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에 어떤 남자가 한 여자랑 잘 살고 있었다. 그 여자는 아이를 낳지 못했는데 그래서 그 남자는 하녀와 동침을 해서 아들을 낳는다.
그 남자는 그걸로도 감사하는데 어느 날 천사인지가 나타나서 생리도 끊긴 육십세가 되어버린 그 아내가 아들을 낳을거라 예언한다
그녀가 그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고 해서 적나라하게도 그 아이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웃었다는 뜻인 이삭이라고 지어졌단다.
그래 이만하면 눈치채신분들이 많을 거다. 성경에 나오는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과 사라의 이야기다.
정치랑 종교얘기는 왠만하면 하지말라지만 정치랑(결국 국가) 종교만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박탈하는 것도 없으니 얘기를 안하기도 어렵다.
어쨋든 여기서 제도라는 것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홍길동같은 서자문제는 한국에만 있었던게 아니라 정실부인인 사라가 아들을 낳으니 하녀의 아들은 설자리가 없는거다.
그 하녀의 아들은 그 에미와 함께 적자를 질투한다는 명목으로 쫓겨나게 되고 그를 불쌍하게 여긴 신의 보호도 받게 되는데 하녀의 아들 이스마엘 그가 말하자면 지금 아랍인들의 조상이란다.
결국 아랍인들은 수천년전부터 태생의 한계를 안고 있었고 지금은 파워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 유대교에서 기인한 기독교인들이다보니 아랍인들의 위치가 더 불안하다.
거기다 늘 쫓겨다니던 영원한 희생자(!)인 유대인들은 신이 약속한 땅을 위해 수천년을 넘게 그 땅에 살아온 팔레스티나인들을 날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가장 막강한 권력인 미국의 지원까지 받으니..
몇 일전에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런던 연쇄 테러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뉴스를 보니 이라크에서 자살테러가 있어 또 스무명 넘게 죽었단다.
이라크에서야 벌써 전쟁이 일어난지 두 해가 넘었고 하루가 멀게 테러가 일어나니 런던테러와 비교해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구 목숨이 누구 목숨보다 더하거나 덜할까.
안타깝고 가슴아프지만 어쨋든 이 런던테러로 인해 뭐가 문제인지 짚고 넘어가며 새로운 노력이 시도되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게 아닌거 같으니..
몇 주전 부시가 티비에서 이라크철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제 런던테러에 회심의 미소로(미안하지만 부시에 대해선 이렇게 밖에 얘기할 수가 없다)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악마들을 무찔러야한단다. 그 재수없는 푸틴도 이게 다 테러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은 때문이란다.
힘있고 입 열린 자들은 다 나와서 죄없는 자를 죽인 이 테러는 문명에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열을 올린다. 맞다 맞는 얘기다.
근데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던 전쟁을 결국 부시는 일으켰고 부시나 블레어가 장담한 무기는 아직 찾지도 못했고 이라크의 자유와 평화는 커녕 날마나 죽고 죽이고 지옥이 진행중이다. 아 물론 거긴 자이툰 부대도 있다.
그래서 미국의 군수업자들은(물론 유럽군수업자들도) 전쟁특수로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할 수가 없단다.
신은 잔인하다.
특히 구약성경에 나오는 유대인들의 신은 선택된 그의 민족을 지키기위해 타 민족에게는 지금 이스라엘보다 더 잔인했다.
예를 들어볼까.
이집트의 노예였던 이스라엘백성을 이집트의 손에서 빼내기위해 이집트의 모든 두 살 아래 어린아이들이 죽어나갔다
(근데 그 구절에 신의 역사에 감탄을 하며 아멘을 외치는 사람들은 더 잔인하지 않은가 간난아기들이 그것도 단체로 죽어갔다는데!!)
.
난 신이 자기백성을 어떻게 보호하는지까진 관심이 없다. 내가 알고 있는건 아랍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것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그 땅에 태어났구 그래서 그 종교를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내가 열받는건 런던테러의 희생자나 자살테러로 죽어가는 자들이나 다 정말 힘없고 모두 죄없는 사람들이라는 거다. (아니 나만해도 죄가 넘치는데 왜 죄가 없겠냐 그냥 그렇게 죽기엔 억울한 인생들이란 말이다.)
이건 무슨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부시재선때는 빈라덴이 나타나 난리고 G8 정상회의가 열리던 영국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고..
저 높은 곳에서 명분이니 도덕이니 지지고 볶고 난리를 쳐도 결국 그 명분없이 스러져가는 삶은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이다
아무리 삶이 어떻고 난리를 쳐대도 우리가 살아있으니 그런게 의미가 있는게 아닌가.
지하철같은 곳에서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런던시민들이나 이라크인들이나 심지어 그 곳에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복무하는 미국병사들까지 애잔하고 가슴쓰리긴 마찬가지다
난 정말 가끔 뉴스를 보다가 울부짖는 이라크인들앞에서 우리가 너희 자유를 위해 이렇게 애쓰는데 왜그러냐고 안타깝게 얘기하는 미국병사들을 보면 그 무지가 애잔해서 눈물이 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과연 끊을 수 없는 걸까.
모든 인간의 생명의 존엄하다고 인간이 선하다고 믿을 만큼 순수한 인간 나 물론 아니다.
그리고 이슬람교건 그리스도교건 근본주의자들은 모두 싫다.
사실 종교라는 것도 가진자들의 이득을 지키기위해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또 하나의 권력이 아니던가.
카톨릭과 개신교도 피터지게 싸웠다.
몇 백년 후에 사는 우리들이 그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는 것처럼 또 몇 백년 후엔 어차피 한 신을 섬기는 이슬람교도나 그리스도교들이나 예전엔 그렇게 극단적인 때도 있었구나 하는 시절도 오지 않을까?
아니 언제쯤 권력을 지키기위해 종교나 도덕의 이름을 덧칠한 이데올로기가 판치지 않는 세상이 올까.
도대체 여기저기 평화를 위해 뛰어다니던 클린턴처럼 여자문제가 복잡하지도 않아 도덕적이고 신앙심 깊어보이는 부시는 과연 자기가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을까?
하긴 자기 죄를 고백하기만 하면 누구나 천국에 갈 수가 있지 아니 칼빈은 그랬던가 어차피 누가 구원을 받을 지는 예정되어 있다고..
내가 무엇보다 궁금한건 과연 신을 위해 거룩한 죽음을 맞는
나보다 20년은 더 젊은
그래서 삶의 재미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를 그 가여운 자살테러 젊은이들은
그들이 믿는데로 구원을 받을까.
가끔은 세상을 살아간다는게 너무 힘겹다
2005.07.10. 東京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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