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육개월에 쓰는 잡담

史野 2003. 11. 5. 00:17



Jan Vermeer. The Milkmaid. c.1658-1660. Oil on canvas. Rijksmuseum, Amsterdam, Netherlands.




1일7일에 이사를 왔으니 이 집에서 지낸지 정확히 6개월이다



이 반년간 난 뭘한걸까?



떠돌다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인터넷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중에선 내가 별 생각없이 남편 벌어다주는 돈으로 그냥 탱자 탱자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뭐 그리 틀린말은 아니지만..ㅎㅎ 나라고 왜 생각이 없겠는가?



매번 남편이 근무지를 옮길때마다 나도 정말 또 거기가선 뭘하면서 살아야하나 머리깨고 고민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나같이 비현실적인 여자가 이런 생각을 한다니 놀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겐 건강보다도 중요하다



아파도 돈이 있어야 병원에 가는 거구 수입이 없으면 뭘 먹고 사느냐 말이다



그리고 내 남편은 휴가도 일년에 육주나 되는데 돈없으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그러니 돈이 가장 중요하다..ㅎㅎ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정말 소원이 있다면 늙어죽을때까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을 소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난 돈에 대해서 좀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알뜰하게 아껴서 나중에 잘살자 이런 생각이 없다



지금 즐겨서 순간 순간 행복이 쌓여야 나중에도 행복해진다는 생각이다



젊어서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늙어 돈있어도 즐길 줄 모른다고 확고하게 믿는다..^^*



근데 그러다보니 저축이라는게 쉽지가 않아 나이 자꾸 들어가고 아직 집도 없이 떠도니 노후가 조금씩 불안해지지만 말이다..ㅎㅎ





나도 정말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근데 사실 성취욕이나 명예욕 이런게 별로 없는 나는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살 수 있는 돈만 있다면 일안해도 상관없다



혼자 잘 노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내게 일이란 자아성취보다 돈을 받고 내 시간을 파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내 그 귀중한(?) 시간을 아무도 제 값을 받고 안사줄려고 하다보니 여전히 백수다..ㅎㅎ



그래서 하나가 벌어 둘이 먹고 살 수 있고 좀 더 벌 수 있는 사람이 편히(?) 일 할수 있는 곳으로 떠돌아다니는 거다



남편 생각도 비슷해서 그 남자도 내가 살만큼 벌면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게 참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 공평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언젠간 그 수입을 책임져서 그 남자 시간도 좀 벌어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궁리도 해보게 된다..근데 가능하긴 한걸까?..ㅎㅎ



어쨋건 한사람이 벌고 한사람은 놀고 있는데 그 놀고 있는 사람이 불행하면 돈버는 사람도 불행한건 자명한 이치아닌가..



그래서 그 돈버는 사람을 위해 난 어디를 가나 행복해야하는 막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남편은 지금까지 나를 본 바에 의하면 내가 뭔가 배울때 가장 행복해 보인단다.



그런데 홍콩와서 일단 광동어를 배울 생각이 없으니 문제가 생겼다



또 그 남편의 주변사람들이 마누라가 뭘하는지 관심이 무진장 많은거다



학교를 다닌다 그러면 상관이 없는데 내가 절대 혼자 잘노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애도 없이 낯선 곳에서 혼자 집에 있는 마누라를 무진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다..ㅠㅠ



그런면에서 상해에서는 중국어를 배울 수 있으니 좋은 기회다 싶어서 열심히 했구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나름대로 행복했었는데..ㅎㅎ



어쨋든 뭐 남을 위해 사는건 아니고 당장 절실하지 않은 광동어보단 내게 무엇보다 절실한 독일어를 하기로 마음먹곤 일년간 집에 틀어박혀서 있는 독일어책을 다(?) 읽기로 계획을 잡았다



먼저 상반기에 20권의 책을 읽는게 목표였는데 뭐 20권 넘게 읽긴 읽었다 그 중 열권이 한국어소설이어서 문제지..ㅠㅠ



그동안 독일잡지며 미술관계자료며 적게 읽은 건 아니지만 난 이상하게 단행본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속상하다



하나 지나간 일을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랴? 이미 일어난 일로 머리깨지 말자가 또 내 철학이다..ㅎㅎ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읽어야할 책과 읽고 싶은 책들 구입하고 싶은 책들을 적어놓는다.



무엇보다 혼자 집에 있으면 가장 힘든게 자신과의 싸움이다. 육개월간 집에 있으면서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으니 이제 6개월 후엔 만족한 기분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2003.07.07 香港에서...사야




네덜란드화가 Jan Vermeer(1632-1657)의 제가 참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화상이기도 했던 그는 당시의 생활모습등 흥미로운 그림들을 많이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하녀의 옷 색감도 넘 좋구 일상의 모습이 고요함과 세심함으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있죠. 그녀가 우유따르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뭐 퉁퉁한 모습이나 하는 일이나 요즘 제 생활하고 별 다를것도 없구요..하하하





마스네-타이스명상곡





'떠도는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좌충우돌 새 생활 시작기  (0) 2003.12.03
남기고 떠나고 싶은 말  (0) 2003.11.14
집안일 그리고 청소부  (0) 2003.11.05
동경을 다녀와서...  (0) 2003.11.03
동경 그리고 일본어  (0) 200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