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네 메마른 마당에 하루종일 단비가 내린다.
가뭄탓에 또 인위적급수도 안하다보니 잡초도 덜 자라 관리가 쉬운 장점은 있다만 그래도 바라보고 있으면 안쓰러웠는 데 정말 다행이다
워낙 비오는 걸 좋아하는 지라 기분이 약간 업되었는 데 친구랑 통화하다들으니 치매도 비오는 것과 관련이 있다네
하긴 인간이 날씨에 영향을 받으니 당연할 수도 있겠다, 하다가 생각난 사야의 왼쪽 팔꿈치
6년 전 어깨다쳤을 때도 엑스레이를 본 애송이 응급실의사가 어깨대신 깁스를 왕창 해놨던 그 팔꿈치
아직도 백프로 굽혀지는 건 아니라서 가끔 마트가서 열받을 때는 장애인등급을 받아 장애인주차장에 세우면 좋겠다는 악마의 속삭임을 하곤하는데..
당시 어깨 치료받으러 다녔던 정형외과 의사가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십년 지나면 관절염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고 했었더랬다
왠걸 올해로 이십년인 데 안다친 것처럼 아주 멀쩡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비가와서 쑤시거나 하는 일이 없다.
생각할 수록 신기하네. 그러고보니 잊고 살았는 데 어깨도 다치기전이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 의사 울 올케언니에게 사야는 자기병이 나을거라고 백프로확신을 하더라며 신기해 했다던 데 정말 그 믿음때문은 아니었을 까.
요즘 사야가 처한 현실을 어찌 풀어가야하나 많이 막막한 데 역시나 때론 감당안되게 단순한 사야는 이게 또 벅찰 정도로 감동적이네..ㅎㅎ
아 근데 쓰다보니 사야는 정말 많이도 다쳤었구나..^^;;
우짜든둥 이젠 머리에 볼록 솟았던 부분도 거의 없어지고 허리다친 건 골반뼈쪽으로 통증이 이동하긴 했지만 이렇게 일부러 쓰지 않는이상 크게 다쳤었다는 걸 인지하고 살고있지는 않으니 어떤 면으로는 참 억수로 운좋은 인간중의 하나다 싶다.
지난 번 사야의 서재를 해체한 이후로 부엌에 옮겨다놓은 저 전자피아노
뭐 또 이런 저런 이유로 집도 치우다 말고 아니 치우기는 커녕 청소도 못하고 분리수거해놓은 마대자루들을 껴앉고 사는 웃지못할 현실이다만(아 분리수거는 했다고. 뉴스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혼합된 그런 집까지는 아니다..^^;;) 집의 구조상 부엌에 가며 지나가는 곳이므로 그게 일분이라도 매일 저 앞에 앉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에 배운 것도 아니고 삼십년 가까이 등지고 살았던 지라 쉽지는 않지만 간단한 소곡집 올려놓고 박자는 완벽하게 무시하며 양손으로 뚱땅거리는 중이기는 한데 손이 굳은 것도 굳은 거지만 더 황당한 건 악보가 잘 안보인다
그나마 악보를 보며 노래를 불렀던 게 좀 더 오래니까 고음쪽으로는 나름 괜찮은 데 낮은음자리표쪽의 도 아래로는 '도시라솔' 이러며 세고 앉았다.
당연히 그게 라인지 미인지 적어놓고 싶은 데 참 이상한 자존심이 그건 허락 안하네..ㅎㅎ
우짜든둥 오늘 또 나이어쩌고 하는 이야길 나눠서일까 갑자기 뚱땅거리다 리즈가 과연 피아노를 시작했을 까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다
늘 불친절한 사야가 오늘은 좀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야가 독일에서 평생교육원같은 곳에서 독일어 배울 때 만났고 더블린에서 남편상사의 마누라로 영화같이 다시 만나게 되어 삼년 가까이 친하게 지냈었다는 그 미국애
그때 리즈가 자긴 육십살이 되면 피아노를 배울꺼라고 그래도 팔십은 살테니 이십년은 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했는 데 오늘 그게 또 생각났다
그때는 정말 말도 안돼는 이야기라고 늙어서 그게 가능할 것 같냐고 했었는 데 왠걸
지난 번에 민들레님이 삼개월배워 남들앞에서 찬송가를 치는 사진도 올렸었다만 무슨 콩쿨대회를 나갈 것도 아니라면 그게 왜 안되겠니?
더 놀라왔던 건 리즈가 피아노를 과연 시작했을 까, 생각하다보니 맙소사
리즈는 59년 11월 생이라 그애 말대로 진짜 피아노를 시작한다고 해도 아직은 삼년하고도 사개월이 넘는 시간이 남아있더라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지나보면 십년도 이십년도 짧게 느껴지긴 해도 막상 눈앞에 있는 삼년의 세월이 짧은 건 아니니까...
리즈가 피아노를 시작했을까가 아니라 따져보니 리즈는 계획대로라면 피아노를 시작하기엔 아직 젊네.
오늘 그 삼년이 넘는 시간이란 게 참 크게 느껴졌다
사야의 목표는 아니었지만 리즈대로라면 사야에게는 십일년의 세월이라는 거니까.
아 근데 분위기 잡고 있었더만 이거 또 뭐니..
비온다고 빗소리 듣는다고 음악도 티비도 모두 올 스톱하고 비새는 그러니까 욕조로 떨어지는 빗소리까지도 나름 감상하며 이 글 쓰는 중이었는 데
부엌에서도 물소리가 들려 가보니 운동한다고 책장아래깔아놓은 요가매트에도 물이 떨어지고 계신다..ㅜㅜ
욕실 두개에 다용도실까지 였는 데 드디어 부엌에도 강림하셨네..ㅎㅎ
아 몰라 그런다고 세상이 망하냐
이제서야 고백(?)이지만 메인욕실 세면대의 물이 안나온 지도 이미 오래되었고 집안 여기저기 실리콘들도 다 떨어졌고
무슨 마녀의 성도 아니고 이젠 사람을 불러야하긴 할 것 같네
오늘 기분 참 좋았는 데 결론은 버킹컴이라고 진짜 대박이다
부엌도 샐 줄은 몰랐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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