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닐리리야 ㅎㅎ

史野 2022. 12. 9. 09:49

지난번 에헤라디야가 허무와 실망의 반어법이었다면 이번에는 진정한 기쁨이다

날씨가 꽤 풀려서 이쪽도 언 땅이 꽤 녹았는데  세상에나 잔디가 의외로 많이 안 죽었다
꽝꽝 얼어서 그래 보였나 보다
사야가 아무리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는 신조로 산다고 해도 너무 고생했기에 많이 속상했는데 다행이다
물론 이미 운명에 그러니까 겨울 날씨에 맡기기로 했으므로 더 이상의 실망 같은  건 없다 ㅎㅎ


이틀간 앞쪽 마당을 정리했다
이번에 눈이 왔을 때 보니 지저분해 보이더라지
거기다 겨울에도 푸르고 예쁜 애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저 뒤쪽의 천사철 황금사철 말채 등은 다 겨울을 위해 심은 건데 이제야 보인다
여름 내내 숨도 제대로 못 쉬어서 자라기는커녕 잎들도 몇 개 없다


이쪽의 무늬새발사초와 흰줄무늬시초 사사 등도 키 큰 가지들을 잘라내니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남천은 작년과 비교 두배 이상 풍성해져서 이것도 신기


양송이를 잔뜩 시켜서 스프랑 장아찌랑 버터볶음을 만들고 나머지는 잘라서 냉동고에 넣었다

사야가 시킨 건 못난이 양송이인데 너무 멀쩡한 애들이 와서 당황스러웠다
사야는 좀 이상한 애라서 이런 경우 좋은 게 아니라 꼭 부당이득을 취한 거 같아 살짝 불편하다
우짜든둥 겨울 양식 하나 완성 ㅎㅎ



바닥난방이 안될 경우 바닥의 찬기운이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 사야네 집은 바닥이 여름에도 맨발로 밟기 부담스러운 돌 같은 거다 ㅎㅎ
이제야 독일 집에 왜 그 청소하기도 힘든 카페트를 장판 깔듯 까는지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고민하다 삼십 년 전 시할머니가 쓰시는 걸 처음 보고 신기했던 이 물건도 장만했다
이렇게 하나 둘 사야의 따뜻한(?) 은신처가 완성 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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