 로맨틱 기질(?)이 있죠...^^;

여행은 잘 다녀 왔구요...
여행기간 동안 금연이라 쬐끔 고통스러웠습니다.ㅋㅋ
여행기 올리려면 시간이 좀 걸리것같군요...
계속 바빠서리...(><)

태풍 피해는 없죠?
좋은 시간 보내시구요.^^

Re: 로맨틱한 남자??

하하 보스님 제가 직접 뵙지를 못해서 뭐라고 말하긴 힘들지만요

보스님 칼럼 올리시는 거 보면 로맨틱한 남자라기 보다 샤프한 남자 뭐 이런게 더 맞는 것 같은 걸요..^^

그리고 제가 시를 올리거나 그럴때마다 자꾸 문학소년 시절을 강조하시는데 그것도 좀 수상합니다..ㅎㅎ

여행은 좋았다니 저도 좋네요

사람은 누구나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죠

멋진 여행기 기대할께요

그리고 태풍은 아직 아니구요 그냥 폭풍우..^^

여긴 태풍심하면 회사도 안가고 뭐 그렇다니 더 기다려봐야겠죠..


 

가입인사-안녕하세요 ..가시

동료가 겉옷을 입다가
그 옆에 우뚝 선 선인장을 쳤는데
선인장줄기가 '뚝'소리를 내며 부러지더군요.
하얀 진액이 줄줄줄 흐르고.
줄기를 두르고 있던 가시는 사뭇 위협조로 버티고 있었는데
내용은 연약함이었던가봐요.
그래서 갑자기 가시가 되어볼까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목에 가시같은 존재도 상당히 매력적이면서 활력있구요.
우와.너무 ..그런가요?

Re:가시같은 존재..

가시는 정말 생각할게 많은 말인거 같죠?

가시가 있어 더 아름답다는 장미?? ㅎㅎ

넘 멋진 가시님의 글을 이 곳에서도 읽을 수 있다니 넘 기쁘네요..^^

그런데 제가 그 선인장 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겉은 가시로 가득찼는데 속으로 늘 상처받는...

아님 거꾸로인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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