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lázquez (or Velásquez), Diego (1599-1660). Innocent X c. 1650 Galleria Doria-Pamphili, Rome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
난 아프리카 출신이길 바랬구 남편은 남아메리카 출신이길 바랬는데 독일출신의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내가 진짜 교황이 되었으면 하는 독일 추기경이 있는데 그는 물론 반대표를 던졌을거라고
믿는다..^^)
새 교황이 일흔 여덟이라니 얼마나 교황자리에 있게 될지는 모르고 또 본인이 과도기교황으로 좀 있다가 사임할 생각도 있다고 해도 26년만인지에 새 교황에 선출되어서인지 이목이 집중되고있다.
오늘 BBC에선 하루종일 방송을 하더라 (하루종일 봤다는 얘긴 아니고 티비를 틀때마다 나오더란 얘기다..^^)
다른 종교세력인 기독교나 이슬람 혹은 불교를 대표하는 어떤 존재가 없으니 일단 교황의 존재는 특히 서구가 전 세계를 좌지우지 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내가 이번에 교황문제로 관심을 갖게된건 사실 독일인들의 반응이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자체가 우리가 역사시간에도 배웠듯이 종교개혁후에 카톨릭 개신교 싸움으로 피터졌던 곳이다.
독일에선 우리 윗세대만 해도 개신교인 여자가 카톨릭하고 결혼하겠다고 하면 집안의 반대가 어마어마했을만큼 아직도 그 분위기는 남아있다.
독일같은 경우엔 남부는 카톨릭 북부는 루터교 대충 퍼센티지로 따진다면 반반이라고 들었다.
새 교황의 출생지인 바바리아지방은 카톨릭전통인데 뭐 어차피 독일이 오랜기간 분리국가의 형태를 취했다곤 해도 심정적으로나 거리적으로 카톨릭국인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가 북부독일보다 가깝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유럽 카톨릭들은 보수적이다.
전통적인 카톨릭나라 더블린에서 거리에서 키스하면 지나가는 어르신들에게 욕먹는다..^^
그래서 보수적 원론주의자인 새 교황은 개혁적 성향의 사람들에겐 걱정거리다.
독일총리가 우리에게 영예다 이런 말을 하긴 했지만 많은 독일인들이 구교건 신교건 새 교황이 독일인이라는 것보단 그가 어떤 노선을 취하는 지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
이 세계에 어떤 노선보다는 본국출신이 교황이 되었다는데 뿌듯함을 느낄 나라가 아닐 나라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아무리 독일이 나라로 따지자면 기득권을 가진 쪽이라 그런게 덜 중요할지 모른다고해도 정말 부러운 얘기다.
그리고 새 교황은 여러모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지지난 월드컵때 독일에서 온 친구부부랑 함께 멕시코대 독일게임을 본 적이있다.
축구강국인 독일이 그 게임에 지면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멕시코가 골을
넣자 그 친구마누라 환호성을 지르며 일어나서 거실을 뛰어다니는 거다.
그 애가 멕시코를 굉장히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중요한
게임에 멕시코가 골을 넣었다고 독일인인 애가 좋아서 그 난리를 친다는거 충격이었다.
그 애는 뭐 감정대로만 행동하는 애도 아니고 저널리스트였던데다가 평소 내가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애였다.
축구를 좋아하는 내 남자는 물론 열받아했지만 그런 얘기를 서로 나누긴 했어도 그 날 우리가 분위기를 망치거나 하지 않았다
물론 독일도 문제가 없는건 아니다.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이라는 책이 금서라는데 난 멕시코경기때만큼 충격받았다.
아니 이런 자유스러운 나라에서도 금서가 존재하다니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견, 갈등을 표출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니 그나마 건강한 사회다.
어쨋든 강경주의자란 말만 들었지 새교황의 얼굴을 본건 처음인데 생각외로 그의 눈을 보니 안심이 된다.
물론 나는 관상을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마흔넘으면 얼굴을 책임져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 오랜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의 외모와 표정을 보니 고민하는 인간이었구나하는 느낌이 들어 나혼자 다행이랄까.
동성애문제 여성권리 낙태문제등 사실 기독교교리로 보면 양보하기 힘든 문제로 그 기독교윤리가 기초인 나라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 타종교와의 문제.
그가 얼마나 양보하게 될지는 모르고 또 한 번에 해결될 문제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망적으로 생각하련다.
사족.
아무리 희망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전교황이 아플때 밤을 새며 성베드로 광장에 앉아있는 할머니나 새 교황이 전 교황과 가까왔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좋다는 필리핀의 어느 세련된 아주머니같은 맹신자들을 이래저래 보노라면 그래도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다.
2005.04.20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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