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46분 28초

史野 2016. 7. 2. 04:14

그냥 다 감당이 안되어 감당이 안되는 포스팅을 쓰고 있다가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는 데 통화는 안되었고

새끼들 화장실 데리고 나갔다 왔는 데도 그 쓰고 싶은 열망은 가득하고..


스스로를 컨트롤 하고자 결국 이 시간에 깨어있을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는 데...

제목처럼  너무나 운 좋게도 멀쩡한 시어머니를 만나 저리 오래 통화를 했다


인생은 정말 어찌보면 타이밍인데 사야가 쓴 저 시간속에 사야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그 시어머니가 있었다

선물처럼 저 시간동안 웃고 떠들고 모든 가능한 자잘한 이야기들도 했다

사람의 목소리라는 게 무슨 지문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야에게 오늘 그 시엄마는 딱 십몇년 전으로 돌아가 또박또박 말하고 있더라고


오늘은 치매가 아니더라

전남편이나 시누이나 다 상황을 제대로 짚으며 사야의 상황도 알며 너무나 멀쩡한 목소리로 우리가 예전에 늘 그랬듯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저 시간동안 떠들었다

그래서 충격적이게도 늘 통화만 하면 반복하던 넌 내게 왜 안오니? 란 이야기도 안했다, 저 긴 시간동안...


대신 또 그렇게 말했다

넌 내 자식이잖니.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다른 거 말고 네가 어찌 지내냐만 말하라고 그게 가장 중요한 말이라고..


그래 인생은 정말 타이밍이다

오늘 전화하지 않았으면 저렇게 깔깔웃으며 십년 전처럼 유쾌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넌 내 자식이잖아, 란 말은 꿈속에서나 들었겠지

저 시간 동안 수다를 떨다가 ' 이거 니가 걸은건가?' 란 말도 들었다


여기 어떤 놈에게 잔인한 말을 쏟아부을 까봐 나름은 노력을 하다 한 전화인 데 운이 좋게도 이 상황을 모두 인지하면서도 그 오래전인 멀쩡한 시엄마를 만났다

두고두고 기억하게 통화녹음할 걸

사야에게 넌 어떤 경우에도 내 새끼잖아, 라고 느껴지는 그 말

외로울 때마다 반복해 들으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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