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동경 그리고 일본어

史野 2003. 10. 26. 01:51

Japonaiserie: Bridge in the Rain (after Hiroshige). September-October 1887. Vincent van Gogh Foundation, 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the Netherlands.







드디어 내일 아침 남편은 인수인계를 받으러 난 집을 구하러 일주일 예정으로 동경으로 떠난다



작년 12월에 홍콩와서 집을 구했었는데 일년도 안되어 또 집을 구하러 간다니..



예전에 어느 한국주재원부인이 프랑스에서 7개월 머물다 독일로 왔다고 해서 어떻게 그렇게 직원생각을 안해주느냐며 그 회사 열나게 욕했었는데 상황은 좀 다르지만 결국 그 열나게 욕해야할 회사가 내 남편 회사가 되어버렸다.



다른 곳들은 집구하러 갈때 처음가보는 곳이라 흥분되고 훨 행복했었는데 동경은 짧게라도 다녀온 곳이라 그럴까 기대도 크지만 여러가지 만만하지 않은 도시라는 생각에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이 된다



이주하는데는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것도 아닌가보다.



물론 동경에 가기도 전에 동경일로 벌써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남편영향이 클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남편이고 난 나대로 당장 월요일 아침 부동산이랑 약속이 잡혀있는데 물론 외국인담당이니까 영어를 하는 사람이 나오겠지만 말은 잘 통할지..



부동산에서 보낸 의견서에 방 두세개 욕실 두개를 써보냈더니 우리 예산으로는 욕실 두개 딸린 집을 구할 수가 없단다



아무리 동경월세가 비싸다고 해도 회사지원액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 욕실 두 개 딸린 아파트를 구할 수가 없다니 기가막힌다



집을 구하러다니다 보면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라 충격을 받곤 했는데 동경은 가기전부터 충격적이니..



차가 없는 우리는 교통비는 비싸다고 하고 남편이 일이 많을거라 왠만하면 남편회사 가까운 시내에 얻고 싶은데 그게 가능하긴 한건지..



우리 예산으로 늘 가장 괜찮은 집을 얻다보니 정말 시장 가까운 곳에 살아본 기억이 없어서 난 세끼를 먹어야하는지 자주 회의가 드는 사람이다..ㅜㅜ



어쨋든 가는 곳마다 힘은 들고 걱정했어도 보통은 마음에 드는 집을 구했었는데 이번엔 집문제가 왜그렇게 불안한걸까?



거기다 가자마자 일본어를 상해처럼 매일 가는 걸로 다닐 생각이었는데 어학원비용이 너무 비싸다니 그것도 충격이다





한 학기에 보통 칠백만원돈이라니 언젠가 돈버는데 써먹을 것도 아니고 아줌마가 그냥 배우기에는 너무 막막한 금액이 아닐 수 없어 우울하다


그냥 일본어 안하고 버텨볼까?


아무리 우리 부부가 집은 없어도 현재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자 생각하고 산다고 해도 너무 끔찍한 금액아닌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어학연수 많이 가던데 너무 신기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국에 사는 사람에게는 일본어 중국어가 중요할지 몰라도 유럽에 가면 그 유럽언어잘하는 일본인 중국인들이 쌔고 쌨기에 내겐 교양차원이 아닌 실질적 투자가 된다는 건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상해에서 중국어를 배울때도 학비가 우리에겐 만만치 않았던지라 나름대로는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상해학비는 일본과 비교하면 정말 새발의 피다..ㅜㅜ



네가지 언어를 한다고는 하지만 한국어밖에 제대로 못하는 내가 버벅거리는 언어를 또 하나 추가한다는 것도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구



만약 한국어를 주로 쓰고 살면 그나마 버벅거리는 언어가 많을 수록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독일어 더 정확하게 하고 거기다 시간 있으면 영어실력이나 늘리는게 훨 이로운 현실이니 말이다



이삿짐 견적 뽑으러 온 한 회사직원이 독일인이었는데 나보러 어떻게 독일어를 하느냐고 놀래길래 독일에 살았었다 근데 떠난지 좀 오래되었다 했더니...



아 그래도 뭐 그만하면 쓸만하다고 하더라..ㅜㅜ



그 남자가 그렇게 얘기안해도 일본에 가서 일본어와 함께 독일어도 계속 배울 생각이었는데 이건 뭐 그냥 처음부터 나를 흔들어 놓는다



우리가 일본에 가게 되었단 얘길 들었을때 내 꿈은(?) 먼저 일본어를 열심히 해서 일본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난 내 한국인의 정체성확립에 객관적 일본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근데 이젠 그게 가능은 한건지 아직 옷들고 난리치다가 짐도 못쌌는데 정말 머리가 복잡한 밤이다..












2003. 10.25 香港에서...사야




지난 번에도 썼지만 반고흐가 일본 미술에 심취했었죠. 오늘 올린 그림은 반고흐가 히로시게 그림을 베낀겁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씩씩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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