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집안일 그리고 청소부

史野 2003. 11. 5. 00:05


Georgia O'Keeffe, Black Iris, 1926 (oil on canvas, Metropolitan Museum of Art)



요즘 정말 심각하게 집안 일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시간제 청소부를 쓰기로 했다



홍콩은 사실 시간제 청소부는 불법이고 상주가정부를 원칙으로 한다



상주가정부는 중국과 비교해서 넘 비싼데다가 난 그때도 썼지만 무수리과여서 누구를 시키는 것도 잘 못한다.



오죽하면 상해에서 더 있는 다고 돈더주는 것도 아닌데 딱 두 시간 나 없을때 그것도 주중에만 오라고 했겠는가?



사실 비용이야 눈 딱감고 이악물면 낼 수도 있는 거지만 누군가 집에 있으면 무시를 하던지 가족처럼 지내던지 해야하는데 그 둘다 자신도 없구 가정부용으로 만들어놓은 방도 넘 비인간적이어서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방까지 내줄만큼 또 내가 착하지는 않다..ㅎㅎ)



내가 본 아파트들중에서 상해도 그랬지만 홍콩도 그 크기를 막론하고 인간적으로 만들어 놓은 방을 아직 보지 못했다



우리집은 꽤 큰데도 가정부방은 정말 침대하나도 안들어갈 그런 공간에 에어컨도 안달려있구 창문도 없다. 딸린 화장실에서 샤워도 해야하는데 그럼 물이 방으로 넘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처음에 이사오면서 식기세척기를 달려고 한다니까 당연히 가정부를 쓴다고 생각한 집주인은 아예 들어갈 공간도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더운 나라에서 부엌에 에어컨이 안달려있으니 요리하고 더운물로 설겆이 하고 그러면 죽을 맛이다



왜 부엌에 에어컨이 없냐고 물으면 당신이 부엌에서 일하냐 그런식이다..ㅠㅠ



찜닭이 안되기 위해 얼마전 중고 선풍기 하나 장만했다..ㅎㅎ



어쨋든 치우자니 시간이 넘 많이 걸리고 안하자니 심리적 안정이 안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갑자기 기회가 생겨서 저지른(?) 일이고 보니 어디서 그 돈을 빼내냐에 대해 머리 좀 깨야겠지만 말이다..ㅎㅎ



가정부얘기를 하니까 생각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중국은 정말 인건비가 너무 싸기 때문에 한명은 기본이고 둘셋씩이나 상주가정부를 두고 사는 집들도 있다



문제는 가정부를 인간이하로 생각하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상해에서는 정말 욕하고 때리고 상한 음식을 먹이기까지 하는 사모님(?)들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기 홍콩에서 정식명칭은 Domestic Helper 지만 Maid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듯한데 그 메이드가 아이를 좀 혼냈더니 감히 메이드가 날 혼낸다고 아이가 철철 울더란 얘기도 있다



사실 돈을 주고 그 사람을 고용하는 건데 그들의 인격까지 산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에 가끔씩 놀란다



내가 알던 애는 내가 우리집 청소부를 소개하면서 반은 우리집 식구나 마찬가지다 이렇게까지 강조를 했는데도 어찌나 무시를 하던지 민망해서 혼났다.



하긴 그 애는 모든 중국인을 무시하는데 청소부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겠는가?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가정부들의 대부분이 필리핀 사람들인데 정말 남의 나라까지 와서 그 고생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여기 최저임금인 그들의 월급은 필리핀 보통 직장월급보다도 많아 배운 사람들도 많이 온단다



쉬는 날이면 다들 나와서 바닥에들 주저앉아 밥도 먹고 게임도 하고 하는 그들을 볼때마다 기분이 안좋지만 이기적 생각으로 내 나라가 저 지경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생각도 든다(하긴 뭐 우리나라도 몇 십년전만 해도 광부로 간호사로 독일가서 무지들 고생하셨지만..)



우리가 아는 커플중에 필리핀 여자가 있는데 필리핀에서 만명에 든다는 부잣집 딸인 그애도 여기와 걸어다니면 다 메이드로 볼 것이고 실제로 매번 어디갈때 비자받느라고 고생하고 그러는 걸보면 나라가 얼마나 잘사는지는 정말 중요하다..^^



내일 드디어 처음으로 오는데 서로 조심하고 존중해서 좋은 인연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젠 나가지를 않으니 그 두시간을 어떻게 해야하나도 조금은 걱정이고 또 집안 일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되면 그 시간에 더 공부를 하게 될까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2003. 07.16 香港에서...사야





Georgia O'Keeffe (1887-1986)는 화가로서도 유명하긴 하지만 그녀의 남편Alfred Stieglitz(1864-1946)의 사진 모델로 더 유명하죠. 그녀는 여러모로 프리다 칼로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녀도 여러 번 병치레로 힘든 삶을 살았고 칼로처럼 연상의 유명인인 사진작가 스티글리츠와 결혼을 하여 지원을 많이 받지요 사실 확인을 해볼 수 없지만 두 여인들이 동성관계였다는 얘기도 있지요..^^. 제가 원화보는게 워낙 중요하다고 자꾸 강조를 하는데 오키프의 그림들은 정말 꼭 원화로 보고 싶습니다 특히 확대된 꽃들이 주는 느낌은 저 자그마한 복사본으로는 사실 제게 큰 감동을 남기지 못하거든요.



많은 그녀의 꽃 그림이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데 꽃 그림에 대해 오키프가 남긴 말은 의외로 단순하네요..^^*



"Most people in the city rush around so, they have no time to look at a flower. I want them to see it whether they want to or not."

차이콥스키 호두까기인형중 꽃의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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