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rence Alma Tadema, Expectations (1885)
유럽에 살때는 동양인과 서양인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무시당하기는 커녕 좌중을 압도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차별을 받아본 경우도 거의 없다.(하긴 혼자 떠드는데 누가 무슨 말을 하랴..-_-;;)
물론 내 성격자체가 막무가내 당당인지라 그렇기도 하지만 혹 기분나쁜 일이 있다고해도 그냥 드러운 놈 하나 만났다 생각했지 내가 한국인이어서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한국인인 내가 뭐 한국에선 드러운 꼴 안당하나
실제로는 삶전체를 통틀어 웃기지도 않는 경험은 한국사람들로부터 더 많이 했는데 이것도 뭐 아무래도 내가 확률상 한국인을 더 많이 만났으니 그렇겠지 생각한다.
내가 동서양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건 아이러니컬하게도 남편과 함께 동양으로 와서 살게 된 후부터다.
첫 근무지인 상해에서 서양인들은 완전 봉이라는 생각을 갖는 중국인들과 특권의식을 가진 일부 서양인들과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졌기때문이다.
우리가 상해가자마자 파티에 초대받아갔었는데 세상에 힐튼호텔 파티서비스에 주방장까지 집으로 불러다 즉석요리를 먹으며 놀아서 충격받았다
독일에 진짜 부자들 몇 명 알지만 아무도 그렇게 안산다..-_-;;
거기다 아무도 중국어를 못하는 걸 창피하게 생각하지않고 어쩌다 한마디라도 하면 감동한 중국인들 뒤로 넘어간다..
중간기착지인 홍콩이야 오랜기간 영국에 속해있었으니 약간 특수상황이라 빼기로 하고.
문제는 동경인데 동경에서 서양인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무시를 당하고 산다고 해야 맞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곳이라 주로 회사에서 돈을 대주는
서양주재원들이 많이 산다.
아니 그런 목적으로 지은 아파트라는 게 맞겠다.
그러다보니 툭하면 외로운 주재원들을 위해 유료나 무료로 파티를 여는데 만났다하면 하는 일이 일본인성토다.
지난 금요일에도 우리아파트독일인들 모임이 있었고 이번엔 특별히
부활절휴가로 두 가족이나 독일에서 방문을 와있는 상태라서 또 일본인 일본인사회에 대한 인상 뭐 이런 얘기를 꽤 많이 했다.
그럴때 난 일본인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데 주로 그 서양인의 특권의식이 통하지 않기때문에 불만이 많다는 나름대로의 결론때문이다.
거기다 여긴 일본이 너무 좋아서 오는 서양애들이 많다보니 먹고 사는 방법도 무지 다양하다.
우리 옆건물에 있는 끝내주는(?) 바에는 서빙하는 애들이 모두 서양애들인데 무릎끓고 서빙한다..-_-;;
고급바니까 그나마 월급이 많을거라쳐도 지난 번 보졸레누보마시러 갔던 별 시원찮은 프랑스레스토랑에서도 서빙하는 애들이 거의 프랑스애들이라 놀랬다.
그 날 남편이랑 나랑 괜히 오지랖넓게 쟤네들은 이 비싼 땅에서 뭘먹고 살까 고민했다는거 아닌가.
그런데 내눈에 익숙하지 않아 신기했지 서양인들은 남의 나라가서 서빙하지 말란 법있나. (서빙이나 벨보이 해야할 사람이 대학교수를 한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지)
실제로 이 곳에서는 중국과 달리 서양인들이 그리 중요한 구매자도 아니다.
윗집에 사는 그 불독커플경험에 의하면 비싼 가게에 들어갔더니 아무도 신경을 안써서 황당했다고 한다.(물론 그 애들이 어떻게 차려입고 갔을지는 안봐도 비디오지만..ㅎㅎ 상해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남자도 초반에 혼자 티비사러갔다가 일본어를 못해 캡무시당하고 그냥 집에 온 적이있다.
여긴 서양인들도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본어 못하면 당장 너 여기 얼마나 살았냐고 묻는다..^^
굳이 티비파는 곳에서까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는거구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보러 오라고 빌어서 사는 것도 아닌만큼 이 나라의 언어를 하는 건 최소한의 예의니 할 말은 없다.
물론 못알아듣는다고 분명한 의사표시를 한 후에도 죽어라 일본어로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난감하긴하지만...-_-;;
어쨋든 난 일본인들의 당당함 ,동서양인들이 그냥 다 보통으로 대접받는 동경의
이런 분위기가 좋다.
(이런다고 내가 서양사람들에게 감정있을거라는 오해는 말기바란다...^^)
인종차별이라는 것도 간단하게 얘기하면 돈이다.
일본인들이 세계 2,3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니 서양애들이 질투도 하고 숙이고도 들어오고 그러는거 아니겠는가.
돈으로 차별대접을 안받는 세상이 오면 그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얘기니 제발 아프리카에서도 아주 잘사는 나라가 나오고 동남아시아에서도 나와서 최소한 피부색이 미리주는 편견때문에 차별받는 세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동경에 살다보니 그건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희망을 갖는다
2005.04.05 東京에서...사야
글을 안올리다보니 글쓰기가 어렵네요.
요즘 저는 진짜 백수답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사이 교황도 돌아가시고 (개인적으론 너무 오래 고통스러워보였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여기 저기 꽃소식도 들리고 이래저래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네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추웠기에 벚꽃이 이제야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디카를 못 장만해서 사진은 찍어올리지 못하지만 조만간 동경 꽃소식도 전해드릴 수 있기를 빕니다
봄인데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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